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에게 듣는 라면소비 1위 베트남 공략법은?

1인당 라면 85개 소비
일본 에이스북, 베트남 마산 33% 시장점유

한성규 승인 2023.10.20 14:52 의견 0
Masan Group Corporation@홈페이지


[뉴스임팩트=한성규 라오스 통신원]베트남에 와 있다. 베트남은 쌀국수의 나라답게 밥보다 면이 훨씬 대중적이다. 필자도 밥을 파는 식당을 찾기가 어려워 아침 점심으로 면을 사먹고 있다.

한국의 라면 수출액은 압도적인 세계1위다. 2021년 기준으로 6억7천441만 달러어치의 라면을 수출한다. 2위는 중국인데 1억3천342만 달러밖에 안 된다. 압도적인 차이다. 3위인 미국, 4위 일본과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호주, 태국의 라면 수출액을 다 합쳐도 한국라면의 수출량에 미치지 못한다.

베트남은 쌀국수도 많이 먹지만 라면도 많이 먹는다. 올해도 1인당 라면 소비가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베트남 현지 신문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베트남인들은 작년에만 1인당 1년에 라면을 85개나 먹었다. 베트남 전인구가 나흘에 한 번씩은 꼭 라면을 먹는 숫자다. 베트남의 독주 전에는 한국이 1년에 70여개로 라면 소비량 1위국가였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다른 동남아 국가와는 달리 아직 한국 라면이 현지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2019년에 팔도라면이 상위 10위권에 든 적이 있었지만 일본과 베트남 업체에 밀리고 있다. 팔도는 2012년에 베트남에 처음으로 현지공장을 짓고 현지화에 나서고 있지만 큰 활약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삼양식품도 베트남 유통업체인 사이공 쿱과 연계해서 불닭볶음면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동남아시아에서의 인기와 비교하면 시원치 않다. 베트남 현지인에게 물어봐도 불닭볶음면에 대해서 잘 몰랐다.

베트남 라면 시장 점유율은 일본의 에이스쿡(Acecook)과 베트남 업체 마산(Masan Consumer)이 33%를 차지한다. 일본계라면회사 에이스쿡은 한해에 33억 개나 라면을 판매했다. 2023년에는 2022년에 비해서 6% 증가를 예상한다고 한다.

대형마트의 라면코너@연합뉴스


현지인에게 왜 한국라면이 인기가 없냐고 물어보니 자신들이 좋아하는 라면 맛이 아니란다. 끓이는 방식도 귀찮다고 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불닭볶음면같은 볶음면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또 한국 라면은 맵기만 하고 양도 많다고 했다.

2007년부터 베트남 법인을 세우고 현지에 진출한 오뚜기의 경우 열라면과 같은 한국식 빨간 라면과 짜장라면 외에도 현지인들의 입맛을 공략한 소고기 라면과 미역라면(미역국라면)을 출시했다. 2018년에는 현지 공장을 설립하고 80그램의 진라면 미니를 출시하고 있다.

베트남 라면은 80그램 이하이고 한국라면은 120그램이 넘는 큰 라면이다. 아이들이 간단하게 준비해 먹기에는 양이 많다. 또 베트남에서는 그릇에 라면을 담고 끓는 물을 부어 삶아 먹는 식인데 반해 한국 라면은 냄비에 끓여야 한다.

한국 라면회사들의 제품은 컵라면과 비슷하게 조리하는 현지 라면과 달리 냄비에 끓이는 '한국식'이라 현지인들의 요리습관에 맞지 않다. 베트남에서 파는 쌀국수도 면 위에 뜨거운 국물을 부어먹는 식이다. 면과 국물을 같이 끓이지 않는다.

가격도 문제다. 마트에서 파는 베트남 라면과 일본회사의 라면은 한화 500원 정도인데 반해 한국라면은 2000원 가까이 한다. 길거리에서 소고기와 야채까지 곁들어 주는 쌀국수가 1500원이다. 한국 사람인 필자에게도 같은 돈이면 한국 라면보다는 소고기와 야채가 듬뿍 든 쌀국수가 훨씬 매력 있다.

한국은 분명 라면 수출 강국이다. 베트남에서 한국의 인기도 대단하다. 하지만 라면 소비 1위국인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제품 자체의 철저한 현지화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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