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예천에서 실종자 수색을하다 순직한 채수근 상병의 장례식장에서 해병대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 “중대장님, 구명조끼만 입혔어도 살았을 텐데...”
10년 만에 얻은 보물 같은 아들을 잃은 유가족이 부대를 원망하며 말씀하신 내용이었다.
최근 내린 폭우로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된 주민을 찾는 임무를 수행하던 해병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유명을 달리한 사건이 있었다.
구명조끼도 없이 위험한 일에 내몰린 해병대원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군인이었던 나도 마음이 너무 아팠다. 군에 맡긴 소중한 아들을 지켜내지 못하고 유가족의 가슴에 큰 상처와 한을 안겨준 이러한 사고는 누구도 변명할 수 없는 실수이고 책임이 필요한 일이다.
이번 사고 이후 나에게 “군대에 구명조끼가 없어요?”하고 물어보는 이들이 꽤 많았다. 내 대답은 “없어요”였다. 사실 없다. 그리고 지금 이 추세라면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다. 그 말은 이번 사고가 앞으로도 또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는 것으로 연결된다.
그럼 ‘왜 없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 필요하다. 해마다 60조가 넘는 어마한 국방 예산을 사용하고 있는 군에 얼마하지도 않는 구명조끼조차 살 여유가 없는 것인가?
그렇다. 살 돈이 없다. 아니, 우선순위에서 밀려서 사지 못한 것이다. 병사 월급 100만 원 시대가 도래했지만, 아직도 군에는 사회와 달리 장비와 시설이 좋지 않다.
해병대원이 실종자를 찾고있다@연합뉴스
일례로 같은 지역에서 실종자 수색에 참가했던 경북119특수대응단은 안전 장비를 갖추고 물살을 이기며 구조활동을 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그들은 구명조끼와 구조 장비가 필수품이다. 그러니 예산을 들여서 장비를 구입한 것이다. 그러나 군에서는 구명조끼가 필수장비가 아니다. 수해가 발생한 지역으로 대민지원이나 수색 활동을 위한 구명조끼와 여타 징비가 부대에 없다. 군 장비가 아니기 때문이다.
군에도 위험한 작전이나 활동을 위한 제반 시설과 장비가 있었다면 이번과 같은 일어나서는 안될 사고는 안 일어났을 것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군내 안전사고 건수는 한해 70건 정도이며, 약 20명이 사망하고 있다. 정비나 시설만 제대로 갖추었다면 만일의 사망 사고를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반 국민들은 이번 사고를 접하면서 군에 대해 많은 불평과 비난을 하고 있다. 군 생활을 했던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군을 조금 거든다면, 실종자 수색을 나가야만 했던 부대의 고충도 생각했으면 한다는 점이다. 상급부대에서 일선 부대에 대민 지원 차원에서 하건 일을 멈추고 나가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임무를 부여받았기에, 더욱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기에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동안 국가적 재난과 어려움이 있는 경우 군이 항상 제일 먼저 투입되고 가장 나중에 철수했다. 국민들이 힘들어하고 어렵다고 하는 일에는 늘 군인이 있었다. 태풍이 와도, 서해안이 유류로 오염이 되었어도, 세월호사건이 터져도 군은 두말없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별다른 장비도 없이도 인력으로 그 어려운 것을 다 해냈다. 그냥 국민의 군대로서 머슴처럼 묵묵히 일을 하고 왔다. 이제는 당연히 군인들이 도와주러 알고 있을 정도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서 안타까운 것은 수색 작업의 위험성을 사전에 예측해 필요한 장비를 구해 안전이 확보된 상태로 현장에 투입되었었더라면 하는 점이다. 아마도 대대장과 중대장의 판단과 결심을 지원할 장비가 없었을 것이다. 장비가 있었다면 당연히 착용하게 했을 텐데, 자기 병사에게 입혀줄 구명조끼조차 없는 부대의 현실이 더욱 생각나는 대목이다.
그리고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소중한 생명을 떠나보낸 유가족의 가슴도 아프고 힘들지만, 매일 보던 용사를 잃은 중대장과 대대장도 평생 죄인의 심정으로 고통 받는다는 점을 헤아려주기를 바란다.
내 경험으로도 지신의 부하가 생명을 잃은 경우 자기 자식의 경우보다 더 괴롭고 오래간다. 지휘관은 그렇다. 내 자식이 아파도 병원을 못 가지만, 부하가 아프면 자기차로 병원에 데리고 가서 밤새 걱정을 한다. 지휘관의 무게다. 그만큼 힘들고 걱정이 많은 지위다.
부대 지휘관이 일부러 병사를 위험에 빠지게 하지는 않는다. 지휘관이기에 병사보다 더 많이 고민하고 판단하고 결심해서 좋은 성과를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과 같은 어이없는 죽음은 피할 수 있는 것이다.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다 희생된 채수근 상병의 장례식모습스
한 해병대원의 죽음으로 많은 아픔을 남겼다. 생명보다 소중한 것이 없듯이, 이번 사고에 대해 면밀하고 다각적인 분석이 있어야 한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책임이 군에 있다.
요즘 건설현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안전에 대해 특별히 신경을 쓰고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고 한다. 아침 조회부터 안전 관리자에 의한 교육과 장비 점검, 안전감시단 운영 등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자세로 철저하게 감독하고 근로자들도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연간 300여 명의 근로자가 가족의 품으로 퇴근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사망하고 있다.
우리 군도 이제 안전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과 활동, 예산을 활용해 더 이상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경우가 없도록 군도 각성하고 정치권도 군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으면 한다.
이번 사고로 아픔이 큰 유가족께 조의를 표하며, 전우를 잃은 부대원에게도 슬픔을 같이한다는 말을 전한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