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연합뉴스
[뉴스임팩트=박종국 기자] “트럼프는 자신도 모르게 시진핑과 푸틴의 세일즈맨이 됐다”(알렉산더 가부예프 독일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 소장)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는 트럼프식 무차별적인 관세전쟁으로 서방 주도의 국제질서가 흔들리는 현 시점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가 만들어낸 공백과 혼란을 자국 중심의 새로운 세계질서 구축 기회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독일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세계는 지금 전략적 변곡점에 서 있으며, 시진핑과 푸틴은 미국 헤게모니의 종말을 굳히기 위한 계산만 남겨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중러가 서방의 압박 속에서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는 현 상황에 주목했다. 가부예프 소장은 “트럼프가 열심히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흔드는 동안, 시진핑과 푸틴이 팔짱만 끼고 있었을 리 없다”며, 양국이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에 손 내민 중국, ‘전시 경제’에 숨결을 불어넣다=시진핑 주석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경제제재로 고립된 푸틴 정권에 주요 경제·기술적 지원을 제공해왔다.
중국은 자국산 첨단 반도체와 공작기계를 러시아로 흘려보내는 것을 사실상 묵인했고,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희귀금속 등의 수입을 대폭 늘리며 전시경제 유지에 큰 도움을 줬다. 동시에 러시아는 저렴한 에너지와 군수물자, 기술 인재 등 중국이 필요한 요소들을 공급하며 실질적인 상호 보완 체제를 구축해가고 있다.
가부예프 소장은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미국의 금융·기술 패권이 무기화될 수 있음을 경험으로 학습했다”며, 양국이 글로벌 사우스(개발도상국)를 중심으로 위안화 결제 시스템과 중국산 기술 확산을 마케팅하며 새로운 경제권을 형성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는 관세전쟁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세일즈맨이 됐다”며,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한 고율 관세가 오히려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과 중국의 독자적 기술 생태계 확립에 일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가 뒤집어 놓은 세계 지도 다시 그리는 중국과 러시아=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의 동맹국들을 자주 비판하며 전통적 외교 질서를 뒤흔들어왔다. 이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G7, WTO(세계무역기구) 등 다자간 기구에 대한 미국의 리더십 약화를 초래했으며, 트럼프 2기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강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공백을 틈타 중국과 러시아는 외교적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가부예프는 “중국은 미국의 국제개발처(USAID)가 중단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인수하며 소프트파워 확장에 나서고 있고, 러시아는 군사 및 정보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이 떠난 공간을 무역과 투자로 채우고, 미국의 ‘오래된 친구들’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며, 현재의 세계적 혼란이 이들 국가에게는 ‘역사에 남을 전략적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회담, 본격적 전환점 될까=미중 간 첫 고위급 무역회담이 오는 9~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이다. 미국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중국의 허리펑 부총리가 참석하는 이번 회담은 고율 관세 완화, 수출 통제 조정, 소액 수입품 면세 등 주요 현안을 다룰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수개월 간 단절됐던 미중 간 공식 대화의 재개이자, 긴장 완화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인 웬디 커틀러는 “이번 회담은 양국 간 신뢰 회복의 탐색전 단계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며, 2018~2019년 1차 무역합의처럼 본격적인 타결에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