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경남진주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상을 수상한 생도에게 메달을 걸어주고있다@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육군의 모든 부대가 분주하다. 다름 아니라 신임 소위가 부대에 전입해 새로운 간부들이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한 해의 반이 지난 시기지만, 소위들에게는 남다른 시기일 수밖에 없다. 드디어 장교로서 첫 부임지에서 그야말로 장교가 되는 것이다. 그동안 오랜 시간 후보생 시절을 거쳐 임관하고 OBC(장교 기초과정)를 마치고 기대와 포부로 첫 발을 내딛는 시간이 온 것이다.

출신과 이유를 불문하고 이제 장교가 된 소위들이 전방과 후방 가리지 않고 새 둥지에 터를 잡고 젊은 피의 기개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부대로서도 새로운 식구를 맞아하느라 분주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말은 얼마 전까지 부대에서 근무했던 장교들이 전역을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대다수의 학군장교들이 2년 3개월의 복무를 마치고 전역을 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2년 전에 것 소위를 달고 부대에 왔던 장교들이 이제 그 역할을 다하고 명예로운 전역을 한다는 측면에서 그들에게도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전남 장성군에 있는 상무대는 주로 전투병과 장교들이 교육을 받는 곳이다. 장교로 임관 후 약 4개월의 군사교육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통신 병과를 제외하고 보병을 비롯한 전투병과 장교들이 교육을 받는 곳이라 대부분의 장교들은 이곳 상무대가 낯설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보병학교의 교육생 장교 숫자도 많다보니 상무대 하면 주로 보병학교를 떠올릴 정도다. 보병학교의 교훈은 ‘아를 따르라’이다. 선두에서 부하를 이끄는 장교가 바로 보병이라는 점을 강조한 교훈이다. 전투복 왼쪽 부대 마크에도 ‘나를 따르라’가 새겨져 있을 정도로 보병학교의 교훈은 강렬하다.

장교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가장 간결하고 정확한 표현이 바로 ‘나를 따르라’가 아닌가 생각한다. 장교는 그런 존재다. 부하 앞에어 그들을 이끌고 가는 방향성과 목표를 제시하는 존재가 바로 장교의 존재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제 소위들은 장교로서 부하들에게 ‘나를 따르라’하고 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오랫동안 전문 교육을 받고 ‘소위’ 계급장을 붙여 준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장교가 되었으니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시간만 남았다.

소위들이 야전에서 생활할 시기가 되면 내가 소위로 임관해 야전에 가기 전에 선배께서 해 주신 말씀을 후배 장교들에게도 도움이 될까 해서 꼭 해주고 싶다.

장교로서 전문 지식과 통솔력을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교라는 신분에 걸맞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시간관념이 명확해야 한다. 군 생활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시간’에 주의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출근 시간이다. 어떠한 경우가 있어도 출근 시간에 늦어서는 안 된다. 병사와 다르게 장교는 스스로 시간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의 가장 중요한 일과를 부대에 정상적으로 출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장 기본적이기 때문에 쉽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내 경험상 이 문제로 곤란해지거나 평가가 안 좋은 장교들을 많이 봤다. 자기 관리의 첫 걸음은 바로 시간 지키기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그리고 각종 회의나 집합, 훈련 시간 등 시간에 대해 스스로 철저한 통제와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부대에서 장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는 점을 명심하고, 거울속의 인형처럼 자기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많이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해야 실수가 없다.

다음은 용모이다. 장교는 부하들이 항상 바라보고 있다. 장교의 품위를 지키는 용모 유지가 중요한 이유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매일 입는 복장과 개인 용모 등은 쉽게 평가받는 요소다. 장교답지 못한 용모를 하고 있다면 그야말로 폼이 안 난다. 상관은 물론, 부대 장교나 부사관, 심지어 용사들도 그 장교의 용모를 통해 그 됨됨이와 능력을 평가한다.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낙제를 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해병장교 교육생들이 혹한기 훈련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리더로서 부하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자신의 어려움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부대와 부하를 먼저 생각하는 이타적인 자세도 매우 중요하다. 물론 소위도 용사와 같은 MZ세대이기는 하지만, 소위는 장교라는 위치를 감안하면 용사와는 달라야 한다.

소위로서 군 생활을 길게 하든 짧게 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장교라는 신분에 맞는 언행(言行)이 중요하다. 시간과 용모에 대해 한 번의 실수가 없도록 철저한 자기 관리로 멋진 장교로서 생활하겠다는 다짐이 중요하다.

모윤숙 시인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에 나오는 그 장교가 바로 소위다. 적의 총탄을 두려워하지 않고 맨 앞에서 ‘나를 따르라’라고 외치는 그대들은 바로 소위였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