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삼성전자 부사장 "주간업무보고, 그룹장까지만 공유"

지난 4일 삼성전자 특허 정보 유출 5차 공판서 증언

이상우 승인 2024.06.05 07:24 의견 0

마이크로소프트 인공지능 플랫폼 빙(Bing)이 생성한 기업 기밀 유출 이미지.@빙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삼성전자 DS부문 IP(지식재산권)팀장을 지낸 전직 임원이 "DX부문 IP센터 주간 업무 보고는 기본적으로 그룹장(부장~상무급이 맡는 직책)까지만 공유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사업 부문은 DS와 DX로 나뉜다. DS는 디바이스 솔루션(Device Solutions)의 약칭으로 반도체 사업을 뜻한다. DX는 디바이스 경험(Device eXperience)을 가리킨다. 휴대폰, 생활 가전, 영상 디스플레이, 의료 기기 사업이 DX에 속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를 심리하는 5차 공판기일을 지난 4일 열었다. 피고인은 전 삼성전자 IP센터 직원 이 모 씨와 박 모 씨다.

검찰은 지난 1월 이 씨와 박 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 씨는 구속, 박 씨는 불구속 기소다. 두 사람은 삼성전자 IP센터 라이센싱팀에서 특허 계약 업무를 했다. 2019년 4월 조직이 DX부문 IP센터와 DS부문 IP팀으로 갈라졌다. 이 씨는 DS부문 IP팀, 박 씨는 DX부문 IP센터로 갔다.

검찰에 의하면 이 씨는 2019~2020년 박 씨로부터 91회에 걸쳐 삼성전자 특허 정보가 포함된 DX부문 IP센터 주간 업무 보고 파일을 받았다. 그는 2021년 8월 삼성전자 재택근무 시스템에 접속해 스테이턴 테키야 특허 분쟁 보고서를 얻은 후 이를 안승호 전 부사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안승호 전 부사장은 삼성전자 IP센터장으로서 특허 분야를 총괄하다가 2019년 회사를 떠났다. 그는 2020년 시너지IP라는 특허 기업을 설립한 뒤 삼성전자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스테이턴 테키야는 미국에 있는 특허 관리 전문 회사다. 시너지IP와 힘을 합쳐 미국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여러 건의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5차 공판 때 증인으로 송원득 전 삼성전자 부사장이 출석했다. 1964년생으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박사 출신이다. 지난해 말까지 DS부문 IP팀장으로 일하다가 비상근 자문으로 물러났다.

송원득 전 부사장은 "주간 업무 보고는 그룹장까지 공유하되 DS부문 그룹장이 DX부문 IP센터 주간 업무 보고 자료를 받을 순 있다"며 "DS, DX를 엄격히 구별하지만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현안이 생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을 이끄는 그룹장부터는 업무 유관자로 여겨 자료를 전한다"고 했다.

아울러 송원득 전 부사장은 피고인 이 씨의 경우 DX부문 IP센터 주간 업무 보고에 접근할 권한이 없는 데다 업무 유관자도 아니라고 했다.

이 씨 측은 그룹장이 아닌 피고인 박 씨가 DX부문 IP센터 주간 업무 보고 자료를 받은 사실을 지적하며 자료 공유가 보안 정책 위반이 맞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송원득 전 부사장은 "(박 씨가 속한) 라이센싱팀은 타사와 특허를 협상해 계약을 체결한다. 기술을 알아야 하고 특허에 대한 삼성전자 입장까지 이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라이센싱팀에 주간 업무 보고 자료가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자료를 공유하려면 부서장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박 씨가 개인적으로 이 씨에게 자료를 보내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씨 측은 2019년 4월 이후에도 DX부문 IP센터와 DS부문 IP팀이 서울 서초구 우면동 연구·개발(R&D) 센터에 함께 있었다며 그해 말 DS부문 IP팀이 경기 용인시 기흥구 사업장으로 떠나고 나서야 조직 분할이 완성된 게 아닌지 질문했다.

일본어에 능하고 일본기업 특허 사정을 잘 아는 이 씨가 조직 분할 과도기에 DX부문 IP센터와 업무 협력을 하면서 주간 업무 보고 자료를 받은 것 아니냐는 얘기다.

송원득 전 부사장은 "물리적으로 DX부문 IP센터와 DS부문 IP팀이 확실히 떨어진 시기는 2019년 말"이라면서도 "업무는 그해 4월 분명히 나뉘었다. DS부문 IP팀 그룹장도 아닌 직원(이 씨)이 DX부문 IP센터 일이나 주간 업무 보고에 관여하진 않았다"고 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2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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