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박종국·이상우기자] -K2가 북한 대전차 미사일 RPG-7에 맞으면 버틸 수 있을까.
"전차는 다양한 방호 수단을 가지고 최대한 승무원을 보호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러시아 전차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긴 하다. 전차 승무원이 포탄 위에 앉아 있는 구조라서 그렇다. K2는 포탑 꽁무니(맨 뒤끝) 쪽에서 자동 장전이 되는 방식으로 포탄이 승무원과 완전히 분리돼 있으며 나머지는 차체 맨 아래 장갑으로 보호되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드론 공격에 탱크와 장갑차가 부서지던데.
"전 세계 어느 나라 전차든 상부 방호력이 약하다. 위에서 드론이 뚝 떨어지는데 대응 수단을 아직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로 전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드론을 막아내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이젠 실용화된 장비들이 등장하고 있다. 드론이 대단한 기술도 아니기 때문에 멀지 않아 대처 방법이 나올 거다. 예컨대 재밍(적 전자기기의 성능을 방해하거나 교란하는 기술)으로 드론 공격을 방해할 수 있다."
-미국 에이브럼스 전차, 독일 레오파드 전차와 K2를 비교한다면.
"전장에 따라 다르다. 승용차도 용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지 않나. 다만 종합적으로 봤을 때 에이브럼스, 레오파드, K2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3대 전차다. 이스라엘 메르카바 전차도 뛰어난데 수출되진 않는다. 국외에 나가면 정보가 유출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싶다."
"K2가 에이브럼스나 레오파드보다 우수한 점은 가장 최근의 기술로 가장 최근에 개발된 최신형이란 거다. 에이브럼스, 레오파드는 1980년대 초부터 생산됐다. 반면 K2는 2008년에야 개발이 끝났다. 세월의 흐름에 맞춰 에이브럼스, 레오파드도 업그레이드를 하긴 했지만 K2보단 구형인 셈이다. 최근 발표되는 다음 세대 전차들은 K2를 많이 참고한 것 같다."
-지난 2월 노르웨이에선 K2가 레오파드에 아깝게 밀렸는데.
"최종적으로 노르웨이 정부가 레오파드를 택했지만 노르웨이군은 K2를 추천했다. K2가 성능에선 최신형 레오파드 2A7 전차보다 뒤떨어질 게 없다고 인정받은 셈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성능이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의 연계, 독일과의 정치·외교 관계를 고려해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노르웨이 평가를 통해 K2의 우수성이 입증된 점을 여러 나라가 참고하고 있다."
-K2를 써본 한 폴란드 병사가 "나는 덩치가 큰데 K2는 비좁다. 포신이 과열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는데.
"포탄을 연속 발사하면 포신의 온도가 올라가는 건 어느 전차나 마찬가지다. K2의 경우 포신의 온도가 올라가도 이를 보정해 탄도 계산을 다시 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어 사격 정확도를 유지한다. 몸집이 안 맞는 건 한국산을 그대로 폴란드에 가져왔기 때문이다. 맞춤형 개조 작업을 하고 있다."
-K2의 명중률이 높은 데다 승차감까지 좋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
"K2는 포와 포탄의 궁합이 잘 맞는다. 포탄이 안정성 있게 잘 날아간다. 기동간 사격은 포의 떨림이 작아야 한다. 야지(들판)에서 K2가 다른 전차에 비해 포 떨림이 작다. 고급 승용차가 미끄러지듯 간다. 공기 스프링에 기반한 서스펜션(차량에서 차륜과 차체를 연결하는 장치) 시스템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K2가 개선할 점이 있다면.
"새로운 위협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전차 성능도 끊임없이 끌어 올려야 한다. 에이브럼스, 레오파드가 수많은 모델 이름을 보유한 것도 지속해서 개량해 왔기 때문이다. K2는 아직 모델명을 바꿀 만한 수준의 개선이 없었는데도 경쟁력 있는 수준을 잘 유지하고 있고 수입국의 요청에 따른 변경을 신속히 수행하고 있다. 경쟁국에 뒤지지 않도록 신기능과 신기술을 적용하는 작업도 조만간 시작될 거다."
-K2를 비롯해 여러 방산 제품의 수출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야 할까.
"방산 수출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끊임없이 마케팅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러 계기 중 하나일 뿐이다. 양 당사국 모두 국민 세금이 사용되는 일이기 때문에 정부 간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이 필요하다."
"개발 과정에서는 정부와 군이 방산업체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방산의 최종 수요자는 군이다. 군이 어떤 수준의 임무 수행을 위한 무기를 원하는지 요구 사항을 적기에 정의해 주고 지속해서 협의하면 시행착오를 아주 많이 줄일 수 있다. 요구 사항이 모호할수록 비용과 시간이 낭비된다."
-국내 방산 제품이 인기를 끌수록 기술을 빼가려는 시도가 많아질 수 있다. 보안 정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제품 수출은 샘플 제공과 마찬가지다. 수출 때문에 기술 이전을 하지 않아도 유출 가능성이 열리는 셈이다. 역공학(Reverse Engineering·샘플을 보고 역으로 설계하는 것)에 의한 모방은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고도의 복합 기술이 사용되는 경우 많은 시간과 위험이 따르지만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기술적, 사업적 방법을 사용한다. 예컨대 일단 분해하면 작동이 되지 않도록 하거나 계약 조건으로 관리하는 방안이다. 정상적인 기술 이전의 경우 국가가 사안별로 이전 적합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다만 국가기관 연구원들이 국내 방산업체로 이직할 때 3년 제한을 둔 규정은 문제가 있다. 3년씩 인재를 묶어놓고 엉뚱한 데서 다른 일을 하라고 하면 역량을 제대로 사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연구원이 자유롭게 창업하러 나갔다가 다시 연구소 일을 받아서 하기도 하고 기업 연구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국가 입장에선 이게 더 이익이다."
-국내 방산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보완해야 할 사항은 무엇이 있을까.
"기술과 체계 개발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K2의 경우 정부가 앞장서고 기업이 뒷받침해 에이브럼스, 레오파드와 견줄 만한 수준까지 왔지만 여기서 만족하면 안 된다. 지난 10월 치러진 서울 ADEX 2023에서 현대로템이 K3에 해당하는 넥스트 제너레이션(다음 세대) 전차 개념 모형을 공개했다. 다음 세대 경쟁에서 앞서나가 세계 최고 전차를 가지려면 이젠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개발 체제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방산 연구·개발 과정에서 만난 여러 고난을 이겨낸 비결을 말해 달라.
"30년 이상 방산 연구·개발을 해왔는데 어려움이 왜 없었겠나. 기술적 어려움은 차치하더라도 개발 스케줄 때문에 부딪치기도 했고 연구비를 적게 줘서 화나기도 했다. 그래도 공학자로서 국가 안보에 기여할 뿐 아니라 창조하는 기쁨까지 누릴 기회를 부여받았다고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인생의 목표였던 K2를 완성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K2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
"해외 고객들을 만나면 얘기한다. 슬하에 딸을 두 명 뒀지만 정신적, 직업적 아이들이 세 명 있다고 말이다. 첫째가 K200, 둘째가 K1A1, 셋째가 K2다. 그만큼 애착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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