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얼마 전 내가 운동하는 헬스장에 신기하고도 낯선 풍경이 펼쳐져 운동하는 사람들의 이목을 잡은 일이 있었다. 병사 5명이 군복을 입고 운동을 하고 있던 것이다. 일반 헬스장에서 군복을 입은 군인도 의아하지만, 한두 명도 아니고 다섯 명이 함께 땀을 흘리는 모습이 매우 이채로웠다.
그 날이 평일이었으니 휴가를 나왔을 것으로 예상했다. 귀한 휴가 중에 헬스장에 와서 운동이라니, 상당히 의외의 현상이어서 나도 그들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그 병사 중 아마 한 명이 헬스를 많이 해서 그런지 몸도 좋았고, 다른 병사들에게 운동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주변에서 운동하는 다른 분들도 의이하고 신기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군인들이 운동하러 온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내 경험을 되짚어보면, 200년대 초반에 군에 ‘몸짱’ 열풍이 일었던 기억이 있다. 변변한 운동기구도 없던 일반 부대에서 병사들이 운동기구를 만들어 몸을 만들었던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축구와 농구보다도 더 인기가 있어 근육을 자랑하는 병사들이 웃통을 벗고 다니던 모습이 기억난다. 배우 권상우씨가 주연했던 영화의 영향이 커서 너도나도 몸만들기에 구슬땀을 흘렸던 분위기였다.
육군 특전사나 해군 UDT/SEAL 등 특수부대 장병들의 멋진 몸이 남자들이 부대의 자존심을 걸고 서로 경쟁했던 ‘강철부대’라는 TV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군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고 한다. 일반 군인과는 달리 몸도 좋고 정신력도 강하고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악착같은 모습에서 일반 시청자들은 군에 대해 상당한 신뢰와 박수를 보냈다. 군인인 내가 봐도 멋져 보았으니, 일반 시청자들의 눈에는 더욱 특별하고 멋진 남자의 모습으로 비쳐졌을 것이다.
군인뿐만 아니라 소방관들도 해마다 몸짱 소방관을 선발해 달력을 제작해 그 수익금을 기부하는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달력에서 멋진 몸을 자랑하며 소방관임을 뽐내는 그 자태는 가히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 달력이 소방관들의 이미지를 좋게하는데 당연히 크게 기여하고 있다. 모든 소방관들이 달력에 나오는 그들과 같이 멋지고 힘도 세서 화재 현장에서 우리를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요즘 군에서 운동을 그리 많이 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풋살장도 있고 헬스장도 있고 탁구장도 있을 정도로 여건은 구비되어 있다고 하는데 실제 운동하는 군인들은 별로 없다고 한다. 아마도 개인 성향이 강한 요즘 병사들과 간부들의 생활리듬이나 습관이 운동과는 그리 친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병사들도 군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개인 시간이나 휴일에 휴대전화와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운동에 시간을 할애하는 장병들은 더욱 줄어들었다. 군사훈련과 체력단련 등 육체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강한 체력을 키우는 것이 군의 능력이자 힘의 원천인데, 과거에 비해 체력단련이나 운동에 투자하는 시간이 상당히 줄어들어 그 능력을 감소하는 느낌을 받는다.
직업군인인 간부들조차 1년에 한 번 하는 체력검정에서 불합격 기준인 3급을 통과하는 것을 목표로 할 정도로 신체적인 능력의 중요성이 퇴색되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군인들이 정신·육체적으로 국민보다 강해야 군인으로서의 임무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데, 나약하고 힘없는 군인이라면 과연 국민이 믿을 수 있을까?
그러다보니 헬스장에서 운동하던 그 병사들이 더욱 눈에 들어온 것이다. 개인적인 목적으로 운동을 하지만, 어찌되었던 그들이 군복을 입고 운동을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들은 군인이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다다는 점에서 그 병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군대가 행정업무도 많고 다른 일들도 많겠지만, 본연의 임무 수행을 위한 체력을 키우고 정신력을 강하게 하는 일을 소홀히 한다면 근본이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우리 군이 국민으로부터 믿음을 받고 격려를 받으려면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능력과 임무를 잘 해야 한다.
군대는 안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고, 군에 가더라도 편하고 좋은 곳에서 근무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비난하거나 잘못되었다고 욕하고 싶지는 않다. 개인의 선택이고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이상적인 선택을 하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 그럼에도 군이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전문기관이라면 그 역할을 잘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하고 효과적으로 시행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국군의 날 행사 시가행진에 나오는 군인들은 정말 멋져 보인다. 모든 군인들이 그 정도로 훈련이 잘 되어 있고 늠름한 모습이라면 아마도 북한의 도발이나 침략에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그건 일부의 보여주기 행사라는 것을. 그 행사를 위해 엄청 고생한다는 것도...
병사들이 18개월 동안 군대에서 사회에서 경험할 수 없는 특유의 훈련과 문화 등을 제대로 얻어 간다면 전역 후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휴대전화와 개인적인 성향에서 벗어나 같이 어울리고 운동하고 훈련하고 생활하는 동안 사회를 미리 경험하고 앞으로 다가 올 미래를 자신감 있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다. 군 덕분에 인생의 친구를 얻고 방향을 설정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헬스장에서 만났던 병사들의 여운이 오래 남는 것도 같은 이유다. 건강하고 건전한 생활과 인성을 지는 대한민국 20대 청년들의 역동적이고 적극적인 움직임과 생각이 군과 이 사회를 더욱 풍요롭고 건정하게 만든다는 생각으로 많은 장병들이 ‘멋진 군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군가 중에 ‘멋진 사나이’가 있다. 그 가사처럼 싸움도 잘 하고 사랑도 잘 하는 그런 사나이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멋진 사나이가 된다, 군가만 부른다고 멋진 사나이가 되지 않는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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