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박종국·이상우기자] ㅡ미국이나 프랑스에선 제대 군인들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군에서 쌓은 전문성을 인정해 주는 거다. 반면 우리 사회는 제대 군인에게 박한 편이다. 왜 그런가.
"군 위탁 교육에 흠이 있다. 미군 장교는 구글 같은 시장 선도 기업에 가서 6개월씩 연수를 받는다. 우리 군도 소령급 장교가 1년간 대기업에서 연수를 받았는데 문재인 정부 시절 송영무 국방장관이 해당 제도를 없애 버렸다. 군에 인력이 부족한 판에 기업에 뭐 하러 장교를 보내냐는 거였다. 그게 참 아쉽다."
"군이 소통 장벽을 너무 높이 쌓는 것도 문제다. 기밀 유출, 방산 비리에 대한 오해를 피하려는 심정은 이해한다. 그런데 사업과 연관되지 않는 저 같은 사람도 군 선후배들이 만나길 꺼렸다. 좀 지나친 것 아닌가 싶다."
ㅡ그러고 보니 전역 후 한화테크윈으로 옮길 때 군에서 막진 않았나.
"취업 심사를 봤다. 저는 홍보 임원으로 간 거고 계약이나 사업 담당이 아니어서 이직에 제한을 받진 않았다."
ㅡ군과 기업에서 국내 방위산업(이하 K방산) 제품을 살펴보셨을 텐데 K방산의 해외 경쟁력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을 때 K방산이 선택받은 이유가 있다. 냉전이 끝난 뒤 유럽은 무기를 감축하는 방향으로 갔지만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전쟁을 염두에 두고 계속 무기를 제작했다. 생산 능력, 무기 체계의 다양성 면에서 우리가 유럽을 압도했다. 골프에 비유하면 모든 채를 다 준비한 상태였던 거다."
ㅡK9 자주포가 독일 PzH2000 자주포보다 포신(砲身·포의 몸통 전체)이 작고 성능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던데.
"포신이 크려면 단단한 철과 축적된 기술력이 필요하다. 독일은 100년 동안 자주포를 만들었다. K방산 자주포 역사는 30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만큼 차이가 난다. 그래도 K방산 자주포 기술이 독일산과 견줄 정도까진 올라갔다. 특수강 제조 기술도 확보됐다. 국방과학연구소(ADD) 같은 방산 연구 인력 양성소만 제대로 돌아가면 K방산 기술 발전이 더 빨라질 거다."
"다만 ADD가 예전 같지 않은 건 걱정이다. 옛날엔 이공계 엘리트들이 전문연구요원을 노리고 ADD로 많이 갔다. 이제는 현역이 18개월만 복무하면 되기 때문에 ADD 인기가 떨어졌다.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부러워할 정도로 외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ADD의 위상을 지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ㅡ저출산으로 입대 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는데 군대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여성 징병이나 중노년 남성 재입대, 복무 기간 연장은 해답이 되지 못한다. 임무 수행은 안 되고 사회 갈등만 커진다. 예비군 제도 개편이 바람직하다. 예비군 훈련을 1년에 몇 달씩 하되 예비군들에게 직장에 맞는 보수를 주고 예우도 충분히 해주는 거다. 일각에선 과학화를 통한 현역병 감축을 주장한다. 물론 과학화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을 도입하고 드론(무인기) 활용도를 높여도 일정 수준의 병력은 필요하다. 250만 예비군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본다."
"중노년 남성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하나 있긴 하다. 전방 감시 체계 모니터링이다. 직접 경계 근무를 서는 게 아니라 모니터 화면을 감시하는 일인 만큼 50~60대도 해낼 수 있다. 장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군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장점도 있다. AI가 모니터링도 하면 되지 않냐는 의견이 있지만 AI는 바람이 불거나 고라니가 지나다녀도 경고음을 울린다. 사람이 모니터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ㅡ무인 감시가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이스라엘만 해도 카메라로 경계하다가 하마스 기습에 당하지 않았나.
"무인 감시는 분명 사각지대가 있다. 군대가 더 실전적으로 변화하는 수밖에 없다. 핑계가 안 통하는 조직이 군대다. 사각지대까지 고려한 훈련과 경계 근무를 시행해야 한다."
ㅡ북한이 연초부터 잇따라 도발하고 있다. 북한의 전략은 뭐라고 보나.
"북한의 속내는 알 수 없다. 북한이 뭘 하든 군이 빨리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액션 플랜을 수립하고 훈련을 통해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북한은 존재감을 과시하려 할 거다. 군은 북한의 도발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대응책을 숙달하는 데 신경 써야 한다."
ㅡ장교 인력이 부족한 상황인데 해결책이 있을까.
"대학 학군단(ROTC) 출신 장교의 복무 기간이 28개월인데 너무 길다. 복무 기간을 줄여줘야 한다. 제대 후 취업 가산점도 줘야 한다. 국방 예산을 장교들에게 더 많이 배분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병사 월급 200만원 시대가 온 마당이다. 장교와 병사의 보수가 비슷하면 누가 책임질 일 많은 장교를 하려 하겠나."
ㅡ사관학교 인원 감축 얘기도 나오는데 의견을 듣고 싶다.
"사관학교 재학 중에 그만두거나 졸업 후 임관해 5년 차에 전역하는 인원을 합치면 대략 70~100명은 된다. 장교로서 군대 생활이 더 보람차고 행복하지 않다면 고급 장교를 포기하는 이들이 이전보다 많이 나올 거다. 자질 있는 장교들이 많은 군대가 강한 군대다. 사관학교가 250~300명 정도는 인원을 유지해야 하지 않나 싶다."
ㅡ문재인 정부가 육사를 일부러 약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어느 정도 그런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100% 동의하진 않는다. 육사 출신 중 등용될 사람은 등용됐다. 육사를 과잉 대접할 필요도, 푸대접할 필요도 없다.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 인사를 하면 되는 일이다. 자꾸 군 인사를 정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니 논란이 생긴다. 우수한 군인들이 임무 수행에 전념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ㅡ전역 후 정치적 물의를 빚은 일부 장성들에 대해선 어떻게 여기나.
"전역한 장성들이 정치권에 진출하는 것을 반대하진 않는다. 다만 정치를 해도 자기 신념을 지켜야 한다. 신념에 어긋나는데도 당이 시키는 대로 영혼이 없는 정견을 표출하는 건 문제다. 후배 입장에서 볼 때 저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뭔가 싶다. 결국 퇴직 장성들이 품위 유지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정치권이다 보니 자꾸 분쟁이 발생한다. 그들이 전문성을 살려 사회 여러 분야에 진출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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