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시각]군에 대한 향수 애정위한 군 고유 문화 만들어야

이장호 승인 2024.07.03 15:18 | 최종 수정 2024.07.03 15:38 의견 0
사진@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모든 것이 변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나이를 먹고 성장하고 변해가듯,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시대의 흐름을 탄다. 문화라는 것의 속성도 영원하지 않고 늘 변화하고 변하는 것이다. 다만, 그 시대를 반영하고 대변하는 고유의 독특한 문화가 있다는 것이 특징일 것이다.

과거이기는 해도 1990대는 불과 30여 년 전인데도 2000년대가 시작되면서 안드로메다 저 멀리의 아득한 과거라는 인식이 많다. 물룬 그 시간이면 한 세대 차이가 되기도 한다. 충분히 문화가 이질적이고 단절된 충분한 시간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군대만이 가진 문화도 많은 변화가 있고 공감하지 못할 정도로 세대 차리가 나는 문화가 있었기도 했다.

요즘의 군대를 보면, ‘군 문화가 있나?’ 하는 의문이 든다. 군대를 갔다 온 청년 세대조차 군에서 느끼고 경험한 독특한 문화의 존재에 대해 선뜻 수긍하지 못한다. 기억에 남는 군 생활의 추억도 적은데 18개월 동안 느낀 문화는 더욱 드물다고 한다. 힘들고 어려웠던 훈련도 없고, 체육대회나 행사 같은 별도의 흥밋거리도 없다는 말을 한다.

유격훈련이나 혹한기훈련같이 지나고 보면 그 시절의 무용담이나 부대별 독특한 전통이나 관례도 이제는 많이 없어져 군대에서만 경험했던 별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 행해졌던 악습과 폐습이 안줏거리가 되던 시절은 지났다. 그런 것을 문화라고 할 수는 없고, 사회와 다른 군대에서 보고 느낀 것에 대한 향수가 적어지는 것이 요즘 군대의 현주소다.

특히, 3년간의 코로나19 시대가 군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긍정적인 방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군은 단체생활을 하는 특성이 기본인데도 코로나19시대에는 아예 모이는 것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사함이 모여야 문화가 생겨나는 법인데,. 그 중심인 사람이 빠지다보니 그동안의 문화도 단절되고 머리에서만 아는 문화로 전락하고 말다보니 점점 잊혀져가며 이제는 그 존재조차 희미해졌다.

병사들은 선임이 전역을 하면 십시일반해서 기념품을 선물하던 나름의 문화가 있었는데, 그 마저도 사라져, 오랫동안 함께 먹고 자고 지냈던 전우들과의 관계조차 금세 잊어버리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돈을 걷어 선물을 사는 악습을 없앴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선후임과 전우들이 오고 가는 불도 모르고 개인주의 성향으로 병사들의 문화가 굳어져가는 것이 다소 아쉽다는 말을 간부들로 들었다.

흔히, 정이 없다는 말인데, 사화까지 이어지던 군대생활의 관계와 인연이 예전보다는 많이 느슨해졌다는데 서운함과 함께 군대에 대한 이미지조차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현상을 안타까워했다.

병사나 간부들이 그저 일정 시간 동안 한 부대에서 생활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떠나가는 식의 군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라를 지킨다는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며 동고동락하는 전우 이상의 관계를 이어가는 군은 나름의 가치와 의미가 있어야 한다. 이를 군대만의 고유한 문화로 이어가야 18개월이든 수십 년이든 군에서 보낸 시간이 가치가 있다는 보람을 안겨줄 것이다.

모병제와 직업 군인제도가 아니어도 군대는 사회와 상당히 다른 문화를 가진 집단이다. 50만 이 넘는 군대지만, 각기 근무했던 부대가 달라 한데 모이면 나름 자기 부대의 자랑이나 독특하고 특별한 문화나 경험을 얘기한다. 그런 문화가 소속 군인들은 단결시키고 소속감을 갖게 하여 끈끈한 정과 사랑을 나누도록 한다. 해병대와 특전사만 자랑스럽고 의미 있는 부대가 아니다.

비록 의문에 의한 군 복무일지라도 사회와는 다른 문화와 전통을 이어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군 구조 개편으로 과거 근무했던 부대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어 아쉽지만, 나름 그 부대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남아 있다. 술자리에서 안줏거리로 꺼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추억과 가주심은 남아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내가 근무했던 화전 사창리의 27보병사단은 ‘이기자 부대’ 였다. 전군에서 유일하게 경계 구호가 ‘이기자’였기에 누구에게나 쉽게 기억되고 마크만 봐도 전우애가 느껴졌던 추억이 있다. 27사단의 문화는 그랬다. 우리만의 리그처럼 27사단 장병들은 서로 잘 챙겼다. 빨간 바탕의 흰 글씨 ‘이기자’는 부대가 없어졌어도 영원하다. 이것이 문화다. 그 소속 군인만이 느끼는 그런.

문화는 변하기도 하고 새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부담이 되는 나쁜 문화가 아니면 된다. 작은 부대라도 나름의 문화가 있다면 좋다. 소속감과 자부심이 있어야 문화가 만들어 진다. 우리가 잘 아는 부대들의 공통점도 이와 같다. 누구나 거쳐 가는 군대라고 하지만, 누구에게나 같은 기억과 의미는 아니다. 군대가 과거의 유산으로 가기 싫고 두렵고 무서운 곳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자신의 추억과 자산을 새로 만드는 곳이라는 인식의 변화를 위해서도 부대 고유의 문화와 전통은 중요하다. 잊히는 군대가 아니라 늘 생각나고 그리운 군대가 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미국에서 한 부대의 홈커밍(Home coming) 행사를 경험하면서 좋은 인상을 받았고, 부럽기도 했다. 멀리서, 심지어 휴가를 내고 외국에서도 참석한 사람들을 보고 무엇이 이들을 여기까지 오게 했는지 의아했다.

단지 아무 의미 없이 거쳐 가고 스쳐 가는 관계가 아니라 머무르고 다시 떠올리게 하는 군대 문화를 만드는 방안을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늘 같은 모습이 아니라 시대 흐름에 맞는 변화를 추구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10년이 지난 후의 군 모습은 어떨 것이고,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고 보는 군은 어떻게 되어 있을지 상상을 해보며 군이 존재할 수 있는 명확한 명분과 존재감을 찾아야 한다. 지금 흘러가는 모습과는 달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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