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약탈적 합병' 이라고?
검찰 주장에 삼성 측 옛 삼성물산 위기 상황 설명하며 반박
이상우
승인
2024.10.29 10:01 | 최종 수정 2024.10.29 10:05
의견
0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삼성물산 합병 사건을 다투는 재판에서 검찰이 '약탈적 합병' 프레임을 들고나왔다. 삼성 측은 옛 삼성물산의 사업 리스크를 들어 반박했다.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7월 통합 삼성물산으로 합쳐졌다. 옛 삼성물산 주식 100주가 제일모직 주식 35주로 평가됐다. 검찰은 옛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현 사업지원TF)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경영권 승계 목적에서 합병 비율을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조작했다고 주장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 회계 변경 사건을 심리하는 3차 공판기일을 지난 28일 열었다. 피고인은 이재용 회장, 미전실을 이끈 최지성 전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사장을 포함해 총 14명이다.
검찰은 2020년 9월과 11월에 걸쳐 피고인들을 기소했다. 삼성물산 합병이 위법할뿐더러 삼성바이오 회계 변경 과정에서 시세 조종, 분식회계 같은 불법 행위가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이재용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삼성물산 합병 목적을 단정하기 어려운 데다 다른 법 위반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했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은 삼성물산 합병이 옛 삼성물산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한 약탈적 합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전실이 승계를 굳히고자 합병을 기획했다는 입장도 고수했다.
변호인은 "2012~2013년경 해외 사업 부실 때문에 여러 건설사 주가가 하락했다. 옛 삼성물산도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며 "그 와중에 2015년 1월부터 로이힐 사업 차질로 옛 삼성물산 실적이 크게 부진했다"고 했다.
옛 삼성물산은 2013년 호주 기업 행콕 프로스펙팅으로부터 로이힐 광산 개발 사업을 따냈다. 사업비가 56억호주달러(당시 환율 기준 6조4760억여원)에 달했다. 로이힐 광산에서 채굴한 철광석을 처리하는 플랜트, 수출을 위한 항만 시설과 철도를 옛 삼성물산이 조성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문제는 공사가 지연돼 비용이 계속 불어난 점이다. 2015년 통합 삼성물산 결산에 반영된 로이힐 사업 관련 예상 손실이 8500억원에 이를 정도였다.
변호인은 "심지어 옛 삼성엔지니어링(현 삼성E&A)의 경우 2015년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기까지 했다"며 건설 업황이 극히 나빴다고 강조했다. 자본잠식은 납입자본금과 잉여금으로 구성된 자본 총계가 납입자본금보다 적다는 뜻이다. 완전자본잠식은 자본 총계마저 마이너스 금액이 됐다는 의미다.
옛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외 프로젝트 수익률 악화로 2015년 3분기 1조5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자 옛 삼성엔지니어링은 1조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여기엔 이재용 회장도 참여했다.
변호인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옛 삼성물산은 위기에서 벗어났다. 주가도 올랐다"며 "합병이 옛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실을 입혔다는 약탈적 합병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내달 11일이다.
저작권자 ⓒ 뉴스임팩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