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LG그룹 총수 일가 상속 소송전에서 구광모 회장 측이 "조정보다 판결로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입증받겠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박태일 부장판사)는 상속 회복 청구 소송 2차 변론기일을 지난 16일 열었다. 원고 세 모녀, 피고 구광모 회장이다.
세 모녀는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 회장 아내 김영식 여사,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구연수 씨다. 구광모 회장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구본무 선대 회장 동생) 아들이지만 구본무 선대 회장 양자로 입적해 LG그룹 총수가 됐다.
지난 2월 세 모녀 측은 소송을 냈다. 2018년 5월 구본무 선대 회장이 세상을 떠났을 때 유언장이 있는 것으로 알고 구광모 회장 승계를 포함한 상속 재산 분할을 합의했지만, 뒤늦게나마 유언장이 존재하지 않음을 인지했기 때문에 재산을 재배분해야 한다는 취지다.
구광모 회장 측은 장자인 구광모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는 상속이 구본무 선대 회장 유지(遺旨·죽은 사람이 살아 있을 때 가졌던 생각)이자 LG그룹 가풍이며, 2018년 11월 모든 상속 절차가 적법하게 완료됐다고 반박한다.
구본무 선대 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지분 11.28%, 주식에서 파생된 예금, 개인 예금,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저택, 금융투자상품, 부동산, 미술품이다.
구광모 회장은 ㈜LG 지분 8.76%와 주식에서 파생된 예금을 받았다. 세 모녀는 ㈜LG 지분 2.52%와 나머지 재산을 받았다.
㈜LG 지분 2.52%는 구연경 대표 2.01%, 구연수 씨 0.51%로 나뉘었다. 한남동 저택은 김영식 여사 4, 구연경 대표 3, 구연수 씨 3의 비율로 상속됐다. 구본무 선대 회장 퇴직금과 회원권은 김영식 여사가 받았다.
2차 공판에선 1차 공판에 이어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하범종 사장은 1차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구광모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건 LG그룹 장자 승계 전통에 기반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증인신문 과정에서 세 모녀가 상속 분쟁을 일으킨 목적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30일 세 모녀와 하범종 사장이 나눈 대화를 담은 녹취록에 의하면 김영식 여사는 '㈜LG 지분을 찾아오지 않는 이상 우리가 주주 간담회에 낄 수 없다. 연경이(구연경 대표)가 아빠(구본무 선대 회장)를 닮아 전문적인 업무도 잘한다'고 했다.
구연경 대표는 '아빠 유지와 관계없이 상속 재산 분할을 다시 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구연경 대표를 내세워 LG그룹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게 세 모녀의 속내인 셈이다.
증인신문이 끝난 뒤 재판부와 원고 측, 피고 측 대리인은 향후 소송 방향을 논의했다. 재판부는 "예민한 사건인 데다 일정상 (내년 2월 법원 인사 전까지) 판결하기 힘들다"며 조정 회부를 제안했다.
원고 측은 "협의가 안 돼서 소송을 제기했지만 가족간 다툼인 만큼 원만히 해결하고 싶다"며 조정 절차 진행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반면 피고 측은 조정에 거부감을 보였다. 피고 측은 "이 소송은 원고 측이 일방적으로 냈다"며 "구광모 회장이 (경영권 관련) 세간의 오해를 불편해한다. 판결을 통해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확인받고자 한다"고 했다.
아울러 피고 측은 "조정기일이 잡히는 것만으로도 세간에선 (구광모 회장이 세 모녀와 타협하려 한다고) 억측할 수 있다"며 변론기일을 속행해 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일단 변론준비기일을 열어 원고 측, 피고 측 의견을 더 들어보기로 했다. 내달 19일 오후2시 변론준비기일이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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