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논단] 강 건널때 말 갈아타버린 우크라 젤렌스키

사리 분별 잃은 총사령관 경질… 전쟁 초기 냉철한 판단력 되찾아야

이상우 승인 2024.02.10 05:00 의견 0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총사령관이 지난 8일(현지 시각) 바뀌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을 해임하고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지상군 사령관을 후임으로 내세웠죠. 지난해 대공세 실패, 정치적 행동, 독단적 휴전 논의가 경질 사유로 꼽힙니다.

다만 세계 여론은 왜 지금 시점에서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물러나야 하는지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그가 무능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밀린 건 아닙니다. 부패나 다른 추문에 휩쓸리지도 않았고요. 우크라이나 국민의 신망까지 두텁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보다 잘루즈니 총사령관 지지율이 더 높을 정도죠.

젤렌스키 대통령이 잘루즈니 총사령관을 쳐낸 근본적 이유는 따로 있다고 여겨집니다. 예상보다 길어진 전쟁이 뜻대로 안 풀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사리 분별 능력이 떨어진 겁니다.

전쟁에서 가장 피해야 할 일이 적전 분열입니다. 우리 편의 힘이 상대방보다 약하면 더 그렇습니다. 똘똘 뭉쳐도 강대한 적을 막아내기 힘든 판에 아군끼리 다투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죠.

이 자명한 사실을 젤렌스키 대통령이 모를 리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사령탑을 갈아치워 우크라이나군을 흔들어 버렸습니다. 그런다고 러시아군을 국경 밖으로 몰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오히려 우크라이나 수뇌부 간 갈등을 노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수행 의지만 키워준 꼴입니다.

강을 건너는 상황에선 말을 갈아타지 말라는 전쟁 격언이 있습니다. 만사가 잘 돌아갈 때는 물론 견디기 힘든 국면에서조차 전쟁을 지휘하는 장군을 믿어줘야 승리를 얻는단 얘기죠. 젤렌스키 대통령이 새겨야 할 가르침입니다. 불의한 전쟁을 일으킨 푸틴 대통령에 맞서 2년째 싸우고 있는 그를 높이 평가합니다만 이번 총사령관 교체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악수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 초기 보여준 냉철한 판단력을 하루빨리 되찾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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