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욱 서강대 교수 "이란·이스라엘 전면전 가능성 작다"

17일 세미나서 밝혀… 신동찬 율촌 변호사도 "경제 제재로 갈 것"

이상우 승인 2024.04.18 09:21 | 최종 수정 2024.04.21 14:47 의견 0

법무법인 율촌이 개최한 중동 정세 세미나에 참석한 신동찬 율촌 변호사(사진 왼쪽)와 이근욱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세미나 화면 캡처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국내에서 중동 전문가로 손꼽히는 이근욱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면전에 들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근욱 교수는 1970년생으로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왔다. 28회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서울대 외교학과 대학원(석사)을 졸업했다. 미 하버드대에서 국제정치이론과 군사 동맹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비롯해 여러 저서를 남겼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율촌은 온라인 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해 중동 정세를 다루는 세미나를 지난 17일 열었다. 이근욱 교수와 신동찬 율촌 변호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신동찬 변호사는 1971년생으로 서울대 사법학과를 나왔다. 사법연수원을 26기로 수료했다. 경제 제재, 중동 분야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으로 평가받는다. 율촌에서 국제경제 제재팀장을 맡고 있다.

지난 13일 이란 공습에 대응하는 이스라엘 방공망.@출처=연합뉴스

먼저 발표에 나선 이근욱 교수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긴장은 디에스컬레이트(de-escalate·단계적으로 줄어들다)될 것"이라고 했다. 양국이 미사일 폭격이나 핵무기 사용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보다는 일정한 수준에서 국면을 관리할 거라는 얘기다.

그는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이란 대사관을 공습해 이슬람 혁명 수비대(IRGC) 장성을 포함한 16명이 사망했다"며 "보복에 나선 이란은 지난 13일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무인기) 170여기, 탄도 미사일 120발, 순항 미사일 30여발을 발사했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팔레스타인 독립 문제 등을 두고 오랜 기간 팽팽히 맞서왔다.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이란 대사관을 타격한 이유는 국내외에서 거세게 비판받고 있는 벤야민 네타냐후 정권의 위기 돌파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근욱 교수는 "이스라엘은 방공망을 펼쳐 이란의 공격을 완벽하게 방어했지만 1조5000억원 이상을 썼다"며 "1년 국방 예산 22조여원의 7%를 하루 만에 날린 셈"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이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란 의미다.

이어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격을 99% 막아냈다고 언론 보도에 나오지만 더 세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미 해군, 요르단 해공군이 이란 미사일 방어를 도와줬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미 해군, 요르단 해공군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정보를 공유했다"고 했다.

이근욱 교수는 "이란이 쏘아 보낸 드론, 탄도 미사일, 순항 미사일은 미국과 중동 여러 국가의 공조로 이스라엘에 도착하기 전 대부분 격추됐다"며 "이스라엘 안보에 기여한 미국과 중동 국가들은 이스라엘에 신중한 움직임을 요구할 수 있는 발언권을 갖게 됐다"고 했다.

아울러 이근욱 교수는 "미국과 중동 국가들이 원하는 건 이스라엘·이란 갈등이 폭발하지 않게 상황을 통제하는 거다. 이스라엘이 이를 무시할 수 없다"며 "따라서 이스라엘이 이란에 반격한다 해도 과격한 무력행사보다는 사이버 전쟁, 이란 반정부 세력 후원, 이란 물류를 실어 나르는 선박 타격 같은 방안을 택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이근욱 교수는 "이란이 진심으로 전쟁을 벌일 마음이었다면 이스라엘을 직격할 수 있는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단체 헤즈볼라를 동원했을 것"이라며 "헤즈볼라는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이란도 상황 통제를 원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출처=연합뉴스

다음 발표자인 신동찬 변호사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스라엘을 자제시키기 위해 이란에 새로운 경제 제재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이란에 대한 제재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들 모두 군사적 대응이 아닌 경제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며 "이스라엘과 이란의 정면충돌을 막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신동찬 변호사는 "경제 제재가 시행됐을 때 이란과의 거래로 제재 대상자가 되면 자산 동결, 금융 시장 접근 금지, 평판 하락 등을 감수해야 한다. 이란과 우연히 거래했을 경우에도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며 "이에 대비해 기업은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 조직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더불어 신동찬 변호사는 "프랑스 BNP파리바은행, 한국 기업은행은 이란과의 금융 거래로 큰 리스크를 맞은 적이 있다"며 기업들에 주의를 당부했다.

BNP파리바은행은 2014년 경제 제재 대상인 이란, 수단, 쿠바와 금융 거래를 한 혐의로 89억달러(12조3176억원)의 벌금을 미국 정부에 냈다. 기업은행은 2020년 이란과의 금융 거래 때문에 벌금 8600만달러(1190억여원)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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