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전쟁영화 이야기(11)] 전쟁 속 예술가의 생존을 그린 ‘피아니스트’

최진우 승인 2023.08.17 16:46 | 최종 수정 2023.08.18 10:05 의견 0
영화 피아니스트 포스터@뉴스임팩트 자료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1939년 9월 폴란드. 히틀러의 명령에 따라 독일군은 폴란드를 침공한다. 수 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2차 세계대전의 시작을 알리는 전격전(Blitzkrieg)이었다.

영화 피아니스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점령당한 폴란드에서 일어났던 한 피아니스트의 사투를 그린 실화에 기반한 영화다. 실화의 주인공은 브와디스와프 슈필만. 유대인인 그는 전쟁의 광기에 휘말려 죽음의 문턱까지 갔으나 예술을 사랑한 독일군 장교의 도움으로 살아남았고, 전쟁 후에 자신의 얘기를 책으로 발간했다.

‘죽음의 도시’라는 이름의 책은 그러나 폴란드 당국의 반대로 50년간 빛을 보지 못하다가 소련연방이 붕괴된 이후인 1998년 ‘피아니스트’란 이름으로 출간됐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이 책을 읽고, 크게 감동하여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폴란스키 감독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마스터 소리를 듣는 명감독이다. 섬세한 부분 하나하나를 챙기며, 그는 전쟁이 초래한 파괴와 혼돈의 분위기에 관객들을 던져 넣는다. 슈필만 역을 맡은 아드리안 브로디는 죽음의 공포에 맞서 혼신의 힘으로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연기를 통해 관객에게 전쟁과 예술이라는 이질적인 소재가 만들어내는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는 1939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피아니스트로서 음악을 연주하며 꿈을 키우고 살아가는 슈필만이 독일군의 침공과 나치의 광기에 휘말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고통과 혼돈을 겪으면서도 슈필만은 피아노를 통해 삶과 정신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희망의 끈이 점차 멀어져가는 상황에서 슈필만은 생존을 위해 숨어 지내지만 독일군에 발견되어 쫓기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독일군 장교 호젠펠트(토마스 크레치만 분)는 그의 예술성을 알아보고 오히려 그에게 음식을 제공하며 보호한다. 호젠펠트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슈필만은 전쟁후 파리로 이주한 뒤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슈필만은 전쟁직후 자신을 살린 호젠펠트를 구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알아보았으나 호젠펠트는 소련군에 붙잡혀 고문을 당하고 1952년 생을 마감한다.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생면부지의 피아니스트를 구하려고 위기를 자초하는 호젠펠트의 행동은 영화 쉰들러리스트에서 사비를 털어 수많은 유대인의 목숨을 살린 쉰들러가 보여준 인류애를 떠올린다.

피아니스트는 주인공 아드리안 브로디의 섬세한 연기와 더불어 탁월한 조연 배우들의 연기로 더욱 빛난다. 독일군 장교역을 맡은 크레치만은 스탈린그라드에서도 나치역을 맡아 나치 전문배우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송강호와 함께 광주로 향하는 독일기자역을 맡기도 했다.

이밖에 에밀리아 폭스, 프랭크 핀레이 등은 각자의 역할에 독창성과 심오한 내면을 부여한다. 특히 슈필만와 호젠펠트 역을 맡은 브로디와 크레치만 사이의 화합은 영화의 감정적 공명을 더욱 강화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영화는 전쟁의 잔인함 가운데서 예술의 힘과 인간 영혼의 힘이 희망과 저항의 상징으로 남는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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