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위해서라면 살인협박도 서슴치 않는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판을 맡았던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타냐 처트칸 판사를 겨냥한 살해협박이 화제다.
트럼프 극력지지자로 알려진 텍사스 거주 여성 조 슈리(43)씨는 처트칸 판사에게 “만약 트럼프가 2024년에 당선되지 않으면 너를 죽이러 갈 것”이라는 협박전화를 건 혐의로 체포되어 재판에 넘겨졌다.
처트칸 판사는 2020년 대선 결과 번복 모의 사건으로 기소된 트럼프의 형사 재판을 맡았던 법관으로, 트럼프 지지자에게는 눈엣가시처럼 여겨지는 판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앞서 그는 2021년 1월 의사당 난입 사태를 일으킨 트럼프 지지자 38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고, 그해 11월 의사당 난입 사태 전모가 담긴 백악관 문서를 의회 조사위원회가 볼 수 없도록 막아달라는 트럼프 측 요청을 기각한 바 있다.
재판의 당사자인 트럼프는 SNS를 통해 처트칸 판사를 여러 차례 공개 비난한데 이어 최근에는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판사 기피 신청을 했지만 처트칸 판사는 이마저 기각해 트럼프 지지자들의 공적 1호가 됐다.
지난 대선에서 7420만표를 얻고도 8120만표를 얻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한 트럼프는 열성 지지층을 몰고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지지자들은 보수 백인층이 많은데 이 가운데 트럼프를 극성스럽게 지지하는 세력이 이른바 MAGA라는 지지층이다. MAGA는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내걸었던 구호 ‘Make America Great Again(다시 미국을 위대하게)’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트럼프 대선 캠페인을 상징하는 단어다.
MAGA는 원래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 등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빅테크의 앞 글자로 딴 증시용어로 더 유명했지만, 지금은 트럼프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정치집단으로 더 유명해진 상태이다.
2020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배하고 2021년 1월 미국 역사상 초유의 의사당 공격사건을 주도한 트럼프 지지세력 중 상당수가 이 MAGA 세력인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MAGA는 실체가 있는 정치집단은 아니지만, 통칭적으로 트럼프 열성지지자를 가리키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SNS 등을 활용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세기도 아니고, 21세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을 위해 살해협박을 서슴치 않는 현상은 보통 우려되는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이후 찬성표를 던진 야당의원들을 색출하고, 살해위협까지 한 사례가 나타나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른바 이재명 열성지지자를 뜻하는 ‘개딸’들이 특정 정치인들을 향해 문자폭탄을 보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까지 했다.
미국 법무부는 처트칸 판사에 대한 살해협박이 잇따르자 긴급 경호에 나서는 한편, 살해협박 전화를 걸거나 편지를 보낸 사람들을 추적하고 있지만 열성지지자들은 행동을 자제할 생각이 거의 없어 보인다.
트럼프는 미국 전·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형사 기소돼 4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으면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지만, MAGA들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극렬지지층에 힘입어 공화당 당내 경선 레이스에서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력지지세력의 행동을 보면 흡사 중국 문화혁명 당시 마오쩌둥의 암묵적 지지에 힘입어 무소불위로 활개를 치던 홍위병들을 떠올리게 한다.
저작권자 ⓒ 뉴스임팩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