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연합뉴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해마다 6월이 되면 자동적으로 6.25전쟁이 생각나고, 동시에 북한과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 등 북한 세습체계의 문제를 지적하곤 했다.
올해도 6.25전쟁이 다시 생각나는 시기가 되니 과거 전쟁이 가져온 오늘의 현실이 더욱 뜨겁게 느껴진다. 그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인정하고 살지는 않다보니 과거 역사의 한 사건으로 기억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일제의 국권침탈과 식민지배, 그리고 해방과 함께 맞이한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기도 전에 북한의 침략으로 인한 동족간의 전쟁이 일어났고 그것이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바꿔 버렸다. 해방된 지 불과 5년도 안되어 같은 민족이 둘로 나눠 목숨을 빼앗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바로 6.25전쟁이었다.
그렇게 전쟁은 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가족을 흩어지게 했으며 나라를 가난하게 만들었다. 나라를 지키지 못하는 민족은 살아갈 수 없다는 냉혹한 진리도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
전쟁 후 우리는 항상 북한을 의식하고 살아야 했다. 국방과 안보는 메인 이슈였고, 누구나 다 가야하는 군대라는 개념도 그렇게 생겨났다. 군대는 그렇게 모든 대한민국 국민에게 당연하고 무조적인 존재였다. 전쟁을 통해 얻은 교훈 중에 강한 군대를 가져야 한다는 것에 이견이 없었고, 하나로 뭉치게 만든 요인이기도 했다.
한편으로, 전쟁 후 경제 재건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 부으면서 전쟁의 상처와 폐허를 극복하고 북한보다 윤택한 삶을 위한 정책과 노력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6.25전쟁은 서서히 잊혀 갔다. 강릉 무장공비 사건같이 가끔씩 북한의 무력 도발은 우리에게 북한과 6.25전쟁을 생각나게 했지만 그 전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존재는 아니게 되었다.
1950년 북한군 탱크가 서울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더욱이 정치적 이념과 정책에 따라 북한을 대하는 자세가 변화하면서 6.25전쟁은 본래의 의미보다 새로운 해석을 내놓아 국민들 사이에 혼란을 일이키는 일도 있었다. 그만큼 6.25전쟁이 차지하는 가치나 비중이 본래의 그것에 비해 많이 퇴색된 것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6.25전쟁은 73년 전에 우리나라를 파괴할 목적으로 일어난 엄연한 전쟁이고, 그로 인해 수백만의 인병피해와 아픔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현충원에 잠들어 있는 6.25전쟁 전사자와 UN군으로 참전해 소중한 생명을 바친 수십만의 참전용사들의 묘소는 우리에게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진리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올해 들어 북한이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실패는 했지만 위성을 쏘아 올리는 등의 군사적 도발을 계속하고 있으며, 곧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을 만큼 북한의 행동이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위협적인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 시국의 장기화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국가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자 국가 정책의 최우선 관심이 경제에 있다 보니 국방과 안보는 언급되는 비중이 배우 약해졌다. 특히, 병사들의 군 생활 전반에 많은 변화가 있어 예전에 비해 군사 훈련이나 활동이 현격하게 줄어든 것도 우리가 평소에 군에 대해 덜 관심을 갖게 된 요인이 되었다.
현재의 군 활동도 크게 주목을 받거나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6.25전쟁에 대한 언급도 거의 없다. 6월이 되면 6.25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나 다큐멘터리, 기록 영상도 보여주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6월 25일은 그냥 평범한 하루로 치부하고 만다. 이제는 그럴 때가 된 것도 같기는 하다.
그럼에도 우리의 역사에서 6.25전쟁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식민지, 해방과 더불어 우리 역사의 큰 전환점이 된 엄청난 사건이다. 경제적으로 IMF 구제 금융과 함께 20세기에 우리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일 것이다.
위의 두 가지 사건은 아직도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은 우리의 노력으로 극복해 지금은 그 여파가 거의 사라져 기억할 필요가 없는 과거의 아픔이었지만, 6.25전쟁은 다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많은 젊은이들이 국가를 위해 자신의 편의를 뒤로 하고 군에서 맡은 바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만약 북한과 6.25전쟁이 없었다면 우리의 삶은 드라마틱하게 바뀌었을 것이다. 좋은 방향으로.
그러나 안타깝게도 6.25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다만 우리가 잊고 살기 때문에 가슴에 와 닿지 않는 일이 되어 버렸다. 주한미군으로 선발되면 특별히 보너스를 더 주는 것은 아직도 우리는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미군은 인정한 것이다. 그 전쟁이 아니라면 미군이 한국에 주둔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능력만으로도 나라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월 미국을 국빈방문한 윤석열대통령이 미 참전용사를 만나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연합뉴스
6.25전쟁이 과거의 사건이고 역사라고 생각한다면 그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전쟁을 끝내겠다는 의지와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노력이 합쳐질 때 우리 땅에서 전쟁은 사라질 것이다.
예전 근무 당시 사단장께서 ‘지금 당장 이대로 싸운다’는 표어를 부대 곳곳에 붙이며 장병들의 전투태세 완비를 강조했던 기억이 있다. 진정 군인은 그런 자세로 임해야 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에 대비하는 군인의 자세가 아닐까하며, 요즘은 어떤 자세로 군 생활을 하는지 궁금하다.
6.25전쟁이 잊혀 간다면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를 잊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로마의 병법가 베게티우스의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말과 중국 춘추시대의 병법가 사마양의 ‘천하가 편안해도 전쟁을 망각하면 반드시 위태롭다’는 말은 과거에서만 의미가 있는 말은 아니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