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계 "학회 전횡, 어제오늘 일 아냐" 비애감 토로

학회 행사에 직원 동원 보도 이후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목소리

이상우 승인 2024.10.18 12:12 | 최종 수정 2024.10.18 13:05 의견 0

방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방위사업청 산하 연구원의 원장이 학회 행사에 직원들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보도된 이후 방산업계 내에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란 토로가 나온다. 더불어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국방송(KBS)은 지난 14일 화생방방어학회를 이끄는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이하 신속원) 원장이 학회 세미나에 직원들을 동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세미나 등록비 등에 연구원 예산 1억500만여원이 쓰였다고 했다. 보도에서 신속원장은 특정 학회 참가를 독려한 적이 없으며 개인적 이득을 취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18일 복수의 방산업계 관계자는 "KBS 보도에 나온 학회 외에 여러 국방 및 방산 관련 학회가 관행처럼 주요 임원진 이익을 챙겨주는 측면이 있다"며 "내키지 않지만 네트워크 관리 차원에서 학회를 후원하는 방산업체도 상당수"라고 밝혔다.

방사청과 국방부에서 설립인가를 내준 관련 학회는 정부 기관장이 학회장을 맡거나 장성 출신 인사들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공직자 취업 제한을 받지 않는 비영리 학술 단체인 학회에선 이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서다. 자연히 방산업체도 학회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다.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 비즈니스인 방산 특성상 관계 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학회장 장기 연임과 이사장직 신설을 통한 사유화, 세미나를 비롯한 행사 수익 사적 취득, 운영비 허위 및 과다 지출, 공금 무단 횡령, 학회장을 포함한 주요 임원진 가족 동반 외유성 해외 출장 같은 비리가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고 실태를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관련 학회들이 매년 방산업체를 대상으로 각종 회비나 기부금을 요구한다"며 "일반적으로 학회는 대학교수나 연구자들의 순수한 학술 연구 단체인데 유독 국방 및 방산 관련 학회는 전현직 공무원과 예비역 군인들을 위한 친목 모임 정도로 전락한 듯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방산업계에선 이참에 설립 인가 기관인 국방부와 방사청이 관련 학회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 이상 사각지대로 방치해 K-방산에 오점을 남겨선 안 된다는 의미다.

황기철 전 국가보훈처장은 "독립 유공자 후손 단체인 사단법인 광복회조차 2022년 국가보훈처(지난해 국가보훈부로 승격)로부터 특별 감사를 받았다. 이때 회장의 수익금 횡령 혐의가 적발돼 수사 의뢰로 이어졌다"며 "방사청과 국방부 설립인가를 득한 학회에 대해서도 그런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했다.

따로 신속원에 접촉해 KBS 보도에 대한 입장을 질의했다. 신속원 상위 기관인 방사청에서 답변을 보냈다.

방사청 측은 "신속원장이 전문 분야 최신 기술 습득과 연구원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외 활동을 장려한 적은 있지만 직원들에게 특정 학회 세미나에 가라고 강제하진 않았다"며 "신속원장이 예산 관리 지침에 근거해 학회에 참석하는 직원들에게 여비를 지급하고 홍보 부스를 설치하긴 했다. 그래도 신속원장은 홍보 계획을 실행할 때 예산을 아끼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아울러 방사청 측은 "신속원장은 겸직 허가 방침에 따라 학회장을 겸직하고 있지만 학회 활동을 지적받은 데 대해 경각심을 갖고 있다. 국정 감사에 충실히 대응한 후 학회장직 관련 사항을 결정하겠다"며 "방사청은 사실 관계를 명확히 파악한 다음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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