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훈련소 입소식 모습@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얼마 전 지인을 만나 저녁을 먹는데, 재미있는 얘기를 해 줬다. 아들이 두 달 전에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해 지금은 복학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아들이 전역하고 처음 1주일 정도는 아침 6시면 일어나서 제 방도 정리하고 청소하는 등 매우 모범적인 전역 군인의 길을 가고 있어 내심 ‘군에서 잘 배우고 왔네’라며 감탄했다고 한다.
그런데 1주일 정도 지나니 본색이 드러나 매일 아침 아내와 아들이 전쟁(?)을 벌인다고 한다, 아침 동틀 때까지 컴퓨터에 휴대폰으로 날 밤을 새고 오후 늦게 일어난다고 한다. 처음에는 젼역했으니 봐 주자는 마음으로 내버려두었는데, 이게 일상이 되니 속이 터진다고 한다. 군대 가서 정신 차리고 왔나보다 했는데, 도로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고 하며 걱정이 태산이라며, 요즘 군대가 옛날 같지 않냐며 물어봐 당황스러웠다.
사실 내 아들도 군 전역 후에 일상으로 돌아와 생활하면서 군대 시절 습관은 많이 없어진 듯하다. 그리고 지금 군대가 그리 빡빡하지도 않은 점도 이런 변화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논산 훈련소 훈령병들이 식사로 자장면을 먹고 있다@연합뉴스
오늘도 많은 군인들이 기상해서 점호하고 식사하고 근무하고 P.X도 가는 일상을 계속하고 있다. 그렇게 18개월을 보내고 전역을 한다. 길고 긴 시간이 어느새 순식간에 지나가는 분위기라고 한다, 예전에 비해 덜 힘들고 덜 춥고 덜 더운 환경에 월급도 많이 주고 휴대전화로 세상과 소통하는 분위기가 군대가 달라지게 만든 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더라고 군인은 군인이다. 나라를 지키는 일을 하는 전문직으로서 전문적인 기술과 능력을 구비하고 정신 자세도 달라야 한다. 그래서 군에서는 다양한 교육과 훈련, 병영 생활 속의 규율과 질서가 필요하다. 조직을 운영하는 나름의 특유한 생활방식인 것이다.
매년 20만 병 정도의 젊은이들이 군 복무를 하면서 과연 어떤 생각으로 살고 있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이 필요한 이유는 군대라는 독특한 집단이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다. 대체 불가의 조직이 잘 운용되어야 국가가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무엇보다 군에서는 단체를 강조한다. 개인의 성향을 우선하기 보다는 전제의 통일성과 일치성, 신속성을 위해 동일한 통일성을 강조한다. 같은 군복과 같은 식사, 같은 침대 등 모든 병사는 동일한 조건 속에서 생활한다. 그래야 차별과 특혜가 없다.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이 항상 많은 문제를 만들고 피해자에게 가혹한 시련을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군대의 통일성은 집단의 특성상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예외는 어디서나 허용된다.
같이 살아가는 ‘함께’의 의미를 생활 속에서 체험한다. 같이 자고 밥 먹고, 훈련하고, 운동하고... 대부분의 일상이 함께하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또한, 분대로부터 중대까지 소규모 군대 조직 속에서 자신의 소속이 어디이며 나와 동료의 역할이 무엇인지 함께하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사회에서 계급과 직급의 차이와 순서 등을 자연스레 사전에 경험하면서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고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 된다.
군인들이 드론 교육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주변에 아들이 군에 가서 규칙적인 일상을 하면서 살도 빠지고 위장병도 고쳤다는 분들이 있다. 하루 중 3번의 식사 시간이 일정하고, 술과 야식이 없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균형 잡힌 몸매가 되었다는 얘기를 한다. 휴가 때 집에 왔는데 몰라볼 정도로 예전의 아들을 찾았다고 할 정도다.
군에서는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전국의 또래 젊은이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보니 서로 다른 삶에 대한 경험을 듣는 기회가 된다. 20대의 인생 고민과 장래 계획 등 혼자가 아닌 타인의 사례를 통해 자신이 배우는 시간이 많다. 군에서 맺은 인연이 사회로 연결되어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인연이 되기도 하는 연결 고리가 바로 군대다.
그리고 동료의 인생 얘기를 통해 자신의 처지를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도 큰 의미가 있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장차 어떤 미래를 구상하고 노력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과 목표도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는 타산지석과 같은 시간이 많다.
그리고 가족과 지인들과 떨어져 지내는 군 생활은 아무리 휴대전화가 있고 외출이나 휴가가 있다고 해도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 자신과의 대화 시간이 많다.
사진=연합뉴스
군대에서 체력을 기르고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의 부수적인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자신을 얻은 것이라 생각한다.
더욱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건강한 일상을 살겠다는 다짐과 노력이 가장 오래가고 효과적인 군대 생활의 휴광효과 아닐까 한다.
다른 것은 다 안 해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만 유지하더라도 좋은 결과가 온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뭐라도 한다. 그러면 결과가 좋다. 운동이든, 공부든, 산책이든...
군대를 마치고 전역한 아들이 아침에도 잠을 자고 있는 것을 보는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 군이 무엇을 해주기보다는 스스로 하도록 독려하고 것이 더 필요한 방법이다. 군대 갔다 와도 별반 다르지 않은 전역 군인의 모습은 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만 낳는다.
해병대 해외 훈련모습@연합뉴스
군대 가서 뭐 특별한 재주를 배우거나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낯선 환경과 처음 보는 군인들로 어색하다. 그렇게 지내다보면 어느새 전역한다. 그래서 뭐하다 왔나가 아니라 워라도 배우고 오는 군 생활이 되도록 군에서 훈련과 임무 외에도 의미 있는 군 생활을 위한 프로그램과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전역시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군의 모든 것은 아니다. 사회와 소통하는 조직으로서 수십만 명의 병사와 간부들이 더욱 가치 있는 일상이 되도록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오늘도 군인들이 어제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다음 달과 내년에도 그러고 있다는 말과 같다.
시간과 환경이 많이 변했다면 사고와 행동도 변해야 한다. 그래야 군이 살아남는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