[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내년 2월 15일 출범한다. 트럼프는 국내적으로 이민문제와 침체된 경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되지만, 국제적으로는 현재 진행중인 2개의 전쟁, 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을 풀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할 것이다.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2개의 전쟁에 대한 트럼프의 접근은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적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며 앞선 1기 임기 동안 독특한 외교정책을 펼쳤다. 그는 때로 독선적인 외교행보를 보이며 적은 물론 우방과도 잦은 마찰을 빚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더욱 조각난 글로벌 질서 속에서 미국의 전략을 재조정해야 하는 긴급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2개의 전쟁에 대한 명확한 접근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며, 이는 동맹국과 적국 모두에게 미국 리더십의 방향성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소모전으로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3년째 접어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초기 국제사회의 지원이 몰렸던 우크라이나는 시간이 지나며 군사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국내 혼란으로 부담이 커진 유럽 국가들은 종전과 함께 협상 가능성을 암시하기 시작했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과거 임기 동안 NATO의 역할을 비판했으며, 이번에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계속할지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분석가들은 트럼프의 접근법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일관된 지원 정책과는 크게 다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사라 켄달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은 장기적인 개입보다는 거래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가 협상 타결을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개입을 축소할 것인지가 관건인데, 후자의 경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추가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을 촉구하며, 지원 축소는 모스크바를 더욱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폭발 직전의 중동전쟁=우크라이나 전쟁과 달리, 중동전쟁은 훨씬 복잡하다. 레바논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들을 후원하는 이란, 그리고 여기에 맞서 강경대응을 고수하고 있는 이스라엘 등 여러 당사국들이 개입해 있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폭력 사태가 재점화되며, 이란은 공개적으로 무장 단체를 지원하고 걸프 국가들은 중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하며 수십만 명이 지역을 떠나야 하는 인도적 위기가 발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2020년 아브라함 협정을 중재하며 이스라엘과의 긴밀한 관계를 구축한 바 있어, 이번 위기에서도 이스라엘의 입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스라엘을 둘러싼 아랍 국가들은 폭력 사태에 대한 대중의 분노 속에서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재검토하고 있다.
베이루트 정치 분석가 나빌 아잠은 “중동은 수십 년 만에 가장 불안정한 상황에 직면한 상태에서 트럼프의 복귀를 지켜보고 있다”며 “미국이 군사적, 외교적으로 적극 개입할지, 아니면 중동위기에 거리를 둔채 더욱 고립주의적 접근을 취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물가 상승 억제와 이민 제한과 같은 국내 문제가 최우선 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중동위기 역시 트럼프의 관심사에서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
비관론자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외교 스타일이 긴장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의 과거 세계 지도자들과의 관계는 종종 개인적 친분과 비정통적 외교로 접근하는 것을 즐겼으며, 이는 오늘날의 다극화된 분쟁 상황에서 복잡성을 해결하는 데 치명적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지타운대 국제관계학 에블린 마이어스 교수는 “2개의 동시다발적인 위기를 관리하려면 트럼프가 역사적으로 꺼려왔던 다자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2월 집권 초기 몇 주 동안 2개의 전쟁을 어떻게 다룰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과감한 행동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트럼프가 과거 보여줬던 고립주의적 태도로 회귀할지 촉각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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