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무기 전시회 다툼 멈춰야" 목소리 내는 방산업계

디펜스엑스포·육군협회 갈등에 전시회 쪼개질 판

이상우 승인 2024.05.08 08:35 | 최종 수정 2024.05.08 12:12 의견 0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모습.@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지상 무기 방위산업 전시회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격화하면서 방산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진흙탕 싸움을 그만두고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8일 방산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 주관사인 디펜스엑스포(IDK)가 육군협회와 전시회 개최 문제로 다투고 있다. 양측은 여론전에 이어 법정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주관사는 행사 진행과 운영을 담당하는 업체다.

국내 최대 지상 무기 방산 전시회로 꼽히는 DX KOREA는 2014년 시작됐다. 육군협회가 2년마다 주최했다. 국방부와 육군본부가 후원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전시장에서 치러졌다.

IDK는 방산 전시회 전문 기업이다. 2013년 설립됐다. 2014년부터 줄곧 DX KOREA 주관사를 맡아왔다. 육군협회는 육군을 후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2007년 만들어졌다. 고(故) 백선엽 초대 회장, 김판규 2대 회장에 이어 권오성 회장이 육군협회를 이끌고 있다. 세 명 모두 육군 대장, 육군참모총장을 지냈다.

양측은 수익금 분배 이슈 등으로 대립하다가 지난해 끝내 갈라섰다. 육군협회는 DX KOREA가 아닌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 전시회(KADEX)를 열겠다고 했다. 새 주관사로 국내 최대 전시업체인 메쎄이상을 선정했다.

IDK는 육군협회에 반발해 사업 주관사 지위 확인 소송, 입찰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잇달아 제기했다. 소송은 추후 지정(기일을 나중에 정한다는 의미)돼 있다. 가처분은 1심에서 IDK 신청이 기각됐다. 항고심 심문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육군협회는 협회대로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 국내 방산 발전을 이끌 수 있는 글로벌 전시회를 치르려면 주관사를 바꿔야 했다는 것이 육군협회 설명이다.

아울러 육군협회는 국방부, 육군, 방위사업청 모두 KADEX 2024를 후원하기로 했으며 국내 방산 대기업과 해외 주요 인사(VIP)들도 KADEX 2024 참여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DX KOREA와 상관없이 KADEX를 밀어붙이겠다는 얘기다.

DX KOREA 2024는 오는 9월 25~28일 킨텍스에서 일정이 잡혀 있다. KADEX 2024는 오는 10월 2~6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릴 계획이다. 계룡대는 육군본부를 비롯해 3군 본부가 있는 통합 군사 기지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육군협회가 IDK와 타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현실적으로 육군협회가 추진하는 KADEX 2024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지만 지나치게 IDK를 구석에 몰아세워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 진행되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조차 VIP 접촉이나 비즈니스 면담에 한계가 있다. 계룡대에서 방산 전시회를 하는 건 효과가 불투명하다"며 "DX KOREA와 KADEX의 교통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방산업체들로선 KADEX 대신 DX KOREA를 택하긴 힘들다"면서도 "육군협회가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모습이 썩 보기 좋진 않다"고 했다.

방산 전문가들도 원만한 해결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글로벌 위상을 높이고 있는 국내 방산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상생하는 방산 생태계 구축을 위해 IDK와 육군협회가 조속히 합의하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최기일 교수는 IDK와 육군협회가 자율적으로 합의해야 하며 정부가 개입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 단체가 주관하는 방산 전시회에 정부가 관여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어려워도 양 기관이 스스로 타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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