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한성규 라오스 통신원]중국의 실업률은 2024년 1월 기준으로 5.2%다. 하지만 청년 실업률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심각해진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청년 실업률은 21.3%나 된다. 오랜 기간 공부를 마치고 막 사회로 나온 다섯 명중 한명이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서 못한다는 뜻이다. 중국은 매년 졸업하는 대학생만 1,158만 명에 달한다. 화장실도, 샤워실도 없이 8명에서 10명이 한방에서 생활해야 하는 대학기숙사에서 4년이나 공부를 해 졸업해봤자 5명중 1명은 일할 데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얼빈에 있는 흑룡강 대학교 학생들과 청년 실업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중국에서도 공무원의 열기가 뜨겁다고 한다. 경기가 워낙에 안 좋아 사기업에 취업을 하는 것은 포기하고 몇 년째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대학생들이 많았다. 공무원의 인기가 워낙에 높아 북경 같은 인기지역의 공무원 시험이나 인기가 높은 관세청 같은 공무원 시험은 일생에 1번으로 응시횟수 제한까지 두고 있다고 한다.
공대 학생들도 취업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제조업체들이 공대 졸업생을 서로 모셔가려고 했지만 지금은 컴퓨터 전공 졸업생들도 취업이 어렵다고 한다.
인문학을 전공한 학생들은 사기업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는데 기본이 3년에서 5년의 수험생활을 거쳐야 자리를 얻는다고 한다. 그것도 시골에 있는 학교에나 자리가 나서 기본 1시간 정도 운전을 해서 출근을 한다고 한다.
한국 상황은 어떻냐는 질문에 한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초등학생들도 의사가 되려고 학원에 다닌다고 했더니 재미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중국에서는 의사가 전혀 인기가 없다고 했다. 의사가 되려면 대학을 마치고도 계속 공부를 해야 하고 업무조건도 좋지 않지만 월급은 별로 많지 않다고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의약업종의 비용이나 임금을 정부에서 확실하게 컨트롤 하고 있고 의사들을 포함한 국민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에 있는 병원을 가보면 확실히 우리나라에 비해 의료수준은 떨어지지만 의료 서비스 진입 문턱이나 비용은 훨씬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 문제는 한 해 두 해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만성이 되었다. 중국 최고의 대학인 베이징 대학에서 석사까지 마쳐도 취업을 하지 못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부를 대놓고 비판하지 못하는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는 탕핑이라는 말과 행동이 유행이다. 탕핑(躺平) 이라는 단어의 글자 그대로의 의미는, 납작하게(平) 눕는다(躺) 라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약간 다른 의미의 인터넷 용어로 쓰이고 있다. 탕핑은 젊은이들이 사회에서 결혼, 취직 등을 포기한 채 무기력해진 상태를 의미한다. 실제로 각자의 무기력한 모습을 쇼셜미디어에 올리고 공유한다.
2016년에 연예인 팬들이 ‘탕평임조(躺平任嘲; ‘아무렇게나 누워 비웃다’)’라는 말을 쓴 것이 시작이었다. 탕핑이란 말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때는 2021년 즈음이다.
중국의 대표 포털사이트인 바이두 커뮤니티(百度贴吧)에 ‘반혼바(反婚吧)’라는 게시판에 탕핑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노오력”를 환멸하다 못해 이제 웃게 되었다는 뜻으로 쓰인다. 중국에서 노오력에 해당하는 말은 분투(奋斗)란 말이며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등장한 이후 중국 미디어에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분투에 대항에 탕핑이 등장한 시대적 배경은 음식배송 플랫폼 노동자나 폭스콘 노동자, IT기업 노동자들의 돌연사 등 문제가 발생한 즈음이다.
힘들게 노력해도 예전 세대에 비해 결과가 시원치 않자 개인의 발전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의 태도가 탕핑으로 표현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무언가를 먹거나 춤을 추는 짤을 올리는 것이 유행이라면 중국 MZ들은 납작하게 드러누운 사진이나 집에서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는 모습의 짤을 소셜미디어에 올린다. 자포자기의 심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중국 젊은이들은 취업난과 경제적인 어려움, 끝을 모르고 오르는 집값 등으로 인해 여러 가지 압박을 받고 있다. 학교나 회사에서의 사회적 압박, 불확실성의 증가가 무기력을 낳았다. 최근에는 최대한 대충 생활하기 사진 올리기가 유행하고 있다. 사무실이나 학교에서 잠옷을 입거나 핑크색 곰돌이 무늬의 옷을 입고 늘어져 있는 사진들도 등장했다. 힘든 경쟁에 참여하는 것을 아예 포기함으로써 내면의 평화와 만족감을 찾으려 하는 심리가 담겨 있다
관광을 활성화하는 등 내수 진작책을 시행하고 있는 중국의 소매판매는 작년상반 기준 22조7천 588위안(한화로는 4천 17조원)으로 재작년 대비 8.2% 성장했다. 하지만 그동안 중국의 성장을 이끌어온 수출입 규모는 2조1천16억 위엔(한화 3천547조원)으로 2.1%성장에 그쳤다. 앞으로의 성장을 보여주는 고정자산투자도 24조 3천113억 위엔(한화 4천290조원)으로 3.8%만 성장했다.
2023년 6월 청년실업률이 21.3%를 찍은 후에 중국 정부는 더 이상 청년실업률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중국의 대학생들은 한국과는 달리 7에서 8월에 대거 졸업한다. 몇 개월 후면 쏟아질 1200만 명의 청년들은 또다시 시련을 겪어야 할 형편이다.
이미 안정된 일자리를 가진 중장년층은 육체노동일자리는 얼마든지 있다, 농촌으로 가면 일자리가 없어서 못 구한다. 라고 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들이다. 심지어 중국의 국가주석은 대학생들에게 自找吃苦, 즉 고생을 사서하는 정신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을 듣고 한국의 열정페이가 먼저 생각났다. 이런 식으로 청년 실업 문제에 대처하다가는 온 나라에 청년들이 다 드러누워 버릴 것 같다. 청년 실업률 문제의 진정한 원인과 대책을 고민하지 않고 그냥 우리가 해 온 것처럼 왜 안하냐는 식의 접근 방법으로는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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