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전쟁영화 이야기(12)] 핵소고지가 던진 종교와 전쟁의 의미

최진우 승인 2023.08.29 15:09 | 최종 수정 2023.08.29 15:30 의견 0
영화 핵소고지 포스터@뉴스임팩트 자료사진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대부분의 종교가 폭력에 반대하지만, 일부 종교는 총기사용을 아예 거부한다. 심지어 적을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이들은 총기사용 거부라는 신념을 버리지 않는다.

영화 핵소고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오키나와 마에다 고지에서 미군과 일본군의 치열한 전투를 그린 영화다. 핵소고지란 이름은 전투가 벌어졌던 148미터나 되는 깎아지르는 절벽의 모양이 마치 톱 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영화의 핵심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총을 사용하지 않는 비전투원이면서 핵소고지 전투 과정에서 부상당한 75명의 생명을 구한 주인공의 영웅적이면서, 확고한 종교적 신념에 관한 얘기다.

주인공 데스몬드 구스(앤드류 가필드 분)는 어린 시절 동생과의 싸움에서 폭력을 쓰다가 하마터면 동생을 죽일뻔한 일을 겪는다. 이후 그는 평생 폭력을 쓰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의 종교적 신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가 믿는 종교는 제7일 안식일예수재림교회이다. 기독교 중에서 총기를 거부하는 종파는 흔하지 않지만 제7일 안식일은 집총을 거부하는 몇 안되는 기독교 중 한 분파이다(여담이지만, 한국에서는 제7일 안식일이 이단으로 취급받기도 한다)

데스몬드는 총기사용을 거부하면서 군대에 자원입대한다. 어찌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지만, 그는 의무병으로 복무하면, 총기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동료를 구하고, 국가에 봉사할 수 있다는 확실한 신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신념의 사람을 접해보지 않은 부대원들은 총을 잡으려고 하지 않는 그를 못마땅해하고 경원시한다. 부대원 중 일부는 노골적으로 그를 조리돌림하고 폭행 등으로 괴롭힌다. 심지어 군사재판에까지 회부되지만,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아버지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실형을 모면하고 전투현장에 파견된다.

오키나와 전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수많은 미군과 일본군이 희생된 치열한 전투현장이다. 핵소고지를 둘러싼 양측의 전투 과정에서 부상자와 전사자들이 속출한다. 일본군의 반격에 밀려 미군은 핵소고지에서 후퇴하는데, 미처 대피하지 못한 부상병들이 핵소고지에 많이 남아있음을 전해들은 데스몬드는 핵소고지로 달려가 부상병들을 치료하고, 치료받은 부상병들을 고지 아래로 내려보낸다.

데스몬드는 핵소고지 전투에서 무려 75명의 생명을 구하는데, 이는 실제 있었던 실화다. 이 공로로 데스몬드는 미군 역사상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이면서 명예훈장을 수여받게 된다.

영화 메가폰을 잡은 배우 출신 멜 깁슨 감독은 전쟁영화에 특화된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가 감독을 맡은 작품들(브레이브하트, 아포칼립토, 핵소고지 등)은 잔혹하면서 생생한 전투신과 야생적인 느낌의 거친 연출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철저한 고증을 거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2016년 개봉한 이 영화로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편집상, 음향믹싱상, 음향편집상 후보에 올랐으며 그중 음향믹싱상과 편집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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