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스토리] 총기규제 움직임이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②

최진우 승인 2024.09.15 01:00 의견 0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사로 참석하는 NRA 행사@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미국은 총의 나라다. 세계에서 해마다 팔리고 있는 총기 중 절반이 미국에서 판매될 정도다. 그래서인지 각종 대형 총기사고도 전세계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21세기 최악의 총기참극은 거의 모두 미국과 관련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인들은 왜 이렇게 총을 좋아할까. 그 유래를 파고들어가면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다. <편집자주>

◇미국의 뿌리 깊은 총기선호사상=대형 총기사고 때마다 어김없이 나오는 것이 총기관련 규제 움직임이다. 특히 학교에서 학생을 상대로 한 총기참극이 벌어지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강력한 행정명령을 동원해 총기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후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오르면서 규제는 흐지부지 되었다.

2016년과 2017년은 총기관련 대형사고가 특히 많았다. 2016년 6월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펄스라는 게이 나이트클럽에서 이슬람계 미국인인 오마르 마틴이란 청년이 총기를 마구잡이로 난사해 49명이 죽고, 53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극이 일어났다.

이듬해인 2017년 10월에는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호텔에서 백인남성이 하비스트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광장을 향해 10여분간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해 60명이 사망하고, 867명이 부상을 당하는 믿기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
어김없이 총기규제 움직임이 있었지만, 단 한번도 성공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막강해도 너무 막강한 전국총기협회=총기참사 때마다 규제론이 확산되고, 실제 입법과정까지 간 적은 있다. 하지만, 번번이 입법과정에서 무산된 것은 그 어떤 이익단체보다 막강한 힘을 지닌 NRA(전국총기협회)라는 단체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NRA는 미국에서 총기산업을 지탱하는 근원적 힘으로 불린다. 흔히 건맨들의 집합소로 불리는 NRA는 미국에서 가장 힘이 센 이익단체 중 하나로 꼽힌다.

NRA는 유엔이 지정한 비정부기구로 공식 인정을 받고 있으며,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와 브라질에서도 총기규제 반대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NRA는 2001년 5월 ‘포천’지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이익단체 1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지금은 사망했지만 십계와 벤허, 혹성탈출 등으로 올드팬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미국 배우 찰톤 헤스톤이 NRA 회장을 맡았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찰톤 헤스톤이 회장을 맡았던 1988~2003년에 NRA는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헤스톤은 이 기간 3차례나 회장을 역임하면서 회원수를 3배이상 증가시키며 NRA의 신화적인 존재가 되었다.NRA의 역사는 18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원수만 5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인 이익단체다.

특이한 점은 주요 회원에 전직 대통령 8명도 포함돼 있다고 NRA가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관련 대통령은 테오도르 루즈벨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존 F 케네디, 린든 존슨, 리차드 닉슨,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아버지 조지 부시 등인데,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하지만 공화당과 민주당을 망라하는 대통령들이 NRA 회원이었다는 주장 하나만으로도 NRA가 얼마나 파워있는 이익단체인지를 짐작케한다.

◇NRA 로비자금만 수천만 달러=CNN 등에 따르면 NRA는 로비를 위해 연간 3000만~4000만달러의 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식 집계로는 상원의원의 43%, 하원의원의 20%가량이 NRA로부터 후원금을 받는다는 소문도 있다.

이런 로비 때문인지, 미국에서는 의회가 총기관련 규제법안을 수차례 상정했지만, 실제 입법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대표적인 사례로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로버트 케네디 전 상원의원 암살 직후인 1968년 총기규제법을 제정했지만 주간 총기거래 금지, 거래인 면허제, 전과자 미성년자 정신병력자에 대한 판매금지 등을 제한하는 수준에 그쳤다.

또 1981년 힝클리라는 정신이상자가 레이건 대통령을 암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 때 백악관 공보비서 제임스 브래디가 머리에 유탄을 맞아 반신불수가 된 후 1993년 의회에서 총기규제를 강화한 ‘브래디법’이 통과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총기구입 시 5일간을 기다려야 하며, 구입 이유를 명시하는 정도였다.

이들 법안들이 번번이 무력화된 것은 NRA가 막강한 자금력과 로비력을 앞세워 배후에서 조종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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