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논단] 조현문 화해 제안이 진정성 가지려면

요구 내세우기보다 행동으로 우애 회복 의지 보여야

이상우 승인 2024.07.08 09:04 | 최종 수정 2024.07.08 16:23 의견 0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 부사장.@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10년 넘게 가족과 다퉈온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 PG장(부사장)이 마침내 마음을 고쳐먹은 듯합니다. 그는 지난 5일 기자 간담회를 열어 "효성 경영권에 관심이 없다.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형제들과 화해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버지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형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동생 조현상 HS효성그룹 부회장에 대해 적대감을 드러내던 예전과는 분명 달라진 모습이죠.

다만 조현문 전 부사장이 진정으로 형제들과 잘 지내고 싶은 게 맞는지 의문스럽긴 합니다. 기자 간담회에서 조현문 전 부사장은 효성그룹 불법 비리를 언급하면서 2014년 형을 검찰에 고발한 자신의 정당성을 항변했습니다. 자기가 요청한 효성그룹 계열사 지분 정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적 권리 행사를 포함해 갈 길을 가겠다며 소송 불사 의지를 전하기도 했고요.

게다가 "저 때문에 형제들과 집안이 겪었을 어려움이 있다면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대목에선 고개가 갸웃거려졌습니다. 유감(遺憾·마음에 차지 않아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치인들이나 쓰는 표현이라고 여겨져서죠.

만약 조현문 전 부사장이 "선친과 형의 마음에 너무 큰 상처를 입혔다. 형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아무 조건 없이 형과 화해하겠다. 3형제가 하루라도 빨리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자" 같이 탁 터놓고 입장 표명을 했다면 진정성이 와닿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부대조건을 붙여가며 속내를 시원하게 드러내지 않았죠. 진정성에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요.

일단 효성그룹은 조현문 전 부사장 제안을 물리치진 않았습니다. 효성그룹은 "조현문 전 부사장이 지금이라도 아버지의 유훈을 받들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가족 간에 진정으로 평화와 화합을 이룰 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 같다"고 했죠.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제스처로 읽힙니다.

이제 남은 건 조현문 전 부사장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그가 쌈박한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이면 형제간 화해가 성사될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이걸 해달라, 저걸 도와달라는 요구만 자꾸 내세우면 우애를 회복하기 힘들겠죠. 조현문 전 부사장이 뱉은 말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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