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현대경제에서 환율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무기 중 하나다.
미국 재무부가 수시로 주요국 환율을 모니터링하며 환율을 인위적으로 자국에 유리하게 조작하는지, 혹은 정책당국이 인위적인 시장개입을 단행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체크하여 매년 해당국가에 환율조작국, 환율감시국 등의 멍에를 씌우는 것도 환율이 갖는 이런 파괴적 본성 때문이다.
최근 일본엔화와 중국위안화가 동시에 약세를 보이면서 한국은 두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도 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엔화와 위안화가 워낙 큰 폭으로 떨어지며 수출가격 경쟁력에서 한국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앞서고 있다.
엔화와 위안화의 약세는 달러 가치 하락을 의미하며, 이는 중국과 일본과의 경쟁에서 한국이 수세적 위치에 놓여있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과 일본은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2위와 3위를 달리고 있는 경제대국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수출입 파트너이자 글로벌 시장에서의 막강한 경쟁 상대이다.
엔화와 위안화의 동반 약세는 한국 경제에는 분명 불리한 상황이다. 치열한 수출전선에서 환율에 따른 가격경쟁력의 유무는 기술력 못지 않는 파괴력을 뿜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엔화는 달러 대비 144.3엔을 기록하며, 상반기중 10.2% 하락했다. 엔화는 작년 9월 미국과의 금리차 때문에 150엔을 기록한 이후 일본정부의 지속적인 개입으로 한때 130엔대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다시 140엔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작년 9월, 10월 당시 일본 외환당국은 엔화의 급격한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680억 달러에 이르는 금액을 쏟아부었다. 엔화의 가치는 그 이후 꾸준히 상승했지만, 올해 초부터 다시 하락세로 전환된 것이다.
엔화 약세는 근본적으로 미국이 작년 6월부터 공격적인 정책금리를 인상시킨데 반해 일본은 여전히 양적완화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데서 비롯된다. 돈은 생리상 높은 금리를 쫓아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 일본이 제로금리인데 반해 미국금리는 기준금리가 이미 5.0%를 넘어서 일본에서 대거 돈이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엔화가 약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2015년 이후 8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엔화약세는 일본에 두 가지 선물을 안겨주었다. 높아진 가격경쟁력으로 수출에 의존하는 기업실적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면서 일본증시는 역대급 호황을 즐기고 있다. 올 상반기 토픽스 기준 33개 전 업종이 상승하는 등 1990년 이후 33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또 하나는 관광객의 비약적 증가다. 엔저붐을 타고 일본을 찾는 관광객은 날로 늘어가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 1∼5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863만850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258만3000여명으로 전체 방일 외국인 중 29.9%를 차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66만6000명으로 한국인 관광객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한국인 3.8명이 일본을 찾아갔을 때, 일본인은 1명꼴로 한국을 방문했다는 얘기다.
일본에서 관광업에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수많은 숙박업소, 음식점 등이 관광객에 의존해서 먹고산다. 코로나 기간 중 이들 관광산업이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입었는지를 고려한다면 지금의 관광붐은 일본 관광산업에는 축복일 것이다.
중국 위안화 약세 배경은 조금 다르다. 중국은 지난 1월8일을 기해 3년간 고수했던 제로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본격적인 경제 리오프닝을 단행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경제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아 위안화가 시들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이 미국과의 금리차 때문에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반면, 중국은 경기부진으로 위안화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과 중국 모두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고 판단해 당분간 환율하락을 용인할 가능성이 농후하다.원화 역시 올해 상반기에 하락세를 보였지만, 4.3% 하락해 10% 이상 하락한 일본엔화나 중국위안화에 비하면 나름 안정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엔화와 위안화의 약세가 한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보다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은 눈에 보이지 않는 환율싸움에서 매우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