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자본주의 천조국 미국만큼 기념일이 많은 국가도 없을 것이다. 정부가 법령으로 제정해 기념하는 날도 있고,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지키는 기념일이 혼재하면서 미국인들조차 어떤 기념일이 있는지 헷갈려 할 정도다.
미국의 달력을 보면 ‘00데이’라고 해서 표시되어 있는 날이 100여일에 달한다.
월별로는 5월에 기념일이 15일로 가장 많고, 9월(13일), 4월(12일), 10월(11일), 2월(10일), 3월(9일), 12월(8일) 등의 순이다.기념일이 가장 적은 달은 그나마 1월로 신년(Happy New Year),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일, 에피파니데이(크리스마스 시즌의 끝)등 3일 밖에 없다.
1년 365일 중 100일이 기념일이다 보니 미국인들은 3.65일 꼴로 기념일을 챙겨야 한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다.별 의미없는 기념일도 많지만 남성 입장에서 기념선물을 준비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기념일도 꽤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발렌타인데이다. 미국에서 발렌타인데이는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큰 기념일로 꼽힌다.그리스도교의 성인 발렌티누스(영어로 발렌타인)의 축일을 기리는 기념일인데, 이것이 언제부터인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이나 장미, 사탕을 주는 날로 바뀌었다.
매년 발렌타인데이 때 미국인들이 선물 마련에 사용한 돈은 16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미소매연맹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념카드 전문업체 홀마크는 발렌타인데이 하루에만 기념카드 1억4000만장을 판매한다. 장미는 약 2억 송이가 팔리고, 하트 모양의 박스로 포장된 초콜릿은 대략 4000만개가 판매된다.
관련 기업들 입장에서는 발렌타인데이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기념일인 셈이다.
한국도 발렌타인데이는 가장 큰 기념일 중 하나이지만, 특정 기업이 특수를 누리는 기념일도 있다. 바로 빼빼로데이(11월 11일)다.
빼빼로데이는 한국에서 유래된 특별한 날로, 매년 친구, 연인, 가족이 빼빼로라는 길쭉한 초콜릿 과자를 주고받는 기념일을 말한다.이 날은 특히 롯데제과에게 있어 연중 가장 바쁜 시기 중 하나로, 이 회사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는 날이기도 하다.
빼빼로데이의 기원은 다소 전설처럼 전해진다. 1990년대 부산의 여고생들이 “빼빼로처럼 날씬해지자”라는 소망을 담아 빼빼로를 친구들에게 선물한 데서 비롯됐다는 얘기가 전해지는데, 이 귀여운 아이디어가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으로 퍼진 것이다. 빼빼로의 막대 모양이 숫자 1과 닮은 데서 11월 11일이 기념일로 정해진 것도 우연은 아니다.
빼빼로데이의 진정한 승자는 바로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다. 이 회사는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빼빼로데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여 마케팅을 강화했고, 그 결과, 매년 이 시기가 다가오면 매장 곳곳에서 다양한 종류의 빼빼로 패키지와 프로모션이 펼쳐지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1983년 첫 출시된 빼빼로 과자는 출시부터 2023년까지 누적 매출이 2조원을 넘어섰다. 판매된 제품을 한 줄로 길게 늘어놓으면 지구 20바퀴 이상을 돌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단 하루에 2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발렌타인데이 특수에는 아직 명함을 내밀기는 다소 부족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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