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삼성물산 합병, 지배구조 투명화 위해 결정"

지난 17일 결심 공판서 밝혀… 검찰은 이재용 회장에 징역 5년 구형

이상우 승인 2023.11.18 10:57 의견 0

지난 17일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빠져나가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 왼쪽 세 번째).@뉴스임팩트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삼성물산 부당 합병 의혹 사건을 다루는 형사재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배구조 투명화를 해내고자 삼성물산 합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 사건을 심리하는 106차 공판기일을 지난 17일 열었다.

피고인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을 이끈 최지성 전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사장을 포함해 총 14명이다.

검찰은 2020년 9월과 11월에 걸쳐 피고인들을 기소했다. 이들이 이재용 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결행한 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 과정에서 시세 조종, 분식회계 같은 위법 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106차 공판에선 결심(結審·소송에서 변론을 끝내는 일)이 이뤄졌다. 검찰은 이재용 회장에게 징역 5년,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재용 회장은 최후 진술로 입장을 전했다. 그는 "106차례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세밀하게 들을 수 있었다"며 "어쩌다 이렇게 엉클어졌을까 자책했다. 때로는 답답했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 1등 그룹,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엄격한 기준으로 매사를 처리했어야 했는데 너무 부족했다"며 "중요한 회사 업무를 신중히 살피지 못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이재용 회장은 "제 불찰이지만 재판장과 두 분 부장판사께 꼭 한 말씀 드리고 싶다"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 빠른 기술 혁신으로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저는 사업의 선택과 집중, 신사업 발굴, 인수·합병으로 모자란 부분 보완, 지배구조 투명화를 통해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고 했다.

아울러 이재용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두 회사에 도움이 될 거라고 여겼다. 합병으로 지배구조 투명화도 진척시킬 수 있다고 봤다"며 "검찰 주장처럼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속이려는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용 회장은 "이병철 창업주가 세우고 이건희 회장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삼성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켜야 할 책임이 제게 있다. 친환경, 사회적 책임 이행, 소액 주주 존중, 성숙한 노사관계 수립까지 완수하겠다는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며 "삼성을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만들겠다. 제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쓸 수 있게 재판부가 기회를 달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재용 회장은 "재판받으면서 옆에 있는 다른 피고인들에게 늘 미안했다. 이번 사건에 잘못이 있다면 제가 감당할 몫"이라며 "평생 삼성에 헌신해 온 피고인들을 선처해 달라"고 했다.

선고기일은 내년 1월 26일 오후2시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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