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수증 뒤집기 나선 검찰에 삼성 측 "선별 기회 언제 줬나" 일침

지난달 30일 삼성물산 합병 항소심 1차 공판서 공방 펼쳐

이상우 승인 2024.10.02 07:00 | 최종 수정 2024.10.02 10:12 의견 0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삼성물산 부당 합병 의혹 사건을 다투는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이 1심 재판부의 위법 수집 증거 배제의 원칙(이하 위수증) 판단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검찰이 언제 증거 선별 기회를 줬느냐"고 반박했다.

위수증은 수사기관이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고 모은 증거엔 증거 능력을 부여해선 안 된다는 형사소송법 원칙이다. 증거 능력은 증거가 주요 사실을 인정하는 자료로 이용될 수 있는 법률상 객관적 자격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회계 변경 사건을 심리하기 위한 1차 공판기일을 지난달 30일 열었다. 피고인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을 이끈 최지성 전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사장을 비롯해 총 14명이다.

검찰은 2020년 9월과 11월에 걸쳐 피고인들을 기소했다. 이들이 이재용 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결행한 데다 삼성바이오 회계 변경 과정에서 시세 조종, 분식회계 같은 위법 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이재용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삼성물산 합병 목적을 단정하기 어려운 데다 다른 법 위반도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1차 공판에서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압수 수색 절차 흠결을 들어 위수증이라고 본 삼성바이오 서버,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삼성에피스) 나스 서버, 삼성에피스 직원 외장하드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삼성에피스는 2012년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개발사다. 바이오젠은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 치료제를 만든 미국 제약사다. 나스 서버는 네트워크로 데이터에 접근하는 저장 장치 시스템이다.

검찰은 2019년 5월 삼성바이오, 삼성에피스 압수 수색 당시 삼성 측 변호인의 조사 참여를 보장했으며 줄곧 소통했다고 주장했다. 무턱대고 증거를 가져간 게 아니라 선별 작업을 했다는 얘기다. 검찰은 증거 은닉이 의심되는 급박한 상황에서 압수 수색이 이뤄진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반면 삼성 측 변호인은 "검찰은 압수 수색에서 증거 선별 작업을 한 적이 없다"며 "자기네 사정에 맞춰 변호인에게 데이터 확인을 허용했을 뿐"이라고 했다.

변호인은 "데이터 확인은 검찰이 컴퓨터에 띄워 놓은 검색기 툴로 파일을 열어 보는 거다. 그것만으론 검찰이 압수한 수백만개가 넘는 전자 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며 "증거 선별을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이의 제기를 했지만 검찰이 묵살했다"고도 했다.

아울러 변호인은 "검찰이 증거라면서 가져간 전자 정보엔 삼성바이오 직원 개인 가족사진, 퇴직 연금, 개인 성과 지표, 조세 감면 같은 사건과 관계없는 파일이 많았다"며 "이를 분류하지 않고 다 압수했는데 무슨 선별을 했다는 건가"라고 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14일이다. 이날 삼성바이오 회계 변경 사건을 둘러싼 검찰과 삼성 측 변호인의 공방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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