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논단] 최태원 이혼 2심 판결, 추가 검토 필요하다

재판부 입장문 발표에도 논란 거세… 납득 힘든 부분 풀어야

이상우 승인 2024.06.20 07:00 | 최종 수정 2024.06.20 07:54 의견 0

최태원 SK그룹 회장.@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 소송 2심 판결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습니다. 최태원 회장 측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2심 재판부가 치명적 오류를 범했으며 1조3808억원에 이르는 재산 분할 액수도 부당하다고 항변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판결 일부를 경정(更正·바르게 고침)했지만 재산 분할 액수엔 문제가 없다며 별도 입장문까지 냈죠.

최태원 회장 측, 이혼 소송 2심 재판부 중 어느 쪽이 법리적으로 옳은지는 법조 비전문가로서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2심 재판부 입장문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혼 소송 2심 재판부는 1998년 옛 대한텔레콤(현 ㈜SK) 주당 가치를 100원으로 잡았다가 계산이 잘못됐다는 최태원 회장 측 지적을 수용해 1000원으로 고쳤습니다. 이에 따라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 최태원 회장의 ㈜SK 성장 기여분도 수정됐죠. 이혼 소송 최대 현안인 ㈜SK 분할에 큰 변동 요인이 생긴 셈입니다.

그런데 이혼 소송 2심 재판부는 변론 종결 시점인 지난 4월 16일까지 최태원 회장이 현직이었다며 판결을 경정한들 재산 분할 액수가 바뀌진 않는다고 했습니다. 최태원 회장이 대한텔레콤 주식을 사들인 1994년, 최종현 선대 회장이 세상을 떠난 1998년, 최태원 회장 부부 관계가 파탄에 이른 2009년을 기준으로 잡던 2심 재판부가 갑자기 2024년을 들고 나온 겁니다. 일종의 골대 옮기기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혼 소송 2심 재판부는 최종현 선대 회장이 한국이동통신 인수 같은 모험적 경영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엔 노소영 관장 부친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선대 회장, 최태원 회장 재산 형성에 이바지했으므로 노소영 관장이 기여분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죠.

SK그룹이 한국이동통신을 사들인 시기는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입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3당 합당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한솥밥을 먹긴 했지만 민주화 투사였기 때문에 군사 정권 연장선인 노태우 정부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김영삼 정부 실세들도 마찬가지였고요. 이런 판에 노태우 전 대통령과 사돈지간이라는 게 SK그룹에 무슨 도움이 됐겠습니까.

이혼 소송 2심 재판부는 판결을 둘러싼 시비를 차단하고자 입장문을 발표했겠지만 결과적으로 논란을 더 키워 버렸습니다. 이처럼 납득하기 힘든 측면이 많은 판결이 그대로 확정돼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건을 심리할 대법원 재판부가 추가 검토의 필요성을 충분히 헤아려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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