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전 군의 모든 장교와 부사관이 전역을 하겠다고 전역지원서를 제출한다면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어리석은 질문을 해 봤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기에 아무도 상상하지 않는 주제일 것이다. 군인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국토를 방위하는 공익을 위한 존재다.
우리는 과거 역사에서 수많은 전쟁을 치르며 이 교훈을 어느 민족이나 나라보다 많이 경험했다. 이스라엘 민족보다도 더 뼈저리게 그 아픔을 간직했다고 해도 될 정도다. 동족간의 전쟁도 일어나 그 아픔이 지금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을 그 어떤 전쟁보다도 더 크게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그런 역사의 배경으로 우리나라는 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일이 매우 중요해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야하는 제도를 도입해 유지해 오고 있다. 특히 안정적인 군 간부를 유지하기 위해 직업군인을 공무원으로 지정해 사적인 이익보다는 공적인 이익을 우선시하도록 하고 있다.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군인을 공무원과 같은 신분으로 지정한 이유와 동일하다. 그러다보니 군인은 정해진 규율과 지시를 이행해야 하는 의무와 함께 국가 안보와 안위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설사 월급이 안 올라도 국가가 정한 것이라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묵묵하게 소임을 다해 왔고, 그것이 자부심이기도 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바로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의사들의 집단행동과 발발일 것이다. 2025년 대입부터 기존의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해 향후 5년간 10,000명의 의대생을 더 입학시켜 부족한 의료 인력을 메워가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결정에 대해 의사를 비롯한 의협 등 단체에서 강경 투쟁과 집단 사퇴, 의대생 휴학 등의 물리적 행동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어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당장 수술이 취소되고 진찰 공백이 생기는 등 사회적인 영향이 심각하다. 4년 전인 2020년에도 동일한 이유로 의사들이 소위 파업을 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그 일로 몇 명의 환자들이 생명을 잃어 사회적인 지탄이 고조되었음에도 의사들의 집단 의료행위 거부가 정부의 중재로 일단락되었지만 그로 인해 국민들의 여론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한다.
그런데 이번에 그 일이 또 다시 반복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나서고 있다지만 양 측의 첨예한 대립과 힘겨루기는 이번에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론도 좋지 않다. 의사로서의 이익과 기득권을 누리면서 정작 그 이익의 원천인 환자들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환자의 생명을 내팽개친다는 비난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 갤럽이 지난 2월 13일에서 15일까지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1002명 중 76%가 의대 정원 확대에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고 밝혔다. 의사는 생명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공적 이익의 직업이다.
그것이 생명을 구살로 돈을 버는 직업이라면 더 이상 공공의 이익을 위한 직업이 아니다. 당장 의사가 병원 떠나거나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생명을 잃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의사가 사람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의대 정원 확대가 현 의사들의 생계와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의사들이 의대 정원 확대가 의사의 질을 저하시키고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의료비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반대한다면 정말 정당하고 정의로운 반대와 투쟁이라는 찬사와 응원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탄을 받고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군인들이 월급이 적고 생활과 근무여건이 나빠 모두 전역하겠다고 하면 어떤 결과와 여론이 나올까 궁금하다. 군인이나 의사나 모두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직업이다. 소방관과 경찰들이 파업을 하고 다 사라진다면 어찌될지는 다 알고 있다.
몇 년 전 프랑스 환경 미화원들이 처우 개선을 빌미로 파업을 일으켜 도시가 쓰레기로 마비되는 이웃 나라의 경험을 생생히 기억한다. 군인들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동시에 전역하거나 휴가를 가버리면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될까?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이 없으면 아마도 당장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이 박수를 치며 선두에서 남침을 지휘할 것인 당연하다. 상상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군인들은 자신의 이익보다는 국가 안보라는 공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모든 공무원 직업이 다 그렇다. 각자의 임무와 역할은 다 국민들의 이익과 안전에 연결되어 있어 한시도 허투루 할 수 없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매년 정부에 얼마를 더 달라고 떼쓰지도 않고 주는 대로 받으며 열심히 잘 근무하고 있다. 그런 공무원이 얼마나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의사들처럼 자신들의 밥그릇을 더 지키기 위해 환자를 내세워 죽든 말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나 몰라라 하지 않는다.
변호사들도 과거 로스쿨이 생긴다고 했을 때 그 나리를 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금 현실을 보면 적은 돈으로도 법적인 보호를 받는 서민들이 많아져 변호사들의 위상이 더 올랐다. 더 많은 분야에서 변호사들이 전문성을 발휘해 국민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의 대형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았다, 4개 과의 의사를 만나 진료받은 시간은 총 9분이었다. 지방에서 올라가 하루를 꼬박 보내고 저녁에 집으로 왔다. 예약을 했음에도 1시간 이상 기다려 겨우 의사를 보고(?) 왔다.
지방 병원의 수준이 서울과 비교해 조금 걱정되는 현실이 많은 환자들을 서울로 가게 만든다. 시간과 비용은 둘째 치고, 의사들이 부족한 현실은 어찌 해결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봤다.
어느새 우리 사회는 자신의 이익이 너무 중요한 가치와 판단 기준이 되었다. 타인과 더불어 사는 세상이 아닌, 나만 잘 살아야 되는 사회가 되었다. 싸움과 분쟁이 많은 이유다. 이해와 양보는 패자의 생각이고, 나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칼이 되어 시퍼런 칼날이 난무하다.
지난 정부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했으니 이번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한 정치권의 일치된 노력이 절실하다. 국가 안보와 국민의 생명에는 여야가 없다. 모두 국민들 위한다는 명목이면 가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 정치적인 이익보다는 공익이 우선시 되는 사회여야 한다.
과거 선조들이 목숨보다 가치 있게 여겼던 선공후사(先公後私)의 가치관은 이제 한낱 구태 연한 말이 되었나 하니 기분이 씁쓸하다. 이번 일도 10년 후에는 아마도 아시 돌이켜볼 일이 될 것이다. 그 결과는 그리 오래지 않아 분명하게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한편으로 보이지 않는 전후방 각지에서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군인들이 떠오른다. 더 달라고도 하지 않고 주는 밥 먹고 주는 돈 받아가며 일하는 군인들이 진정 애국자인데 왜 그들이 안쓰럽게 생각되는지 나도 모르겠다. 공익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는 이 땅의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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