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전쟁영화 이야기(20)] 밀리터리 스릴러 ‘공동경비구역 JSA’

최진우 승인 2024.04.19 15:00 의견 0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뉴스임팩트 자료사진]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박찬욱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수많은 전쟁영화 중에 스릴러물로는 손꼽히는 수작이다.

남북이 대치하는 DMZ 안에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사이에 둔 남북의 초소 군인들 사이에 뜻하지 않은 우정이 싹트고, 결국 이 우정은 비극으로 끝난다는 설정의 이 영화는 2000년 개봉 당시 상당한 충격과 화제가 됐었다.

박상연의 장편소설 ‘DMZ’가 원작인 이 영화는 DMZ 수색 중 지뢰를 밟아 목숨을 잃을 위기에 놓인 이수혁 병장(이병헌 분)이 북한군 중사 오경필(송강호 분)과 전사 정우진(신하균 분)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다. 이를 계기로 두 초소군인들 사이에 우정이 싹텄고, 급기야 이수혁 병장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군 초소를 방문한다.

계속되는 이수혁 병장의 북한군 초소 방문은 우정으로 발전하고, 이수혁 병장은 같은 초소병 남성식(김태우 분)까지 끌어들여 북한군 초소에서는 거의 날마다 네 명이 모여 마치 오래된 친구들처럼 담소를 나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이들의 우정은 우연히 그들이 만나는 장면을 목격한 북한군 장교에게 들키면서 극적으로 비극으로 치닫는다.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긴장된 대치 상황에서 돌아가던 카세트 음악 테이프가 딸깍 소리와 함께 반대방향으로 돌자, 남성식은 급발진하여 북한군 장교를 사살하고, 정우진까지 사살한다.

극도로 흥분한 이수혁은 오경필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수차례 방아쇠를 당기지만, 격발 불량으로 총탄이 나오지 않았다.

남성식과 이수혁이 정신이 나간 듯한 상황에서 오경필은 남성식의 총을 빼앗아 북한군 장교를 확인사살한 후 이수혁과 남성식에게 남측초소로 돌아갈 것을 지시한다. 그러다가 자신도 알리바이가 필요하다고 느낀 오경필은 이수혁에게 자신의 어깨에 총을 쏠 것을 지시한다.

이수혁과 남성식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힘겹게 건너 남측 초소로 향하는데, 이 과정에서 총소리를 듣고 뛰쳐나온 남북 군인들간에 치열한 총싸움이 벌어진다.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중립국 감독위원회 소속의 한국계 스위스 국적의 소피장 소령(이영애 분)이 파견되어 당사자들의 면담을 통해 사건의 실체에 다가간다조사 과정에서 남성식은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창밖으로 몸을 던져 자살하고, 이수혁 역시 모든 조사과정이 끝난 후에 스스로 총으로 자살한다.

남북간에 가장 극한 대치상황인 DMZ를 소재로, 그것도 남북한 초소병 사이에서 우정을 키우고 서로 친형제처럼 지낸다는 영화의 설정은 제작 당시 극우반공세력들에게 공격을 당할 것이란 우려가 컸었다.

하지만 영화 개봉 직전에 6.15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어 남북 화해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영화는 별다른 소동없이 전국 관객 579만명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했다.

박찬욱 감독은 남북해빙 무드가 아닌, 최악의 대결국면에서 영화가 개봉되기를 기대했다면서 오히려 이런 해빙무드속에 영화가 개봉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영화 초반에 판문점을 구경온 외국인 관광객의 모자가 남북경계선을 넘어오자 오경필은 이를 집어서 전해주는데, 영화 마지막에 이수혁과 남성식, 정우진이 이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이 흑백사진으로 표현되어 관객에게 진한 여운을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평점: ★★★★★ (5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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