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러 합종해야" 서울대 세미나서 나온 이색적 주장

우윤근 전 의원·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김규현 전 국정원장 제언

이상우 승인 2024.08.02 09:02 | 최종 수정 2024.08.02 09:06 의견 0

법무법인 광장 유라시아 전략연구센터와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주최한 세미나 포스터.@뉴스임팩트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막을 내리면 한국, 미국, 러시아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광장 유라시아 전략연구센터와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지난 1일 진행한 '러우전쟁 종전과 한국의 선택 - 지정학적 운명을 극복할 기회가 온다' 세미나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왔다.

세미나 주요 참석자는 법무법인 광장 유라시아 전략연구센터를 이끄는 우윤근 전 의원, 김태유 서울대 공대 명예교수,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김규현 전 국가정보원장이다.

우윤근 전 의원은 전남 광양시·곡성군·구례군에서 3선을 했으며 문재인 정부 시절 주러시아 대사를 지냈다. 김태유 명예교수는 이공계 출신임에도 문명사 연구로 명성이 높은 학자다. 김규현 전 원장은 외교부 1차관, 국가안보실 2차장을 거쳐 윤석열 정부 첫 국정원장을 역임했다.

발표 중인 김태유 서울대 공대 명예교수.@뉴스임팩트

발제를 맡은 김태유 명예교수는 "지정학적으로 보면 한반도는 연안국의 저주, 변방국의 저주, 자원 빈국의 저주를 타고났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후 한미러 합종이 이뤄지면 3대 저주를 강소국의 축복, 중심국의 축복, 산업 대국의 축복으로 바꾸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연안국은 강, 바다, 호수가 맞닿아 있는 나라다. 김태유 명예교수는 영국, 독일의 공세에 시달린 프랑스 사례를 들어가며 섬나라와 내륙 국가로부터 공격받는 건 연안국의 지정학적 운명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일본으로부터 침략받아 온 한국도 프랑스와 같은 상황이라는 의미다.

김태유 명예교수는 "미국은 중국을 견제해야 하므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할 거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든 미국 민주당이 대통령을 내든 변함없을 전망"이라며 "한국은 중국, 일본과 치열한 경제 전쟁을 벌여야 하지만 러시아와는 공조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 이인자 중국이 치고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러시아를 끌어들일 거라는 말이다. 아울러 러시아는 자원이 많은 대신 산업이 발전하지 않았고 한국은 그 반대인 만큼 협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극항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김태유 명예교수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데도 러시아는 북극항로를 개척할 쇄빙선을 만들고 있다"며 "종전 이후 북극항로가 열리는 대로 한국이 거점 항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를 떠난 유럽 기업의 빈자리에 한국 기업이 치고 들어가야 한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두고 유럽 기업과 경쟁하기보다 러시아에 진출하는 편이 훨씬 이익"이라고도 했다.

쇄빙선은 얼어붙은 바다나 강의 얼음을 깨뜨려 부수고 뱃길을 낼 수 있는 특수 장비를 갖춘 배다. 북극항로는 한반도, 일본 홋카이도, 베링 해협, 북극해, 러시아, 유럽을 잇는 뱃길이다. 한반도에서 믈라카 해협, 수에즈 운하를 지나 유럽까지 가는 기존 뱃길에 비해 이동 거리가 짧아 효율적인 해운이 가능하다.

김규현 전 국가정보원장(사진 왼쪽 첫 번째),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왼쪽 두 번째), 우윤근 전 의원(왼쪽 세 번째).@뉴스임팩트

우윤근 전 의원, 김규현 전 국정원장도 김태유 명예교수와 비슷한 입장를 보였다. 우윤근 전 의원은 "러시아 대사를 지내면서 여러 러시아 정치가와 허심탄회하게 대화했다"며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면서도 러시아와 잘 지낼 수 있다고 했다.

김규현 전 원장은 "한국이 중국, 일본과 경쟁하면서 미국, 러시아와 보완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김태유 명예교수 견해가 인상 깊다"고 했다. "한국은 제국 경험이 없어 세계적 차원에서 전략적 사고를 하는 데 서투르다. 사고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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