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이정희기자] 이스라엘군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새벽 이란 테헤란 인근과 남서부 군사시설을 겨냥해 공습을 단행했다.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은 이달 초 이란이 이스라엘 전역에 약 200기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이 때리고, 이란이 여기에 보복하고, 이스라엘이 다시 재보복에 나서면서 자칫 보복과 재보복의 악순환이 재현되며, 중동전쟁이 확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면서도 체면을 살리는 선에서 절제된 전쟁을 벌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공습 하루 뒤 “공격은 목표를 정확히 달성했으며, 이란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이라며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네타냐후가 “약속을 지켰다”고 강조한 것은 공습의 성공을 강조하면서도 전면적 확전을 지양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 역시 즉각적인 피의 보복에 나서겠다는 강경한 대응 대신에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이란은 공식 발표를 통해 “피해는 경미하다”며 오히려 방어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공군 방공사령부는 “방공망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대부분 차단했다”고 밝혔고, 정부 대변인은 “피해는 제한적이며 국민들은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말라”고 당부했다.
피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란정부가 이례적으로 ‘작은 피해’라고 표현하며 확전을 자제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과거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복수의 불길’과 같은 과혁한 표현을 동원해 복수에 나설 것임을 대내외에 알렸지만 이번에는 과격한 대응발언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충돌이 이스라엘과 이란이 서로의 체면을 살리면서도 전면전을 피하려는 일종의 ‘약속 대련’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사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전으로 확전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따로 있다.
가장 무서운 시나리오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핵 관련 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할 경우다.
이 경우 이란 역시 격렬한 보복에 나서 이스라엘 내 주요 군사기지나 핵 관련 시설을 타격하거나 중동 전역의 동맹 세력(하마스, 헤즈볼라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을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때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예멘 등 이란의 영향력이 미치는 주변국 세력들을 총규합하여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경우에도 중동지역 전체가 전면전에 휩싸일 수 있다.
사태가 격화되면 미국은 이스라엘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 개입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전쟁의 범위는 이란 대 미국-이스라엘 동맹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란은 미국의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여 중동 전역으로 확전시킬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극단적 조치를 취할 경우, 글로벌 원유 수송이 차단되어 경제적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로 인해 국제 사회는 이란의 봉쇄를 해제하기 위해 군사적 압박을 가할 수 있으며, 이란은 이를 공격적 개입으로 받아들여 무력 대응을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과 이란이 냉정하게 제한적 공격을 주고받은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고, 서로의 체면을 살리면서 중동 지역에서 갈등을 관리하는 새로운 양상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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