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권도형 송환결정 또 연기, 몬테네그로에서 몇 년 대기할 판

미국 한국 법원 따라 권씨 형령 천지차
1조원 펀드 사기 김재현 전 옵티머스 징역40년
버니 메이도프 전 나스닥 위원장 지역 150년

이정희 승인 2024.10.17 14:29 의견 0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권도형@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정희기자] ‘테라·루나’ 사태로 투자자 20만명 이상에게 490억달러(약 67조원)의 피해를 입힌 권도형씨에 대한 미국 혹은 한국 송환 여부가 좀처럼 결정되지 않으면서 그 배경을 놓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월만 해도 권씨를 서로 송환해달라고 미국과 한국 사법당국이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는 와중에 몬테네그로 법원이 권씨의 한국송환을 결정하면서 권씨가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될 것으로 예상됐었지만, 지금은 또 다시 미국행 가능성이 커지면서 송환결정은 오리무중으로 빠진 상태이다.

◇두 차례 뒤집힌 판결, 결정은 법무부장관 손에=권씨를 한국과 미국 중 어느 나라로 보낼 것인지를 놓고 몬테네그로 사법부의 판단은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권씨의 송환 결정은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의 손에 달려있다.

권씨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것은 지난해 3월 23일. 권씨는 사건이 터지자 위조여권을 이용해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출국한뒤 아랍에미레이트를 거쳐 세르비아로 도피했다.

세르비아에서 숨어 있던 권씨는 수사망이 좁혀오자, 몬테네그로로 밀입국했다. 인터폴 적색 수배에 덧붙여 한국 여권까지 무효화 됐기에 권씨가 몬테네그로 국경을 넘는 건 위험한 도박이었다. 결국 인터폴의 연락을 받은 몬테네그로 경찰이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그를 체포한 것이다.

권씨가 몬테네그로 공항에서 체포되자마자 한국과 미국은 거의 동시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두 나라 이상이 동시에 신병 인도를 요청할 경우 인도 요청 순서가 중요한데, 하급심에서는 한국이 더 빨랐다는 결론을 내리고 권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하지만 몬테네그로 대법원은 범죄인 인도국 결정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라며 송환 요청 순서를 고려한 하급심의 결정을 무효화하고 파기환송했다.파기환송후 하급심에서 다시 한 번 권씨의 한국송환을 결정하자, 대법원은 재차 하급심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 자체를 법무부로 이관해버린 것이다.

결국 권씨 송환여부에 대한 결정은 법무부장관의 소관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판단인데, 문제는 법무부장관이 아직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권씨가 미국 혹은 한국 어디에서 재판을 받느냐에 따라 권씨가 받게 될 형량은 천지차이다.

◇미국은 병과주의, 한국은 가중주의=권씨가 만약 미국으로 송환된다면 종신형과 같은 중형을 피할 수 없다. 미국은 경제사범, 특히 화이트칼라범죄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사법체계는 동시에 여러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병과주의를 적용하는데, 병과주의란 쉽게 말해 각 혐의에 대한 형량을 합산해 최종형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여러 건의 혐의를 받고 있는 권씨는 각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종신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단계 금융사기(폰지사기)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던 버니 메이도프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은 징역 150년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생을 마감했다.

반면 한국은 유죄로 인정된 여러 개의 혐의 중 형량이 가장 높은 혐의를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는 가중주의를 택하고 있어 미국만큼 높은 형량이 나올 수 없다.

형법은 유기징역의 경우 상한을 30년으로 두고, 형을 가중할 때는 최대 50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한국에서 경제사범에게 내려진 최대 형량은 1조원대 펀드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재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에게 내려진 징역 40년임을 고려한다면, 권씨의 경우도 최대 형량은 40년을 넘지 않으리란 예상이다.

◇권씨측, 미국 송환 피하려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 총동원=몬테네그로 보조비치 법무부장관이 만약 권씨를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송환하는 쪽을 선택할 경우 권씨는 가만 있지 않을 것이 뻔하다. 중형이 예상되는 미국행을 어떻게든 피하려는 권씨 측에서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미국행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권씨의 몬테네그로 현지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항소법원이 확정한 권씨의 한국 송환 결정을 대법원이 뒤집자 몬테네그로 헌법재판소와 유럽인권재판소(ECHR) 제소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몬테네그로는 유럽평의회 회원국이며 ECHR의 관할을 받는다. 따라서 권씨측 변호인이 ECHR 제소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권씨에 대한 송환이 만약 미국쪽으로 결정난다면 끝까지 물고늘어지겠다는 뜻이다.

몬테네그로 검찰에서는 설령 ECHR가 설령 몬테네그로의 최종결정에 상반된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이를 반드시 따라야하는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그럼에도 ECHR을 포함해 모든 사법절차가 마무리되어야 권씨에 대한 송환결정이 실행될 수 있음을 고려한다면 최대 몇 년간 송환이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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