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미국대선 운명 가를 트럼프 재판 시작

96명 배심원 중 60명 자진사퇴
트럼프 검찰 줄다리기 배심원 선정 못해
재판 열릴 뉴욕 맨해튼 민주당 초강세 지역 트럼프 재판연기 요청

최진우 승인 2024.04.17 15:50 의견 0
뉴욕재판정 출석에 앞서 기자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트럼프 전대통령@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현재로선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맞붙어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공화당 대선후보다. 이미 공화당 내에서는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런 트럼프에게 가장 큰 정치적 고비이자, 리스크가 될 트럼프 재판이 막을 올렸다. 이른바 ‘성추문 입막음 의혹’에 대한 재판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 자격으로 법정에 서는 것이 미국 역사상 처음인데다,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미국 대선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재판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정치적 논란을 이유로 재판 첫 날 배심원을 한 명도 선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법체계는 검사와 피고인 변호사 간의 진실공방을 배심원단이 지켜본후 배심원단의 표결을 통해 유죄 혹은 무죄 여부를 가린다. 배심원단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성향의 배심원이 배정되느냐에 따라 트럼프의 유불리가 결정되는 상황이다.

사건의 담당 판사는 96명의 예비 배심원들을 상대로 정치적 성향을 포함해 트럼프에 대한 편견이나 개인적인 태도를 버릴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60여명은 공정한 판단이 어렵다는 이유로 자진 사퇴했고, 9명은 다른 이유로 배심원 자격을 스스로 포기했다. 이렇게 남은 배심원 후보는 약 30명 정도이지만, 검찰측과 트럼프 측의 줄다리기로 인해 정작 배심원을 단 한명도 선정하지 못한 것이다.

사실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 자격으로 법정에 출두하는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단이 정치적 성향을 완전히 배제한채 과연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는 진작부터 제기되었던 사안이다.

정당정치에 충실한 미국 유권자의 절반은 공화당 지지자이고, 남은 절반은 민주당 지지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당파가 있지만, 전체 유권자 분포를 보면 공화당과 민주당이 양분하는 정치 지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공화당 유력 대선후보인 트럼프에 대한 배심원단의 판단은 정치 성향에 근거하여 긍정과 부정으로 갈릴 수 밖에 없다. 이런 정치적 감정이 재판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검찰과 피고인측의 인식이다.

정치와 전혀 상관이 없는 배심원단을 구성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넌센스라는 지적도 있다. 네마 라흐마니 전직 연방검사는 “미국의 모든 사람은 전 대통령에 대한 의견을 갖고 있어 배심원 선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욱이 재판이 열리는 뉴욕 맨해튼은 민주당의 초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재판연기를 주장하더니,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재판장소를 옮겨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의 핵심은 트럼프가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다니엘스와의 성추문 사건을 덮기 위해 다니엘스에게 13만달러를 건넸다는 검찰의 주장이 과연 사실인지 여부다.

검찰에 따르면 트럼프는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전직 변호사인 마이클 코헨으로 하여금 다니엘스에게 돈을 지불하도록 지시하고 회사 기록을 조작해 비용을 처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뿐 아니라, 트럼프는 형사재판 3건도 진행중이지만, 대선 이전에 진행되는 재판은 성추문 사건이 유일해서 이 사건 재판에 모든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는 “정치적 박해”라고 주장하고 있고, 트럼프 강성 지지자들은 맨해튼 법원에 폭탄을 터트리겠다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

재판에 지더라도 트럼프는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6주간 트럼프는 법정에 출석해야 하고, 향후 선거운동 일정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특히 중도층 유권자들 중에는 만약 트럼프가 유죄로 확정된다면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히는 유권자가 적지 않아 대선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숱한 잡음에도 강성 지지자들의 절대적 지원 덕분에 2016년 대선에서 대통령에 오를 수 있었고, 한번 낙선한 뒤 이번에 다시 대통령에 도전하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일생일대 최대의 고비를 맞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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