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전쟁영화 이야기(10)] 제목은 반공, 내용은 반전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최진우 승인 2023.08.04 14:48 | 최종 수정 2023.08.04 15:39 의견 1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뉴스임팩트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2004년 공개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1174만 관객을 동원해 흥행과 비평 모두 성공한 몇 안되는 대표적인 한국 전쟁영화다. 메가폰을 잡은 강제규 감독은 쉬리로 명성을 날린데 이어 이 영화로 블록버스터급 영화 제작 감독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히스토리 채널에서 간혹 방영되는 한국전쟁은 외국에서는 잊혀진 전쟁으로 묘사된다. 미군을 비롯해 수많은 유엔 산하 연합국(16개국)들이 참전했고, 수 백만명이 희생된 전쟁임에도 사실 한국전쟁을 아는 외국인들은 많지 않다.

미국 입장에서는 승전을 거둔 제2차 세계대전이나, 미군 역사상 최초의 패배를 당한 베트남 전쟁만큼 임팩트가 없었기 때문에 한국전쟁은 2000년초까지만 해도 직접적인 참전용사들을 제외하곤 해외에선 거의 아는 사람이 없었다. 따라서 한국전쟁을 잘 몰랐던 외국인들은 전쟁의 참혹함을 매우 정교하게 그려낸 이 영화를 보며 한국전쟁의 역사를 알게되었고, 영화의 완성도에 탄성을 자아냈다는 후문이다.

영화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6.25 전쟁 격전지 중 하나인 두밀령 일대에서 유해 발굴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이름이 새겨진 만년필 유품 하나를 발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만년필에 새겨진 이름으로 신원조회를 하는 과정에서 육군 1사단 12연대 소속 이진석 하사의 것으로 나오지만, 확인해보니 그는 생존자였다. 이제는 노인이 된 이진석은 육군의 전화를 받고 문득 가슴 속에 품어왔던 50년전 형 이진태의 존재를 떠올린다.

진태(장동건 분), 진석(원빈 분) 형제는 우애가 좋았으나 한국전쟁 발발과 함께 진석이 길거리에서 강제로 징집된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형 진태는 동생을 빼내려고 노력했으나 어쩌다 형제 모두가 전쟁터로 끌려간다. 낙동강 방어선에 투입된 형제는 널부러진 시체 등 잔인한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다. 동생을 제대시키기 위해 형은 몸을 사리지 않고 전쟁터에서 활약을 하며 점점 전쟁영웅으로 변신한다. 동생은 자신을 제대시키기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형의 마음을 알면서도 잔학성에 질려 형과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형 진태에게 전쟁은 동생을 구출하기 위한 수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진태는 전쟁의 참상에 휘말려 점점 인간성을 잃어갔고, 결국 상황에 떠밀려 국군이 아닌, 인민군으로 진영을 180도 바꿔 갈아타게 된다. 이후 인민군과 국군으로 처지가 바뀌어 만나게된 형제. 동생을 적으로 오인해 죽이려던 형은 결국 동생을 알아보고 그를 탈출시키는 과정에서 인민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시간이 흘러 유해발굴현장에서 발견된 만년필이 형의 것임을 알아본 동생은 형의 유골 앞에 쓰러져 오열하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제작 과정에서 반공영화 같은 제목과 달리, 내용이 국군에 불리한 것이 많다는 이유로 국방부의 거센 반발을 받았다. 국방부의 제작지원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방영금지 소송까지 휘말렸지만 결국 강제규 감독의 고집을 꺾지 못했고 시나리오대로 영화는 제작됐다.

영화에서 한국군이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 나오면서 이 영화가 친북영화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지만, 영화는 한국군이나 북한군 모두 전쟁의 광기에 휘말려 잔혹함을 보여주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평점: ★★★★★ (5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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