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과학교 생도들이 졸업을하며 모자를 하늘로 던지고 있다@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1900년대를 지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군에도 변화가 많아졌다. 과거의 구태의연한 악습과 편견, 부조리 등이 사회의 관심도 증가와 비판으로 군 본연의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며, 시대의 흐름과 요구에 군도 더 이상은 성역도 아니고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1945년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나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 시대가 5000년 역사의 우 리 민족에게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면서도 부담으로 작용한 시대적 흐름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우리의 역사와 과오도 있다.

특히, 인터넷이라는 과학 혁명이 세계를 더 가까이, 쉽게 느껴지도록 했던 것도 우리가 더 이상 고립된 우리만의 세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려준 효과가 작용했다. 특히, 우리는 이로 인한 혜택을 가장 잘 이용한 마라이기도 하다. 전 세계 반도체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며 우리 경제를 든든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 주었다.

반면, 군은 사회 변화보다는 더디게 변화를 가져오면서 그동안 숨겨져 있던 군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파헤쳐지고 비판 받으면서 변화의 당위성에 큰 힘을 보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매년 60조원 이상의 국방비를 써서 국가를 방위하는 군의 역할을 보면, 과연 그 많은 동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은 나만의 생각을 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은 단의 부대에서 국방부와 각 군 본부에 이르기까지 제대별로 집행하는 예산이 과연 그 목적과 효과에 부응하는지에 대한 심각하고 세심한 고민은 별로 없다는 생각이다. 내 경험상으로도 효율성보다는 집행 그 자체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예산을 사용해야만 했던 과거의 기억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대 단위의 예산에 대해서는 나름의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세세하게 다루거나 화제로 올리지는 않지만, 큰 규모라면 얘기가 다르다.

가장 비근한 사례가 바로 국군간호사관학교와 육해공군사관학교다. 기자 일을 하면서 자주 이 주제에 대해 질문을 받곤 했다. 특히, 충남 논산시가 육사를 유치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충남도와 함께 발 벗고 나서면서 더욱 그 문제가 관심이 되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은 3개 사관학교의 통합과 국군간호사과학교의 폐지다. 이유는 하나다. 바로 효율성이다. 결국 실용적인 이유로 이들 기관의 존치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르게 매우 곤란한 상황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이다.

졸업생 절반이 장기 복무가 안 되는 현실의 국군간호사관학교는 생도에게 투자하는 비용에 비해 낭비가 심하다는 것이 폐지의 주요 요지다. 이는 정치권에서도 늘 주장하는 이유이며, 폐지를 반대하는 축에서도 이에 대해서는 시원한 대답을 못하고 있다. 안정적인 간호장교의 운영을 위해서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며, 간호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의 압력이 거세 폐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꺼리다보니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사회 논리는 일반대학교 간호학과 학생들 중 우수 인재를 뽑아 장학금을 주고 졸업 후 군사교육을 받고 일정기간 군에서 간호장교로 근무하면 인력 충원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마치 학사장교처럼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사관학교에 들어가는 예산도 상당히 절약할 수 있고, 더 많은 간호 인력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장기 희망 인원에게 인센티브를 준다면 장기자의 수급도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최대 4년간 생도에게 투자하는 예산의 약 40%만 있어도 되니 60%의 예산을 아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논리가 꽤나 설득력을 얻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동조하는 분위기다. 결국, 군대도 효율성을 따져야 한다는 논리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제 효율성이외의 논리나 주장은 그다지 힘을 받지 못한다.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분위기랄까, 앞으로 이 문제가 불거진다면 과거의 논리로는 더 이상 방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낄 정도로 군의 논리가 약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3사관학교 졸업생도들이 행진을하고 있다@연합뉴스


3군 사관학교의 통합은 사실상 현실적인 제한으로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생각만 잘 하면 가능하다’는 논리도 많아지고 있다. 마치 태국의 ‘왕립사관학교’처럼 육해공군과 경찰까지 함께 교육하는 사례를 들어 장교 양성의 목적 달성에는 오히려 통합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논리가 설득적이다.

사실 지난 2000년대 초에 사관학교 통합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있었다. 더욱이 육사와 3사는 통합해야 군이 출신으로 인한 파벌과 싸움이 사라진다는 얘기도 있어 사관학교 내에서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당시 통합의 논리도 결국 효율성이었다.

최근 몇 년간 군도 눈에 띠게 변화를 겪고 있다. 군 체제 변화, 부대 감소, 용사들의 휴대폰 사용 등 매년 새로운 모습이 나오고 있다. 적은 병력으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무기, 시설과 장비 의 첨단화도 결국은 효율성이 중심이다. 사람대신 기계와 장비가 더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다 주다보니 효율성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고 있다.

지금 당장 큰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 너무 당연시되어 왔던 것들에 대한 고민이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군이 먼저 효율성 측면에서 심각한 고민과 논리,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사회는 더 어려워지고 여유가 없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과거 역사를 봐도 큰 변화와 변곡점은 늘 효율성과 목적성이 바탕이 되었다. 변화는 결국 더 잘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더 잘 된다는 것은 효율성을 높이는 것과 동일하다.

지난해와 올해가 같고, 그것이 결국 과거 10여 년 전과 같다면 우리는 발전이 아니라 퇴보하고 있는 것이다. 군 정책도 이제 효율성에 방점을 찍고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과 고민으로 효율성이 높은 군으로 나아가야 한다.

국민의 군대라면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말만 국민의 군대가 더 이상 되어서는 안 된다. 실용적인 사고를 지닌 민족과 국가가 결국은 세계의 TOP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