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엽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세계에는 많은 언어가 있다. 여러 나라가 공유하는 언어가 있는가 하면, 특정국가 특정지역에서만 사용되는 언어가 있다.

유엔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언어의 수는 무려 6000개에 달한다. 이 중 2000여개는 사용하는 사람의 숫자가 1000명 미만으로 소수언어로 분류된다.언어의 영향력을 측정하는 방법이 있는데, 사용되는 국가 수, 경제력, 미디어, 외교력 등을 토대로 순위를 매긴다.

유엔 기준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언어는 영어다. 영어는 지리적 분포, 경제력,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외교력 등의 영역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전세계 언어 중 가장 영향력있는 언어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2위는 중국어다. 중국어는 경제력과 커뮤니케이션에서 영어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고 미디어는 3위, 지리적 분포와 외교력은 6위에 각각 올라있다.3위는 프랑스어, 4위는 스페인어, 5위는 아랍어, 6위 러시아어, 7위 독일어, 8위 일본어, 9위 포르투갈어, 10위 인도어 등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이후 중국의 세계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다각적인 정책을 시도해왔다. 일대일로 정책과 공자학원 확대가 대표적인 예다. 둘의 공통점은 돈을 풀어 중국편을 더 많이 만들겠다는 것인데, 일대일로가 주로 경제적으로 궁핍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반면, 공자학원은 선진국까지 포함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공자학원, 영어로 CI(Confucius Institute)는 2020년 기준 전세계적으로 162개 국가에 545개나 설치되어 있다. 공자학당 1170개까지 합치면 무려 1715개에 달한다. 한국에도 연세대, 한양대, 경희대 등 22개 대학에 공자학원이 설치되어 있다.공자학원은 중국어를 확산시켜 친중세력을 만들겠다는 목표아래 거의 전세계로 뻗어있다. 아프리카와 중동국가도 예외는 아니다.

공자학원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본연의 문화적 목적과 달리 공산주의 체제선전과 스파이활동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의회와 FBI 차원에서 공자학원 실태조사에 나섰고, 주요 대학들은 잇달아 공자학원을 폐쇄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파키스탄 공자학원의 행사모습@연합뉴스


미국은 공자학원의 책임자가 중국공산당 통일선전부장 출신들이 도맡아 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며, 문화교류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다고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도 공자학원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주로 문재인정부 시절 야당(현재 여당인 국민의힘)의원들을 중심으로 문제점을 제기해왔다.

중국측은 공자학원이 선전도구로 쓰인다거나 스파이활동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철저하게 부정해왔다. 2020년 이름을 중국어교류협력센터로 바꾸어 문화교류의 중심센터라는 점을 집중 부각하고 홍보해왔다.

온갖 비판 속에서도 꾸준히 공자학원의 활동영역을 넓힌 덕분에 중국은 반중 이미지 못지 않게 친중이미지를 혹대하는데 성공한 듯 하다.

최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PR업체인 아스다BCW가 18~24세 아랍청년 3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중국은 국가선호도에서 미국을 가볍게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선호도 조사에서 7위에 그쳤다. 아랍청년 중 80%는 중국을 우방이라고 평가한 반면, 미국을 우방이라고 본다는 답은 72%였다.

미국에 대한 아랍청년들의 인식은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2015년에 실시했던 같은 조사에서 미국은 2위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7위까지 떨어진 것이다.

1위는 튀르키에가 차지했는데, 3선에 성공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슬람국가의 자존심 회복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같은 이슬람문화권인 응답자들이 1위로 꼽은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2위에 중국이 오른 것은 중국이 그동안 공들여온 경제, 문화 공략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음을 말해준다.언어영향력에서 영어는 현재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로 중국어를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중국이 영향력을 넓혀가다 보면 그 간격은 갈수록 좁혀지고 언젠가 영어를 제치고 중국어가 가장 영향력있는 언어 1위 자리를 차지할 날도 꿈같은 얘기만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이 이를 그대로 두고볼 일은 없을 것이며 중국만큼 집요하게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경제와 외교에서 대중국 압박전술을 펼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해 보인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