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사관학교 생도들이 졸업식에서 사열을하고 있다@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군을 움직이는 일선 장교자원이 부족해지면서 군에 발등의 불이 떨어져 난리다.

육군이 올해 학군사관(ROTC) 지원자 미달이 확실시되면서 사상 처음으로 후보생 추가 모집에 나섰다고 밝혀 우려했던 걱정이 현실이 되었다.

지난달 31일 육군은 ROTC 후보생 추가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밝혀, 미달이 되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그야말로 초유의 사태다. 올해 학군장교 경쟁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이 장교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나게 해 주는 팩트가 아닐 수 없다.

학군사관 지원율은 지난 2015년 4.8:1에서 2022네 2.4:1로 반 토막이 나면서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산호를 보냈다. 급기야 올해는 사실상 미달이 확실시 될 정도로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학군사관 모집 역사상 처음으로 미달을 기록할 정도로 장교에 대한 인기가 급격하게 시들고 있다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그동안 말로만 우려했던 점이 이제는 해결책이 쉽지 않을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가 되었다.

매년 3월 시행했던 학군장교 임관을 연 2회로 늘리는 등 제도 개선을 꾀하면서 인력 수급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복무기간 단축, 급여 인상 등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학군장교 경쟁률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문제의 징조는 벌써부터 나왔다.

현재 학군장교 복무 기간은 기본이 28월이다. 육군 병사의 18개월보다 길다. 병사 복무 기간은 정치권의 영향으로 그동안 꾸준히 축소되었다. 표를 의식한 퍼주기식의 정책이나 정치로 병사의 군 복무는 늘 혜택을 받아왔다. 반면, 같은 의무 복무이면서도 장교라는 이유로 학군장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결국 병사보다 오래 근무하는 장교의 혜택이나 장점은 거의 없어졌다. 누구라도 장교를 기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만든 것이다.

이종섭 국방장관(왼쪽)이 학사장교 임관식에서 계급장을 달아주고 있다@연합뉴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4월 “학군장교 지원율이 낮은 이유가 복무기간이 병사보다 길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도 정확하게 현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그러면서 “학군장교 복무기간 단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도 밝혔지만, 아직까지 결론은 없다.

학군장교의 복무기간 단축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복무기간 단축의 효과를 보려면 최소한 5년 이상을 걸린다. 기존의 장교 수급 체계를 전체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 공백 기간을 채울 대안부터 찾아야 하는 문제라서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 안정적인 장교 수급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론은, 현실적인 처우 개선이다. 애국심이나 ‘열정 페이’를 기대하면 안 된다. 이미 그런 시대는 지났다. 행여나 기대도 하면 하지 마라.

얼마 전 전역한 학군장교 출신에게 물어봤더니, 역시 처우 개선이 답이라고 한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2025년 병장 월급이 200만 원 이상이 될 예정이다. 현재 소위 기준 월 급여가 178만원 수준인 만큼 병장 월급이 간부를 넘어선다는 말이다. 그리고 병사 월급은 계속 오르지만, 소위 월급은 그만큼 갑자기 많이 오르지 않을 것이다. 공무원 보수 인상이 그리 높지 않다.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가한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장교와사진을 찍고 있다@연합뉴스


그러니 책임도 많고 일도 많은 장교보다 속 편하고 여유 있는 병사가 더 인기인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되면 의무복무인 단기 학군장교도 문제지만, 직업 군인을 택한 장교들의 이탈도 불 보듯 뻔하게 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국가를 지키는 장교의 지원율이 미달을 걱정하는 것이 단지 소수만의 일이 아니다. 조직의 리더인 장교의 위상이 이렇게 되기까지 군은 무엇을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미래를 나대보고 예측하는 장기적인 전략과 준비가 없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 단기적인 시각으로 대처해 온 우리 군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장교 모집이 미달되면 자격이나 능력이 없는 지원자도 걸러내지 못하고 일단 장교로 임관시켜야 한다. 그 장교가 잘하건 못하건 그건 부차적인 문제다. 일단 숫자는 맞춰야한다는 생각이 우선이다.

서울대와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은 홍보를 하지 않아도 지원자가 넘쳐난다. 그 만큼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학군후보생은 장교라는 위상과 자부심, 사회에서의 인정 등으로 상당한 인기가 있었다. 불과 30년 만에 지원자가 없는 현실을 걱정해야 하는 우리 군의 현실이 안타깝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처럼 북한이라는 적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강군(强軍)을 위한 우수 자원의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장교 숫자까지 걱정해야 할 군이 북한으로부터 나라를 지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없도록 총제적인 점검과 대책이 필요하다. 더 이상 군대의 기간인 장교가 부족한 군이 아니기를 기대한다.

이 정도면 이제 국방부에서 대책을 내놓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아님, 계속 힘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