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시각]감동을 주는 삶은 행복하다

창군 80년 매년 20만 전역
병사에 감동주는 군대문화

뉴스임팩트 승인 2024.06.09 01:00 | 최종 수정 2024.06.09 16:19 의견 0
사진@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 내가 봤던 영화나 드라마, 연극 등 여러 문화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최고로 손꼽는 것은 10여 년 전에 봤던 TV드라마 ‘미생’이다. 만화로도 인기가 있던 내용을 드라마로 제작해 직장인들의 큰 호응을 받았고, 사회적으로도 큰 공감을 얻어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 드라마로 기억한다.

그 드라마가 인기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드라마 내내 우리 머릿속에 있던 불편함을 해결해주던 주인공 ‘장그래’의 인성이 아니었나 한다. 바득 선수로 살아가던 주인공인 회사에 입사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고충과 사회적 편견과 벽을 받아들이는 그만의 방식이 앞으로 그의 인생이 어떻게 될까하는 궁금증으로 마지막 회까지 긴장을 하며 시청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행히도 해피엔딩으로 드라마가 끝나면서 그 기대가 큰 보상을 받은 느낌이었다. 드라마가 그러하듯 결국 선한 주인공이 성공하고 악인은 벌을 받는 구조였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는 더 통쾌했다는 평가다.

우리는 살면서 언제 감동을 받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할까? 남을 도와주거나 어려움을 극복하거나 피나는 노력을 성공을 했을 때, 경이로운 광경을 마주했을 때 등 감동이 물결처럼 마음속에 요동치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우리 마음에는 선한 면이 누구에게나 있다고 한다. 성선설과 성악설을 두고 설전이 벌어졌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의견은 인간은 태생적으로 순수하고 선한 상태로 태어나 살아가면서 어느 정도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악의 성향이 많은 사람들은 그 악함이 다른 사람에 비해 더 일찍 그 성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어느 부류나 평균적으로 95%는 정상 분포에 속한다. 특이한 5%가 있을 뿐이다.

감동은 생각을 하는 종(種)은 다 느끼는 감정이다. 동물들도 감동을 느낀다. 다만, 우리가 못 알아듣는 것뿐이다. 감동은 사람을 정화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마술 같은 효과가 있다. 결국 감동이 많은 삶이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감동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감동은 무엇보다 관계를 좋게 하거나 발전시키는 효과가 있고 지속 효과가 길다는 장점이 있어 이를 활용한 여러 실용적인 방안이 우리 주변에서 나름의 가치를 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감동을 위한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감동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고 자신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발휘한다. 정상 범위보다 조금만 더 그리고 정성을 들이면 감동의 단계로 넘어간다. 공무원이 국민의 공복(公僕)으로서 봉사하는 것의 기본 바탕이 감동이다. 서비스업의 최고 목표가 ‘고객 감동’이라는 것을 보면, 감동의 가치를 알 수 있다.

군은 상명하복과 수직문화, 인간미가 없는 등 사람의 조직임에도 인간미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한 사람 이상이 모이면 사회가 되는 것을 보면, 많은 젊은이들이 같이 모여서 먹고 생활하고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군대는 상당히 큰 조직이다. 국가안보라는 공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비영리집단이기도 하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기에 사적인 감정을 내세울 필요가 없기도 하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 자의 역할만 잘 하면 되는 집단이기도 하다.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라는 말도 ‘위와 아래가 함께 하는 것’이 관건이다. 특히, 상(上)에 해당하는 간부와 상급자가 부하인 하(下)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바탕이 된다면 그렇게 될 것이다. 여기에 감동이라는 양념이 더해지는 노력이 있다면 그 효과를 더 오래 지속될 것이다.

군에 대한 신뢰는 고객인 병사와 부모 감동이 출발점이다. 아직도 군에 대해서는 의심과 우려의 눈길과 걱정이 많다. 그동안 군이 노력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군대는 아직도 1900년대의 구식 군대라는 인식이 깔려 있어 군을 온전히 믿고 자식을 군에 맡기기에는 불안함이 많다.

그러나 군이 병사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만족감을 준다면 신뢰는 당연한 결과로 따라온다. 군이 군 본연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군 간부들이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공복(公僕)으로서의 자세를 보여주면 된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런데 이게 잘 안되니 고민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잘해주는 것은 아니다. 군이 해야 할 것을 해야 한다. 강군으로서의 포지션을 확고하게 굳히는 노력이 우선이다. 미군이 강하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미군을 신뢰한다. 훈련도 정말 힘들게 제대로 한다. 무기도 좋고, 복지도 좋다. 그리고 어떠한 위협과 전쟁에서도 승리하는 군대의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미국인들이 군을 믿고 군에 좋은 점수를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런 군이 되어야 한다. 고객인 국민에게 훌륭하고 강한 군대라는 감동을 주어야 한다. 군 고유의 가치와 함께 군 구성원들이 만족하고 감동받는 정책과 문화를 발전시키는 노력과 고민을 해야 한다. 군이 벌써 80년을 향해 가고 있다. 과거 정치에 관여하거나 구태의연한 잔재와 악습이 난무했던 군이 아닌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국민의 군대라는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 과연 군은 이런 목표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매년 20만 명 이상의 병사들이 전역을 한다. 군에서 좋은 경험을 하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인생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 군대가 되었다면, 군에 대한 좋은 인식으로 군을 응원할 것이다. 언론사에 홍보한다고 고생하지 말고 고객인 병사들을 감동시키는 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병사들에게 잘 보이고 편하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군이 무엇을 하는지 제대로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야 군은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다.

이제 세상도 변하고 세대도 변했다. 아쉬움과 걱정, 불안이 없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동을 경험하는 군 생활을 위해 상하가 다 같이 노력하고 제 할 일을 잘 하는 군이 되기를 기대한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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