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맞는 군 변화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장호 승인 2024.03.15 17:03 | 최종 수정 2024.04.05 14:15 의견 0
육군 36사단 신병교육대대 소속 병사@연합뉴스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군이 사회를 선도하고 교육하고 앞장섰던 시대가 있었다. 군에서 배운 한글과 기술이 있어 군 제대 후 생계를 이어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시대였다. 그래서 군대 갔다 와야 철이 든다거나 군대 덕분에 먹고 살게 되었다는 고마운 마음이 많았던 시절의 기다.

그러던 군대가 1990년대 들어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이 급격하게 속도를 내게 되면서 어느새 군은 사회를 쫒아갈 수 없을 정도로 뒤처지고, 군대는 과거의 악습과 병폐만 남은 허접한 조직으로 인식되었고, 여기에 과거 정치적인 요소까지 겹치면서 더욱 더 구태의연한 집단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국가를 지키는 숭고한 사명을 수행하는 고유의 가치보다는 사회에서 만든 인식이 더 강하게 작용하면서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시세가 되었다. 다행히도 식산이 지나 이제는 고유의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 기관이라는 인식과 복무 여건 개선과 병영 문화의 변화 덕분에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사라졌다.

과거 정치군인이라 불리던 몇몇 인사가 낳은 유산도 거의 정리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2024년에 바라 본 군대는 상당히 많이 변했다. 전역한 지 얼마 안 된 내가 봐도 한 해가 다를 만큼 군대 모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변화를 해 왔다. 쉽게 눈에 보이는 것이 군복 같은 병사들의 외적 모습에 휴대전화 사용, 에어컨이 있는 생활관, 월급 인상 등 수년 사이에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변함없었던 여러 환경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반면, 간부 지원율 감소, 병역 자원 감소 등의 문제점이 새로 대두되어 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들은 과거에 이미 예견되어 사전에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당시에는 먼 훗날의 문제로 생각하고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고 시간만 지나오다보니 이제는 눈앞에 닥친 오늘의 문제가 된 것이다. 아마 군에서 미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니 조만간 대책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군이 많이 좋아지고 발전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요즘 장병들의 눈높이와 욕구를 충족하기에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외형적으로 생활관이나 각종 건물은 최신화된 현대 건물로 지어졌지만 그 안의 구조나 활용도는 그리 우수하지 않다.

전방이나 후방이나 똑같은 설계로 병영시설을 구축한다. 표준화라고는 하지만 시대와 환경이 변화된 것을 반영하는데 한계를 노출한다. 그 가장 큰 예로 병영식당이다. 우리나라 군대의 병영식단은 별도의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과거 북한의 포격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자 건물들을 분산시키고 낮게 짓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리고 건축 기술도 다소 미흡했던 원인도 있다 보니 통합이 아닌 분산의 원칙으로 병영 시설을 구성했다. 그러나 지금은 3~5층 정도의 병영 시설을 짓고 있음에도 아직도 병영 식당은 별도 건물에 있어 기후와 계절에 취약하고 에너지 효율도 낮은 등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그대로 하고 있다.

병영 생활관 건물에 식당이 있으면 이동도 편맇거 관리도 쉬울 것인데 아직도 우리는 이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가지 더 꼽자면, PX문제다. 군대 매점이라는 PX는 내가 군 생활을 한 30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었다, 군 생활을 한 사람이면 누구나 PX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요즘은 그래도 품목이 다소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먹는 것 위조로 구성이 되어 있어 몇 번 가면 금새 실증이 날 정도로 단조롭다. 그리고 크기도 너무 협소하다. 여유 있는 건물에도 국군복지단에서 정한 규격으로 인해 좁은 공간에 정해진 품목만 거래하는 구조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제 병사들의 우러급에 100만원 시대이고 부대로 택배를 주문하는 시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병사들의 욕구와 수준에 맞는 편의 시설을 갖춰야 한다. 우리 군 부대가 대부분 대대 위주의 소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다양성을 기반으로 여러 편의시설을 할 수 없다는 근원적인 한계가 있다고는 하더라도 그 이유로 현재와 같은 형태로 운영하는 것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아마 미국이나 외국의 군 PX를 경험했던 사람들은 이 말이 충분히 공감이 갈 것이다. PX가 단지 과자나 음료수를 파는 곳이 아니라 군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오락을 즐기며 피로나 스트레스를 푸는 공간이 되고 있다.

아마 우리 환경에서는 사단 사령부 정도의 환경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도 사단 회관이 있어 면회도 하고 수각도 하지만 요즘은 거의 수요가 없어 점점 없어지는 경향이다. 사회보다 못한데 굳이 갈 이유가 없다.

18개월 동안 군에서 시간을 보내는 병사들의 욕구와 여건을 감안하면 지금의 병영 시설과 편의시설은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 주말에 병영 내 푸드 트럭 운영이나 대외 행사 개최 등 민간과의 협업이나 교류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도입해야 한다.

병사들이 군 복무 동안 갇혀 있다는 답답함을 해소해 주어진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도록 하는 동기 부여와 포상, 즐거움을 느끼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여러 방법을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면, 병사들이 부대에서 맥주와 치킨을 먹고 다트 게임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규정을 만들고 교육하고 사행 후 피드백을 통해 개선하는 것을 반복하면 언제가는 걱정 없는 방법이 나온다.

모든 나라가 이런 시행착오와 아픔을 겪고 지금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와 달리 엄청 변화된 군 환경을 도외시하고 아직도 예전의 방식을 고집한다면 지금의 어려움이나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시기를 놓치면 되돌릴 수 없다. 아직도 가난하고 배고프고 못 먹었던 시절의 군대가 더 이상 아니다. 시대와 나라의 격에 맞는 군대 변화를 위해 노력하자. 병사들의 의견도 듣고 머리를 맞대고 좋은 안을 고민하면 분명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좋은 방안이 나온다.

장병들이 즐겁고 보람되게 군 복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군의 의무다. ‘나를 따르라’고 명령하기 전에 ‘나를 따르도록’ 해야 한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무조건으로 따르라고 하는지, 시대를 못 읽고 있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를 고민하는 회의만 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내가 아니고 남에게 미루고 두고 보다보니 어느새 수십 년을 낭비하고 지금도 희생양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책임 있는 군 관계자들의 각성과 실천을 기대한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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