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논단] LG家 세 모녀, 그만 소송 거둬들여라
아무리 강한 세력도 분열하면 망해… 옳은 길 심사숙고해야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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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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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임팩트=이정희기자] 최근 일본 전국시대를 그린 소설 대망(大望)을 읽고 있습니다. 어릴 땐 '왜 이렇게 사람 이름이 자주 바뀌나'고 짜증을 내며 덮은 책인데 나이 들어 다시 보니 새롭게 깨닫는 점이 많습니다.
특히 와닿은 대목은 '아무리 강한 세력도 분열하면 망한다'는 겁니다. 일본을 제패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 이후 벌어진 내부 다툼이 대표적 사례죠. 무단파(武斷派)와 문치파(文治派) 간 내홍이 심해지면서 히데요시 세력은 갈수록 약해졌고, 결국 정권을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빼앗겼습니다.
히데요시 세력의 몰락에서 문득 LG그룹 경영권 분쟁이 떠올랐습니다. 76년 동안 철통같은 결속을 자랑했던 LG 총수 일가. 아름다운 인화(人和·여러 사람이 서로 화합함)의 전통은 올해 깨졌습니다. 고(故) 구본무 선대 회장 아내 김영식 여사, 구본무 선대 회장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구연수 씨(이하 세 모녀) 때문이죠.
2018년 구본무 선대 회장이 별세한 뒤 조카이자 양아들인 구광모 회장이 총수직을 물려받을 때 세 모녀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5년이나 지난 올해 2월에 갑자기 상속 소송을 제기하며 경영권 분쟁에 불을 붙인 거죠.
세 모녀가 투쟁에 나선 이유는 분명치 않습니다. 뭐가 됐든 나름대로 할 말이야 있겠죠. 다만 세 모녀의 행동으로 LG가 큰 위험에 처한 건 분명합니다.
만약 구광모 회장이 세 모녀의 요구를 일부라도 수용해서 경영권이든 계열사든 쪼개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총수 일가 구성원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죠. 자기 몫을 챙기려는 경쟁이 격화하고 LG 사세(社勢)는 형편없이 쪼그라들 겁니다.
게다가 지금 LG는 전자, 화학, 배터리 등에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하게 다투고 있습니다. 이런 판국에 이렇다 할 비즈니스 경험도 없는 세 모녀가 구광모 회장 등에 칼을 꽂았습니다. 구본무 선대 회장 유족으로서 권리를 주장할 순 있겠지만 명분이 너무 약합니다.
이제라도 세 모녀가 소송을 거둬들이길 바랍니다. 구광모 회장을 역성들자는 게 아닙니다. 국내 대표 대기업인 LG의 내분이 지속되면 국가 경제까지 흔들릴 수 있어서입니다. 세 모녀가 무엇이 옳은 길인지 심사숙고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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