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시에서 수해복구 작업에 투입된 군인들@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1900년대 특정 시기에 군인 출신 대통령으로 인해 강압적인 폭력과 정치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그 상처가 아주 오랫동안 남아 있었던 까닭에 군인에 대한 부정적이고 편견이 많은 시대를 살았다.

나도 군 생활하는 동안 우스갯소리로 사회 친구들이 ‘군인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을 종종 듣곤 했다. 군인이 별도의 인종처럼, 일반인과 구분해서 불렸던 시절이 있었다. 그 정도로 군인이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던 시절에 군인을 비하하던 표현이었다.

그 시절에 군 생활을 했던 분들이라면 군을 표현하는 단어 중에 ‘상명하복’을 쉽게 떠올릴 것이다. 상관의 명령에 대해 부하는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의미로 군의 절대적, 단일적, 수직적 지휘체계와 계급 사회를 나타낸 가장 대표적인 표현일 것이다.

특전사의 모토인 ‘안 되면 되게 하라’ 라는 말도 사회에서 군을 대표하는 표현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만큼 군이라는 집단의 특성이 공통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실천하는 통일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상관의 명령에 대해 불복하거나 이의를 제기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군인의 자질이 없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절에 군 생활을 했다. 상관의 명령이 적법한지, 실현 가능한지는 내가 판단할 성질이 아니라, 나는 부하로서 무조건 따라야하는 위치에 있었기에 당연하게도 무리를 해 가면서 명령을 수행했다. 그리고 완수했다. 그것이 나의 역할이고 책임이며,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수단이었다.

심지어 ‘상관의 잘못된 지시나 명령도 일단 이행해야 한다’고 배웠다. 상관에게 토를 달거나 질문을 하는 겻은 ‘불경죄’라는 이름으로 단죄되는 상황이었다. 상관의 명령을 어기거나 거부했던 장교나 부사관이 군 생활을 그리 오래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도 직접 봤다. 당시에는 ‘아 저렇게 상관과 사이가 안 좋으면 군 생활을 못하는 구나’라는 교훈을 주는 듯 했다.

군인들이 충북 오송지하차도를 수색하기위해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있었던 해병대원의 사망과 관련해서 여러 말들이 있다. 그 부대의 지휘관을 탓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자기 부하들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임무를 지시하고 병사들을 하천에 투입했어야 했느냐는 것이다. 현장에서 지휘관이 정확하고 현명한 판단을 못해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며, 군과 간부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많다.

특히, 자기는 하천에 들어가지 않고 병사들만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내용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 정도로 지휘관과 간부들의 무식함과 한심함을 탓하는 내용이 많다.

내가 글을 읽으면서, 소대장과 중대장에게는 오히려 동정심을 표했다. 그들은 대대장의 지시에 따라 병사들에게 임무를 부여했다. 물론 위험을 예견해 대대장에게 안전조치를 먼저 강구해야 한다는 건의를 통해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책임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대대장 정도 되면 군 생활 20년 정도 했다면, 자신의 지시나 명령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면밀하게 검토해 여러 가지 방안을 통해 사고를 방지하는 대책을 수립해 지시했어야 했다. 아마도 대대장도 그 윗선의 지시에 따라 병사들을 수색에 투입했겠지만,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면 당연히 상급부대와 상관에게 건의하고 안전 대책을 수립했어야 했다. 이 점이 가장 아쉬운 점이다.

상명하복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지만, 부하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명령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다. 그 정도도 생각하지 못했다면 장교로서의 자질 미달이다.

반면, 상관의 명령을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자신이 먼저 안전 대책을 수립하든지, 아니면 불가하다고 다시 건의했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런 점들이 참 아쉽고 아직도 군이 과거의 구태와 폐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가 이번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과거에도 17사단에서도 육군에서 수해 대민지원 임무수행을 하면서 급류에 휩쓸려 사명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사고를 미담을 은폐하고 미화했다가 관련 간부들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런 사고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지시를 내리는 상관이나 명령을 수행하는 부하의 인식이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상관의 명령을 무조건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래야만 한다는 식의 논리가 있는 한 이러한 사고는 계속된다.

사진@연합뉴스


그래서 지휘관은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무조건적인 복종이 전부가 아니다. 시대가 바뀐 것을 군은 알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아직도 상급자의 부당하고 불법적인 명령이나 지시를 무조적적으로 수행하는 문화가 있는 한 군은 사회에서 계속 욕을 먹을 것이다.

상명하복, 이것도 이제는 합리성과 적법성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 “까라면 까지 잔말이 많다‘는 식의 구닥다리 군대가 설 자리는 없다. 상관의 명령을 거역하거나 토를 달아 미운 털이 박혀 더 이상 진급을 못하는 것을 더 걱정하는 군인들이 진정한 군인은 아니다.

상명하복이 군에서 힘을 받으려면 상관이 먼저 적법하고 실현가능한 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부하가 의심 없이 수행할 수 있는 명령이 그것이다.

이번 해병대원의 죽음을 통해 ‘잘못된 명령은 부하를 죽인다’는 교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더 이상 군이 멍청하다는 평가를 받지 않도록 상관부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