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군 육성’...새로운 군 수뇌부에 바란다.

이장호 승인 2023.11.10 14:13 의견 0
사진@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최근들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더욱 격해지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전면전으로 치닫는 긴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더욱이 민간인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공격이 거센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이스라엘은 공격을 멈출 기미가 없어 보인다. 심지어 우방인 미국의 중재와 충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자비한 공격을 계속할 것임을 드러냈다.

이스라엘의 이러한 배경에는 어떤 나라와 싸워도 지지 않는다는 강한 자신감이 깔려있다. 과거 수차례의 중동 국가와의 치열한 전쟁에서도 굳건하게 나라를 지켜낸 이스라엘의 국방력이 무모할 정도의 자신감의 원천이 아닌가 한다.

레바논 UN평화유지군 시절 내가 경험했던 이스라엘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전쟁이 발발하자 고국으로 몰려오는 이수라엘 예비군들의 모습이 지금의 이스라엘을 만든 초석이다. 그 만큼 아랍국가들의 집요한 견제와 공격에도 오히려 그들을 압도하는 국력을 키울 수 있었던 역사적 교훈이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인 10월 31일 육해공군 참모총장이 일제히 취임했다. 세 명의 참모청장은 취임사에서 같은 목소리로 ‘강군 육성‘을 강조했다. 북한이라는 현존하는 주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간한 군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내용이다.

사진@연합뉴스


그리고 박안수 육군 참모총장은 지난 2일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장병 전신정력세미나’에서 대적관 강화를 강조했다. 박 총장은 이날 “우리의 적은 누구이고, 왜 적과 싸워 반드시 이겨야 하는지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모총장이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장병 정신전력을 강조한 점이 매우 이례적이다. 이전에는 주로 취임 후 바로 전방부대를 찾아 경계태세를 강조하고 장병들과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특히, 정신전력은 과거 198,90년대에 군의 주된 관심사였다. 좌경세력이나 사회주의 사조가 사회에 스며들면서 군도 사상적으로 대비를 해야 한다며 ‘공산주의 7대 비밀’ 같은 대적관 교육이 상당히 강하게 진행되었다.

나도 정훈장교로 부대 이념교육 교관으로 차출되어 몇 개월 동안 집체교육을 거쳐 각 부대로 파견되어 병사들을 대상으로 이념교육을 한 바 있어 대적관 교육이 정훈병과의 주된 업무였던 시기가 있었다.

국군의 시가행진@연합뉴스


그 후에는 북한이 주적이라는 표현이 사라지면서 전과 같은 대적관이나 북한 관련 정신교육이 많이 줄어들고 내용도 과거와는 달리 유해진 내용으로 바뀌었다. 특히, 북한과 대립각을 세웠던 박근혜 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에서는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직접적인 표현이 많이 누그러진 내용들이 정신교육에 딤겼다.

그러다 이번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북한에 대한 태도가 강경해지면서 연합훈련이나 교육이 다소 강화되면서 분위기가 변해왔다. 이번에 임명된 3군 참모총장이 모두 1990년 이후 임관된 장교라는 점도 영향을 받지 않았나 한다.

80년대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90년대부터 군 생활을 한 장교들은 과거 구습과 악습을 당연하게 여기기보다 기회가 있으면 반드시 척결해야겠다는 의지가 있는 장교들이다. 그리고 시대의 변화를 몸소 느끼며 보다 제대로의 역할을 하는 선진화된 군대를 항상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시기적으로 우리 군이 과거와 달리 많이 약해졌다는 것을 대부분의 장교들이 느끼고 있다. 2017년 병사들이 군대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게 되면서 군의 기강과 역할이 훼손되기 시작했다고 말한곤 했다. 6년이 지난 지금도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서는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다는 얘기를 듣는다. 심지어 군대를 마친 내 아들도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 군이라는 집단의 역할과 목적에 그다지 긍정적인 영향과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전방부대의 병사가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연합뉴스


며칠 전 인근 사단의 회관을 갔다가 직접 목격한 것이 기억난다. 사단 사령부 정문 옆에서 상의를 풀어 헤치고 서 있는 병사가 있었는데도 지나가는 간부 누구도 그것을 지적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 병사가 잘못한 것이다. 군인이 복장을 단정히 해야 함에도 상의를 풀고 있는 모습이 정상은 아니었다. 내가 관여할 문제는 아니어서 계속 보기만 했지만, 참으로 아쉬웠다.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꼽고 휴대전화를 보는 병사들이나 간부들을 보고 북한과 싸워 이길 수 있는 튼튼한 군인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물론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이런 모습을 너무 당연하게 목격한다. 요즘 시대가 그렇다고 하면서.

미군이나 이스라엘군이 강한 이유 중의 하나가 군기(軍紀)가 엄청 세다. 안 그럴것 같지만 실상을 보면 우리 생각과 다르다, 내가 연합사 근무 시절과 미국 유학 시절에 본 미군은 우리보다 훨씬 군기가 세고 정신력 또한 강한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최강의 전투력을 가진 강군인 것이다.

한국 공군이 훈련을하고있다.@연합뉴스


새로운 참모총장이 취임부터 ‘강군’을 강조한 것도 그동안의 군 생활을 통해 군이 진정 강해야만 한다는 점을 많이 인식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강군의 바탕에는 정신력이 있다. 대적관 교육도 중요하고 군인으로서의 올바른 가치관도 중요하다. 아무쪼록 전보다는 군기가 바로 세워진 군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간부 지원율이 감소하고 병역 자원이 감소한다 해도 나라를 지키는 군대는 꼭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이라는 적이 우리 머리 위에 있는 이상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숙명이다. 전쟁에 패한 나라는 지금 이 세상에 없다. 1953년 정전 이후 70년 동안 전쟁이 없었다고 앞으로도 없다는 보장은 없다. 그런데 우리는 벌써 잊었나 보다.

강한 군대가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아니 국민들이 기억할 필요 없이 군이 강해져서 나라를 잘 지키면 된다. 그래서 강군이 필요하다. 새롭게 출발한 군의 지도부가 우리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도록 진정 강군 육성을 위해 노력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야 군이 살 수 있고, 국민들이 군을 사랑한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軍 ’이라는 구호가 있지만 나는 ‘군대다운 군대’라는 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군대다우려면 참 할 일이 많을 것이다. 군복이 자랑스러울 만큼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신 자세부터 다시 가다듬었으면 한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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