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시진핑과 마크롱의 위험한 브로맨스

미국주도 대중압박 균열
마크롱 다자주의

최진우 승인 2024.05.07 14:35 의견 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프랑스 국빈 방문은 여러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고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공고한 전선을 펼치고 있는 대중국 압박 전선에 정면으로 균열을 내겠다는 대담한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왜 하필 프랑스냐에 대한 궁금증이 먼저 떠오른다. 프랑스는 영국, 독일과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강대국이면서도, 이들 국가와는 결이 다른 독자노선 성격이 강한 국가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내에서도 대표적인 다자주의 지지론자다. 그는 평소 “프랑스는 미국의 속국이 아니다”라며 “프랑스는 어떤 국가와도 대화할 수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

마크롱이 지난해 4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은 마크롱에게 특급대우를 했다. 시진핑은 마크롱이 광저우를 방문했을 때 그곳까지 달려가 비공식 만찬을 가질 만큼 최상의 대우를 했다. 시진핑이 외국정상의 지방 시찰지까지 찾아가 환대를 베푼 것은 중국 입장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행보로 해석됐다.

시진핑이 이번 유럽 방문에서 가장 먼저 프랑스를 찾은 것도 작년에 각별하게 드러냈던 프랑스에 대한 구애작전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시진핑은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유럽순방에 나선 것이다.

프랑스외에 순방국 중 헝가리와 세르비아를 선택한 것은 이들 국가들이 친중국 성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헝가리와 세르비아는 유럽 각국의 대중국 제재 움직임 속에서도 중국에 우호적인 행보를 보였었다.

시진핑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헝가리, 세르비아를 잇달아 순방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압박 전선에 커다란 구멍을 내려고 마음먹은 듯 하다. 마크롱이 평소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인데다, 다자주의를 주창하며 중국과의 무역확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시진핑의 유럽전선 허물기에 딱 들어맞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중국 측의 판단이다.

하지만, 마크롱이 시진핑 뜻대로 호락호락하게 중국편을 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 프랑스가 시진핑의 방문에 앞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유럽 주요 국가 입찰에 참여한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EU의 역외보조금 규정(FSR) 위반 여부 조사를 강화하는 등 반중국 정서가 여전히 프랑스 내에서 강하기 때문이다.

시진핑으로서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프랑스에 대규모 선물 보따리를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라, 중국시장에 대한 프랑스 제품의 접근을 완화시켜주는 등 프랑스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조치를 취할 공산이 높다는 것이다.

프랑스를 필두로 시진핑은 유럽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EU는 중국의 최대 무역파트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강대강으로 맞붙고 있는 상황에에 유럽까지 잃을 경우 중국의 경제에 치명타를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EU 입장에서 프랑스에 대한 중국의 지나친 접근을 매우 경계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시 주석의 프랑스 방문에 때맞춰 “우리(EU)는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매우 냉철히 판단하고 있으며 (시장에서의) 경쟁이 공정하고 왜곡되지 않도록 행동할 것”이라고 말해 중국과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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