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서평] 왕꼰대 나가모리 '일본전산 이야기'
오늘날엔 안 맞는 내용 많지만 배울 점도 있어
이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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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01:00 | 최종 수정 2024.06.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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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개인적으로 '꼰대'라는 단어를 싫어합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권위주의로 찍어 누르면 꼰대가 맞습니다. 문제는 꼰대에 담긴 또 다른 의미입니다. 윗사람의 합리적 충고, 조언까지 부당한 간섭으로 싸잡아 매도할 때 툭 튀어나오는 단어가 꼰대죠.
그런데 일본전산 이야기란 책에 나오는 나가모리 시게노부 니덱(옛 일본전산) 회장은 꼰대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인물입니다. 그냥 꼰대도 아닌 왕꼰대죠.
나가모리 회장은 즉시 한다(Do it now), 반드시 한다(Do it without fail), 될 때까지 한다(Do it until completed), 타협·책임 전가·변명 금지를 외치며 일본전산 직원들을 혹독하게 몰아세웁니다. 현안이 풀릴 때까지 붙들고 늘어져야 하며 주말, 휴일 근무는 지당하다는 나가모리 회장의 일갈이 책 곳곳에 등장하죠.
1944년생으로 1970년대 고도 성장기에 일본전산을 세운 나가모리 회장에겐 미친 듯이 일해 회사를 키우는 게 당연했을 겁니다. 이제는 그런 방식이 안 통하죠. 개인의 권리가 중요해졌으니까요. 회사에 모든 걸 바치라는 강압엔 반발심만 커집니다.
하지만 일본전산 이야기를 왕꼰대의 철 지난 에피소드로 넘기기엔 주목할 내용이 몇 가지 있습니다. 가방끈을 일절 배제하고 하겠다는 의지만 보는 인재 채용 철학, 어중간한 단계에서 일을 그만둬선 안 된다는 마음가짐, 청소·복사·비품 정리를 사소한 잡무로 여기지 않는 태도 등이죠.
특히 눈에 띄었던 대목은 나가모리 회장이 한 직원을 격려하며 한 말입니다. 그는 "너보다 똑똑한 이가 있느냐? 그럼 두 배로 노력하면 된다. 머리 좋은 동료가 오후 6시에 업무를 마치고 룰루랄라 퇴근하면 너는 포기하지 말고 밤 11시까지 매달려 과제를 끝내라. 결국 결과는 같다"고 했습니다.
요즘 세상에 무슨 밤 11시 근무 얘기냐 싶지만 본질은 따로 있습니다. 나가모리 회장이 직무 역량 부족 때문에 사람을 함부로 내치지 않았단 겁니다. 조금만 성에 안 차면 직원을 갈아치우는 경영자가 수두룩한데도요. 부하를 아끼는 보스 기질이야말로 왕꼰대 나가모리 회장의 최고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분명 일본전산 이야기는 오늘날 비즈니스 환경엔 맞지 않는 책입니다. 다만 일본전산을 연 매출액 2조엔(17조4246억원)이 넘는 일본 대표 모터 제조사로 만든 나가모리 회장의 자세를 살피기엔 좋습니다. 큰 기대 없이 배울 건 배운다는 마인드로 일독하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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