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논단] 일본 2·26보다 못한 볼리비아군 쿠데타

사회 변혁 의지 없이 볼리비아 국민에 불안감만 안겨

이상우 승인 2024.06.30 01:00 의견 0

쿠데타를 일으켜 수도 라파스 도심에 진입한 볼리비아군.@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세상에 이런 맥 빠지는 쿠데타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 26일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이 주동한 볼리비아군 쿠데타 얘깁니다. 수니가 장군은 수도 라파스까지 탱크와 장갑차를 진격하며 기세를 올리더니 대통령궁을 접수하기는커녕 몇 시간 만에 군을 해산했습니다. 본인은 순순히 경찰에 체포됐고요.

수니가 장군이 무엇을 염두에 두고 쿠데타를 감행했는지는 명확지 않습니다. 체제 전복을 꾀하는 쿠데타가 아니라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을 도우려는 친위 쿠데타였다, 2006~2019년 집권했던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 출마하는 것을 막고자 했다, 군이 정치에 개입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었다 같은 의견이 분분하지만 똑 부러지는 설명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볼리비아군 쿠데타가 쿠데타란 단어의 무게감을 확 떨어뜨렸단 겁니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고 김종필 전 총리가 이끈 5·16 군사정변을 떠올려 보면 느낌이 오죠. 5·16은 좋든 싫든 오늘날 한국을 만든 분기점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볼리비아군 쿠데타는 어린애 병정놀이에 불과합니다.

불분명한 목적, 엉성한 계획, 허망한 결말을 고려할 때 볼리비아군 쿠데타는 1936년 일본에서 발생한 2·26 사건과 비슷합니다. 굳이 따지면 2·26이 더 낫습니다. 2·26을 결행한 일본 육군 소속 청년 장교들은 쇼와 덴노(1901~1989)를 받들고 간신배를 물리친다는 존황토간(尊皇討奸)의 기치라도 내걸었으니까요.

2·26 주역 중 기타 잇키(1883~1937)라는 사상가가 있습니다. 그는 사형장에서 2·26을 가리켜 '도련님에게 투구를 빼앗겨 져 버린 싸움'이라고 말했죠. 청년 장교들이 쇼와 덴노에게 비합리적 충성심을 보인 나머지 사리 분별을 하지 못해 쿠데타가 실패했다는 얘깁니다.

기타 잇키 식으로 볼리비아군 쿠데타를 묘사하면 '투구를 써보지조차 못한, 애초에 투구가 뭔지도 몰랐던 싸움' 정도가 될 듯합니다. 사회 변혁에 대한 의지 없이 그저 볼리비아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을 뿐이니까요. 무책임한 쿠데타를 일으킨 수니가 장군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엄중한 조치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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