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논단] 시진핑 숙청 따라하는 푸틴

쇼이구 국방장관 경질 이후 대대적 물갈이… 권력 강화 의도

이상우 승인 2024.06.06 07:00 의견 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 왼쪽)과 사진핑 중국 국가주석.@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2015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미화하는 노래가 중국 내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제목은 '시집가려면 시다다 같은 남자를 만나라'였죠. 시다다는 시 아저씨라는 뜻으로 시진핑 주석 애칭입니다.

노래가 워낙 일방적인 시진핑 주석 찬양가여서 들을 가치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인상 깊은 구절이 하나 있습니다. '시다다가 파리든 호랑이든 어떤 요물이든 다 때려잡아 도망 못 가게 하신다'는 대목입니다. 호랑이는 고위 관료, 파리는 하위직 간부를 가리킵니다.

노래에도 나올 만큼 시진핑 주석은 잔혹한 숙청을 통해 최고지도자로서 입지를 강화해 왔습니다. 정적이었던 저우융캉 전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보시라이 전 충칭시 공산당위원회 서기를 날렸죠. 부패 혐의를 받은 공무원들도 대거 잘라냈고요.

지난해 말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진핑 주석이 2012년 집권한 후 공산당 규율기구가 크고 작은 범죄를 문제 삼아 500만여명을 처벌했다고 했습니다. 마오쩌둥 이래 가장 강한 중국 권력자로 꼽히는 시진핑 주석의 위상은 숙청에서 나온 셈입니다.

이러한 시진핑 주석의 수완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배웠나 봅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최측근으로 꼽히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내친 다음 러시아군과 국방부를 물갈이하고 있습니다. 바딤 샤마린 러시아 육군 참모차장(중장), 티무르 이바노프 국방차관을 포함한 거물급 인사들이 부패 혐의로 실각했죠.

시진핑 주석이 그랬듯 푸틴 대통령도 겉으로는 기강 다잡기와 부패 추방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죠. 러시아군과 국방부를 친정 체제로 재편성해 권력 기반을 굳히고 싶은 겁니다.

푸틴 대통령의 칼춤이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만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을 비롯한 지휘부를 흔들진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푸틴 대통령 마음먹기 나름이겠죠. 그가 절친 시진핑 주석처럼 파리든 호랑이든 다 때려잡을 건지, 적당한 선에서 그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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