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가 코로나19에서 해방됐지만 고금리라는 장애를 만난지 거의 2년이 다 되가고 있다. 봉쇄로 경제활동이 꽉 막혔던 코로나기간 막대한 돈을 풀어 국민들의 생활을 지원했고, 그 덕분에 경제를 지탱했던 많은 국가들이 인플레이션이란 값비싼 청구서를 받아쥐자 금리를 크게 올려 인플레이션을 꺾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고금리는 국가경제에서 기업활동, 일반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파급력이 대단하다. 엔데믹이후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지배하는 글로벌경제의 현장을 뉴스임팩트가 직접 발로 뛰어 현지르포로 전한다. <편집자주>
[샌프란시스코(미국)/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많은 미국인들은 미국경제가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안도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경제지표가 너무 좋아지는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인가 할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미국취재중 만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체감경기는 그렇게까지 못느끼는데 경제지표가 좋아도 너무 좋다”는 것이었다.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은 2022년 6월 인플레이션이 9%를 넘어서자 깜짝 놀랐다. 9% 인플레는 1980년대 레이건 정부시절에나 나올법한 인플레였기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연준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때마다 금리를 끌어올리는 매파정책을 고수했다. 금리를 올려도 찔끔 올리는 수준이 아니라, 한꺼번에 0.75%P를 올리는 자이언스 스텝을 밟았던 것이다. 금리가 한꺼번에 1%P 가까이 오르자 미국경제는 공포에 휩싸였다.
취재중 만난 샌프란시스코주립대 마이클 바 교수는 “당시 금리인상 공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면서 “연준은 2022년 6월부터 시작해 연속으로 자이언트 스텝을 밟기 시작해 금리가 순식간에 공포구간인 5%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시장은 공포로 얼어붙었고, 고금리로 이자부담이 커진 사람들이 아우성을 쳤지만 연준은 작년 중순까지 매파 기조를 버리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뉴욕 주식시장은 곧바로 고금리에 적응했다. 금리가 정점이었던 작년말부터 뉴욕증시는 오히려 뛰기 시작해 현재는 역대최고치를 경신했다.
지금까지 금리가 많이 올랐으니, 금리가 더 오를 일은 없고, 이제부터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올해들어 4950을 넘어서 5000 고지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고금리 체감온도도 상당히 낮아졌다.
샌프란시스코베이 근처인 벌링검에서 16년째 가게를 운영중인 교민 A씨는 “처음에는 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서 당황하고 고통을 느꼈지만, 지금은 고금리에 어느정도 익숙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올해부터는 연준이 정책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경제의 상황을 알리는 경제지표들이 갈수록 좋아지면서, 호경기와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바 교수는 “최근의 뉴욕증시에서 목격되고 있는 주가급등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연준이 금리 인하로 선회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2023년 말 주가가 급등했고 올 1월에는 S&P 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속속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이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을 깨기에 충분할 정도로 너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대표적인 것이 일자리증가다. 미국은 코로나기간 경제활동 위축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져 대규모 실직과 해고바람이 불었는데, 이제는 거꾸로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 정도로 일자리가 넘쳐나고 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하는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1월 비농업부문 일자리는 35만3000개가 증가했다. 이는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18만개를 거의 2배 가까이 상회하는 놀라운 숫자이다. 작년 11월과 12월에도 일자리가 크게 늘었지만, 올해 1월중 확인된 일자리는 그보다 12만개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일자리가 늘어나면 경제에는 분명 좋은 신호이지만, 인플레와 싸우는 연준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운 소식이 아닐 수 있다.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은 기업이나 일반 상점들이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임금을 올려준다는 것을 뜻하며, 이 경우 인플레 압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연준은 인플레 압력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확인해야 금리를 내릴 수 있는데, 지금처럼 경제여건이 좋아도 너무 좋아지만, 거꾸로 금리인하 시기를 최대한 늦추거나 오히려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는 명분을 쥐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경제지표가 좋아져도 걱정이 앞선다는 지적이다.
마이클 바 교수는 “경제지표가 좋아도 너무 좋으면 사람들이 기대하는 금리인하는커녕 오히려 지금의 고금리가 더 길어지는게 아니냐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임팩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