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진급이라는 가치가 주는 의미는?

이장호 승인 2023.11.03 15:19 의견 0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장으로 진급한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 내정자, 박안수 육군 참모총장, 양용모 해군 참모총장, 이영수 공군 참모총장, 강신철 연합사 부사령관 등으로 부터 거수경례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직장인은 직종에 관계없이 ‘승진’이라는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승진이 단지 경제적은 이로움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데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흔히 인사철이라는 연말이나 6월이 되면 공무원이건 일반인이건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의 승진 인사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1년에 한 번 있는 승진 발표의 결과는 가히 핵폭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군도예외는 아니다, 직업 군인들이 1년에 한 번 발표되는 진급자 명단을 소위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군에서는 승진보다 진급이라는 표현을 한다. 계굽이 올라가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급에서 ‘떨어졌다’는 표현보다는 진급이 ‘안 되었다’는 표현이 맞다고 한다. 현재의 계급에서 더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대위에서 소령 진급자가 발표되는 6월 말이나 7월 초부터 장군 인사가 있는 11월까지 그야말로 긴장과 걱정의 세월을 보낸다. 진급 발표가 나면 축하주와 위로주가 이어진다. 축하와 아쉬움을 받는 대상이 다를 뿐이지 같은 군인이고 동료이다.

이종섭 전 국방장관이 신임장교에게 계급장을 달아주고 있다.@연합뉴스


내가 군 복무를 하면서 ‘군 진급심사가 가장 공평하다'는 많이 들었다. 3심제에 만장일치제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선발한다는 얘기였다. 나도 진급심사 기간에 직접 참관을 한 적이 있어 이 말에 공감했다.

진급 대상자는 많고 진급 자리는 제한되다보니 당연히 경쟁이 있고, 해마다 정해진 인원만 진급을 시켜야 하는 고충도 있다.

먼 옛날처럼 누구 ‘빽’이나 ‘돈’으로 진급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경쟁이 심해지니 여러 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아무리 공평하다해도 결국은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니 여지는 있을 것이다.

내 경우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다. 진급 심사에서 떨어진 후 한참 후에 나의 결과에 대해 들은바가 있었다. 상당히 신빙성(?) 있는 출처에 의하면, 내가 대학원 위탁교육과 해외 교육, UN평화유지군 파병 등의 경력이 우수한 인재라는 평가보다는 혜택을 많이 입었다는 심사 평가를 받아 그런 경험이 없는 다른 대상자들을 먼저 고려했다는 것이다.

현역 군인 서열 1위인 합동참모본부 의장임명된 김명수(해사 43기) 해군작전사령관@연합뉴스


더욱이 심사괴정에서 의원들이 내가 여러 선발 과정을 통해 입증된 우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내년에 진급해도 억울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해 결국 그 논리대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당시에 나로서는 발표 결과가 그리 억울하지도 실망스럽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마음으로 넘겼다. ‘내년에 하면 되지’라는 마음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진급 발표가 나고 내가 상당히 많은 전화를 받았다. 위로 전화도 있었지만, 의외로 내가 진급이 왜 안 되었는지에 대한 위구심을 가지고 군을 욕하는 선배님들의 분노에 찬 말씀에 내가 그 분들을 위로하는 일이 있었다.

사실 나는 훨씬 전에 고려대학교 대학원 위탁교육에 합격했을 때 당시 연대장님께서 내게 해 주신 말이 있었다. 대학원 위탁교육이나 해외 근무 경험저들은 불이익이 있으니 혹시라도 억울해하지 말라는 말씀이었다. 당시 분위기가 그랬다. 선배님들도 그런 점을 걱정해주셨던 기억이 있었다.

아마 내가 군에 대해 큰 기대를 안 한 것이 그때부터 인가 보다. 우수 자원을 양성해 군의 반석으로 삼아 군 발전에 기여하는 인물로 키워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현실이 나에게 큰 실망을 주었던 것이다. 실제 군과 병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미래지향적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이 인정받지 못한다면 누가 그렇게 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많았다.

국군의 시간행진 모습@연합뉴스


전역 전 자운대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는 교관을 하면서도 군의 고급 인재인 영관 장교들이 군이라는 공공의 조직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기대했다. 현재에 안주하기보다 보다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노력이 있어야 군의 미래가 밝고 군인들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는 신념으로 임했다. 그런 분위기와 기류가 형성되기를 바랐던 욕심도 있었다.

매번 미군을 동경하면서도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고 땀을 흘리고 공정한 마인드로 일을 하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한국 장교들이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부대 골프장을 달려간 모습도 보았고, 수업 시간에 지각하고 숙제도 안 해오는 불성실한 모습으로 망신을 당한 것도 보았다. 국가에서 많은 돈을 들여 보내주었음에도 잿밥에 더 욕심을 가진 군인들을 보면서 창피함과 분노도 일었다.

지금은 이런 얘기들이 과거의 창피한 폐습으로 남았겠지만, 진정 군인으로서 당당하고 멋진 모습으로 임무에 충실한 직업 군인들이 많아야 한다. 직업 군인으로서 능력과 신념을 가지고 자신의 임무를 누구보다 완벽하게 수행하는 자세를 가진 군인들을 더 높고 중요한 직책에 앉혀야 군이 발전한다.

학군장교 임관식@연합뉴스


진급은 실력과 잠재력을 지닌 인재에게 돌아가야 한다. 한 번 잘 못 뽑은 군인은 그러 인해 많은 좋은 군인들을 군에서 내보내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리더나 상급자는 정말 ‘잘’ 뽑아야 한다.

서류상 우위에 있는 군인보다 인성과 잠재력이 있는 군인을 알아보는 시스템이 보강되어야 한다. 내 병과에서도 잘 못 뽑은 대령, 중령 등 고급 장교가 수치스러운 사건으로 군에서 쫓겨난 경우가 있다. 그 피해는 직접 피해자는 물로 그 대산 탈락한 우수한 인재들에게도 엄청 잘못한 것이다.

‘잘 뽑은 장군 하나, 50만 명의 목숨을 살린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그만큼 사람의 옥석을 가리는 것이 어렵지만 중요하다는 말이다. 결국 사람의 문제다.

육군이 자랑하는 심사시스템이 오류를 내지 않도록 책임감으로 심사숙고한 결정을 기대한다. 능력 있고 덕망 있는 인재가 진급하는 것이 정의(正義)다. 정의가 바로 선 軍이이어야 한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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